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독점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계속해서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정확히 어떤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공개됐다.
IT 매체 더버지(The Verge)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MS의 사업 계약, 라이선스 정책, 제품 간 상호운용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AI, 보안, 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윈도우와 오피스를 포함한 제품 번들링(끼워팔기) 관행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약 1년 반 동안 진행돼 온 반독점 조사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FTC는 MS가 여러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경쟁사의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더 어렵고 비싸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산업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1914년 제정된 FTC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경쟁 제한·AI 묶음 판매정조준
FTC는 2024년 11월 MS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조사 강도를 더욱 높였다. 사업용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활동하는 6개 이상의 경쟁 기업에 민사조사요구서(CID)를 발부한 것이다. CID는 미국 정부 기관이 민사법 위반 가능성을 조사할 때 사용하는 강력한 조사 수단으로, 소환장과 유사한 효력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정식 고발이나 소송에 앞서 활용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CID에는 MS의 라이선스 정책과 사업 관행 전반에 관한 다양한 질문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15개 이상의 질문으로 구성되며, 일부 항목은 여러 세부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FTC는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경쟁 기업들의 조직도, 제품 로드맵, 사업 및 마케팅 전략은 물론 번들링, 가격 정책, 할인 전략, 수익성 계획에 관한 상세 정보도 요구하고 있다.
또한 FTC는 경쟁 기업들이 MS 중심 시장에 진입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진입 비용과 확장 장벽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CID에는 MS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회사의 정책, 번들링 방식, 상호운용성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문서 제출 요구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FTC는 업계의 AI 제품과 서비스 현황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와 같은 기존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추가 기능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범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FTC는 MS의 데이터센터 운영 현황, 컴퓨팅 용량 제약, AI 연구개발 및 투자 규모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MS는 오픈AI에 수십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고 챗GPT 기반 기능을 자사 제품군에 적용하는 한편, 자체 AI 연구는 점진적으로 축소해 왔다.
FTC는 이러한 협력 관계가 시장 경쟁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나아가 반독점 심사를 거쳤어야 할 사실상의 비공개 합병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되는 반독점 논란
FTC는 2024년 말 MS에 첫 번째 CID를 발부하며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약 10년간의 사업 운영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규제 당국은 특히 MS가 오랫동안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오피스와 보안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서비스와 묶어 판매해 온 관행, 그리고 고객이 경쟁 서비스로 전환하기 어렵도록 라이선스 구조를 설계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MS가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이버보안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활용해 경쟁사를 불리한 위치에 놓은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는 불공정 경쟁 행위이자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
MS는 오랫동안 제품 끼워팔기와 제한적인 사업 관행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스티드 프로바이더(Listed Providers)’ 프로그램이다. 이 정책은 일부 MS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를 AWS, 구글(Google), 알리바바(Alibaba) 등 경쟁사의 호스팅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제한 대상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 윈도우 데스크톱 운영체제(OS), 윈도우 서버(Windows Server),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전용 클라우드 환경에 배포할 수 있었지만, MS는 2019년 10월부터 소프트웨어 어슈어런스(Software Assurance·SA)와 모빌리티 권한이 포함된 라이선스를 구매한 고객에게만 이를 허용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구독 상품 전략이 지적된다. IT 시장조사업체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자문 연구원 스콧 비클리는 MS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이크로소프트 365 E3보다 상위 구독 상품인 마이크로소프트 365 E5 구매가 사실상 유일하게 경제적인 단기 선택지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클리는 “MS는 ‘허락을 구하기보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용서를 구한다’는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업”이라며 “막대한 규모의 시장 영향력을 활용해 고객에게 번들 제품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사는 리나 칸 전 FTC 위원장 재임 시절 시작됐으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규제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MS의 반독점 논란은 거의 3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1998년에는 미국 법무부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윈도우 운영체제에 끼워팔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서 분리해야 했다.
비클리는 “MS의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향후 규제 당국의 관심은 코파일럿(Copilot)과 오픈AI 서비스 같은 AI 기능의 번들링 및 통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비클리는 “이들 서비스의 사용량 측정 기준은 모호할 수 있으며, IT 관리자가 비활성화하기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S를 반독점법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시험해 온 상습적 위반 기업이라고 표현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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