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급등하는 낙관론이 전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촉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만약 업계가 갑작스러운 조정을 맞을 경우 미래의 잠재적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주 영국의 중앙은행 영국은행(Bank of England, BoE)이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는 두 차례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영국은행은 24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AI가 기술 산업 전반은 물론 그 밖의 영역까지도 금융적 의존도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중심에는 AI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AI가 요구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충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조 2,000억 달러(약 7,400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행은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부채를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며 우려를 표했다.
데이터센터 산업에 투입되는 금액은 과거 어느 기술 투자 붐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영국은행은 만약 AI 시장이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조정을 겪는다면, 해당 대출을 제공한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고, 이는 더 큰 경제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영국은행 관계자는 24일 블룸버그를 통해, 현재 영국은행이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대출 규모와 주요 기업 간 금융적 연계 구조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가 유지될 때만 유효한 경제 논리
영국은행의 시각에서 보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부동산 개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요가 높을 때는 경제성이 확보되지만, 수요가 떨어지면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거대한 건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에너지 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희토류, 구리 등 주요 금속 자원의 수요까지 더해지면, 경기 침체 시 데이터센터는 ‘역사상 가장 비싼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영국은행은 2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 관련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예상대로 부채 기반의 AI 인프라 확장이 현실화된다면, 그로 인한 금융 불안정성의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 대규모 연산 능력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기업들은, 알고리즘 혁신이나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크게 재평가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AI 컨설팅 기업 에이아이리절츠(aiRESULTS)의 CEO 매트 하산은 “근본적인 문제는 AI의 등장 속도에 있다”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점진적인 확장이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경쟁적 질주’에 가깝다”라고 파운드리 산하 언론사 네트워크월드에 밝혔다.
닷컴 버블보다 더 큰 충격 가능성
닷컴 버블 붕괴는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당시에는 나스닥 지수가 큰 타격을 입고 기술 투자가 위축됐지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반면 AI는 대기업들이 사업의 미래를 그 가능성에 걸고 있어,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
하산은 “대형 AI 인프라 제공업체에 대한 의존은 곧 그들의 부채 안정성에 간접적으로 노출된다는 의미”라며 “만약 시장 조정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이들 서비스에 의존하는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미국의 다른 산업 분야 자금 흐름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국내 제조업 복원’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또한 오픈AI 같은 스타트업에 과도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비판하며, 이로 인한 시장 급락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거품이 기술 발전 과정의 필수적인 단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닷컴 버블 붕괴뿐 아니라, 같은 시기 인터넷 및 통신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있었던 것처럼, AI 역시 일정 수준의 과열과 조정을 거치며 산업이 성숙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시장이 갑작스럽게 붕괴하지 않고 점진적인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AI 데이터센터 용량 부족이 아니라, 저장장치 같은 관련 기술의 한계가 성장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AI와 데이터센터 시장이 부채 급증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향후 소수의 안정적인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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