오픈AI와 앤트로픽은 합작 투자와 인수 협상을 통해 전문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기존 시스템 통합 기업이 맡아온 구현 역할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로이터의 5일 보도에 따르면, 두 AI 기업과 연계된 합작사는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서비스 업체 인수를 논의해 왔으며, 이 가운데 오픈AI 측은 3건의 협상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 고객들이 생성형 AI를 실험 단계에서 실제 운영 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와 컨설턴트 인력을 확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앤트로픽은 블랙스톤, 헬만앤프리드먼,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 기업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중견 기업이 ‘클로드(Claude)’를 핵심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응용 AI 엔지니어들이 신설 기업의 엔지니어링 팀과 협력해 유즈케이스를 발굴하고,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며, 장기적으로 고객 지원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확장 배경…엔터프라이즈 AI 주도권 경쟁 본격화
CIO들에게 이번 변화의 핵심은 AI 벤더가 기존 컨설팅 기업, 시스템 통합(SI) 업체, 매니지드 서비스 제공업체가 맡아온 역할을 점차 대체하고 있는지 여부다. 이번 흐름은 모델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AI 구현 과정에서 더 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다만 대규모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여전히 SI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드러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많은 CIO들이 직면한 문제를 반영한다. AI 파일럿은 빠르게 시작할 수 있지만, 이를 보안과 안정성을 갖춘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수개월에 걸친 통합과 프로세스 작업이 필요하다.
컨설팅 기업 테크아크의 설립자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파이살 카우사는 “엔터프라이즈 IT 구축은 전통적으로 컨설팅이나 자문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라며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엔터프라이즈의 프레임워크와 시장 진출 모델에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우사는 “현재 AI 기업들은 가치 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단순한 IT 공급업체로 전락하기보다는 ‘주도권을 쥔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IDC 아시아태평양 지역 AI·데이터 분석·데이터 부문 리서치 총괄 디피카 기리는 “이번 변화는 엔터프라이즈 AI 전반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AI 모델 기업들이 플랫폼 공급자를 넘어 전체 AI 가치 사슬을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현, 컨설팅, 매니지드 서비스까지 확장함으로써 단순 기술 공급을 넘어 기업의 실제 성과에 더 밀접하게 관여하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카우사는 일부 IT 서비스 기업들이 AI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기술의 불확실성과 역할 축소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는 “시장 진출 전략의 변화 속에서 AI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입 리스크는 낮추지만…‘락인’ 심화 우려
AI 모델 기업으로부터 직접 서비스를 도입하면 초기 구축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카덴스 인터내셔널의 수석 부사장 툴리카 쉴은 “기업이 더 긴밀한 통합과 전문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구축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편의성은 장기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쉴은 “모델부터 데이터 파이프라인, 워크플로우에 이르기까지 전체 스택 전반에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락인이 강화돼, 큰 혼란 없이 벤더를 교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부사장이자 파트너인 닐 샤는 “AI 모델 기업들은 사용량 기반 비즈니스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간 결합을 강화하며 기업 고객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계층을 직접 통제하면 기업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둘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요구와 문제, 업무 방식까지 직접 이해해 모델 최적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DC의 기리는 락인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의 전략적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리는 “모듈형 아키텍처를 통해 모델 계층은 점차 추상화할 수 있지만, 락인을 피하려면 의도적인 설계 선택이 필요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모델뿐 아니라 데이터 파이프라인, 워크플로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까지 포함한 전체 스택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흐름은 엔터프라이즈 AI가 여전히 많은 구현 작업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쉴은 “생성형 AI 플랫폼은 강력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하려면 기업 내부 데이터와 워크플로우, 거버넌스 시스템과의 깊은 통합이 필수적”이라며 “이는 모델 성능과 실제 현장 적용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변화는 CIO들이 단순히 어떤 AI 모델의 성능이 더 뛰어난지를 넘어서, 해당 모델이 기업 시스템에 적용된 이후 구현과 운영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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