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스토리지가 지난 23일 사명을 에버퓨어로 변경하고 데이터 분류 기업 1터치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단순 스토리지를 넘어, 기업이 AI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 역량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버퓨어로 새롭게 출범한 퓨어스토리지는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서 주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가트너는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 분석을 통해 에버퓨어를 ‘리더’ 부문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위치로 선정했다. 기가옴(GigaOm)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프라이머리 스토리지 보고서에서도 핵심 기능 부문 최고 등급을 받았고, 신규 기능 부문에서는 공동 2위를 기록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에버퓨어는 전년 대비 15.5% 성장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용 스토리지 기업이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HPE를 제치고 델, 화웨이, 넷앱에 이어 업계 4위로 올라섰다.
에버퓨어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사업부 총괄 프라카시 다르지는 사명 변경 배경에 대해 “스토리지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동안 데이터 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에버퓨어를 스토리지 업체로만 인식했다. 다르지는 “기존 사명이 사업 확장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카테고리 확장 방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에버퓨어라는 새 이름은 기존 ‘퓨어’ 브랜드의 인지도에, 구독형 스토리지 제품군 ‘에버그린’의 ‘에버’를 결합한 결과다.
“좋은 AI는 좋은 데이터에서 시작”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도입을 담당하는 고위 의사결정자 1,250명 가운데 68%는 고품질 데이터에 대한 접근 부족을 AI 도입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시스코가 지난해 10월 8,000명 이상의 AI 리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AI 에이전트를 위해 실시간 통합이 가능한 중앙집중형 정제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IDC는 2027년까지 고품질의 AI 준비 데이터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기업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솔루션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성이 최대 1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망 컨설팅 기업 서큘러 테크놀로지(Circular Technology)의 글로벌 리서치 및 시장 인텔리전스 총괄 브래드 개스트워스는 “모든 기업이 AI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데이터가 분산돼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AI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에버퓨어가 스토리지를 구조화되고 지능적인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개념 증명(PoC)에서 실제 운영 AI로 넘어가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개스트워스는 스토리지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제품 통합을 완성하는 과제도 있지만, 상업적 측면의 변화도 필요하다. 영업 조직은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설명해야 하고, 고객은 예산 편성 방식을 바꿔야 하며, 시장에는 이를 입증할 사례가 요구된다”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 플랫폼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개스트워스는 “차별화는 기술 스택 내 어느 계층에 위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버퓨어가 상위에 별도 도구를 덧붙이는 대신, 코어 스토리지 계층에 직접 지능을 내재화할 수 있다면 오히려 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기업이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제어 계층을 데이터에 더 가깝게 두는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학습 단계는 물론 RAG 임베딩, MPC 서버 연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에 원활히 접근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동시에 각 에이전트가 허용된 데이터에만 접근하도록 통제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ZK리서치(ZK Research) 설립자이자 수석 애널리스트 제우스 케라발라는 “에이전틱 AI로의 전환은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데이터 인프라와 긴밀하게 결합해야 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케라발라는 2017년 퓨어스토리지 CEO로 찰스 지안카를로가 취임했을 당시를 언급하며, 그가 이미 AI로 인해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케라발라는 “지안카를로는 스토리지가 AI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추진한 모든 전략은 회사를 진화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졌다”라고 평가했다.
케라발라는 1터치 인수가 이 전략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인수는 기존 스토리지 기반에 다양한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더해준다. 데이터 탐색, 데이터 분류, 그리고 AI에 적합한 데이터 준비 역량이 포함된다. 에버퓨어는 이전까지 이 기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에버퓨어의 다르지도 AI 시대에는 데이터 관리 기능이 스토리지와 더욱 밀접하게 결합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에버퓨어가 이제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밝혔다.
다르지는 “현재 파일이나 오브젝트의 보안은 해당 객체에 연결돼 있으며, 스토리지 시스템의 보안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 특정 에이전트만 구매 주문서를 볼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면, 스토리지 보안이 곧 AI 보안과 직결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파일이 특정 금액의 구매 주문서라는 사실과 같은 메타데이터를 함께 관리해야 할 경우, 이 정보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르지는 “해당 정보를 외부에 따로 저장하면 에이전트는 먼저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한 뒤 다시 스토리지에 접근해야 한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데이터 분류 정보와 추가 맥락, 보강 정보가 스토리지 계층 바로 옆에 위치한다면 AI가 이를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1터치의 경쟁사는 개인정보 식별 정보(PII) 탐지처럼 특정 영역에 특화된 기능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1터치는 보다 유연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 기업이 자체 요구사항에 맞게 데이터 분류 체계를 조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 보호와 보안을 위해 즉시 사용 가능한 모델이 있지만, 고객은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포함해 다른 분류기를 적용할 수도 있다. 다르지는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플러그형으로 연동할 수 있는 구조”라며 “예를 들어 엑스레이 이미지에서 골절 여부를 분류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아키텍처 측면에서 매우 개방적인 구조”라고 밝혔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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