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개월간 블록(Block) 등 같은 유명 기업이 수천 명 규모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들 기업은 AI가 기존 직원이 수행하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AI가 장기적으로 일자리와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향후 몇 년간 AI로 인한 고용 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매년 3,200만 개 일자리가 AI에 의해 크게 재편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2028년 또는 2029년부터는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보다 새로 창출하는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 AI 전략팀의 애널리스트 네이트 수다는 “많은 IT 직무가 AI로 인해 변화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특히 서비스 데스크, 비즈니스 분석가, 프로젝트 관리자처럼 워크플로 중심의 역할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다는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IT 직무는 티켓 처리, 문서 작성, 상태 보고 템플릿처럼 산출물이 정형화된 워크플로 중심 업무”라며 “이러한 반복 업무는 점점 자동화될 것이고, 그 결과 인력 규모는 줄어드는 대신 인력의 역할은 지식 큐레이션, 예외 처리, 워크플로 설계, 특히 부서 간 협업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IT 직무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블록 사례처럼 대규모 감원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트너는 자동화 효율성 때문에 기업이 대규모로 인력을 AI로 대체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수다는 “가트너가 2025년 140만 건의 해고를 추적한 결과,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때문인 사례는 1% 미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황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속도보다 직무를 바꾸는 속도가 더 빠른 단계”라며 “단기적으로 핵심 이슈는 대량 해고가 아니라 직무 재설계, 신규 채용 축소, 역할 통합”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신규 채용 축소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보류하는 흐름은 최근 레쥬메닷오알지(Resume.org)가 미국 기업 리더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전체 기업의 약 21%는 AI 도입 이후 저연차 직원 채용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또한 절반의 기업은 2027년까지 저연차 직원 채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개 기업 중 1곳은 2026년 말까지 조직 내 저연차 역할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AI 기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해고 증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감원은 다른 방식으로 AI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수다는 “최근 AI로 인한 것으로 알려진 감원 사례 중 일부는 생산성 향상 때문이라기보다, 기업이 AI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라클(Oracle)이 AI 관련 데이터센터 확장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수천 명 규모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다는 “특히 빅테크 기업은 인재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부의 역할을 줄이고, AI와 연계된 완전히 새로운 시장 기회로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빅테크가 아닌 기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수다는 “AI가 가져오는 효율성이 아직 대부분의 조직에서 인력 대체를 가능하게 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AI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컨설팅을 직접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운송 회사가 이를 근거로 인력을 줄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AI로 직원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감도 나타나고 있다. IT 교육업체 유다시티(Udacity)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영진과 관리자, 현장 직원 대다수는 AI 도구로 전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사람과 함께 일하기를 선호했다. 전체 인력을 AI로 대체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9%에 그쳤다.
직무 재편
일부 IT 직무는 축소 위험에 놓여 있지만, 더 많은 직무는 향후 몇 년간 AI로 인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네이트 수다는 전망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AI가 맡게 되면서, 다수의 시니어 IT 전문가는 역할 범위가 확대되고 보다 교차 기능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AI는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비즈니스 분석이나 제품 관리와 같은 인접 영역까지 업무를 확장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수다는 “이전에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수행할 수 없었던 업무를 이제는 할 수 있게 된다”라며 “핵심 역량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인력은 AI를 활용해 그 역량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역할 통합’은 이러한 변화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니어 IT 인력은 AI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역량을 더 빠르게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I를 활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단기간에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트너는 향후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네 가지 AI 업무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최소 인력으로 조직을 운영하되, AI가 수행하지 못하는 영역을 사람이 보완하는 모델이다. 두 번째는 기존과 유사한 인력 구조를 유지하면서, 사람이 AI를 활용해 더 많은 양과 더 높은 품질의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혁신적인 인력이 AI와 협업해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그 결과 업무 전반이 크게 변혁되는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조직은 극소수 인력만 두거나 사실상 무인에 가까운 구조로 운영하며, 대부분의 업무를 AI가 수행하는 형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수다는 “많은 조직이 사업부 특성과 필요에 따라 이 네 가지 모델을 혼합해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CIO에 대한 핵심 메시지도 제시했다. 수다는 CIO가 인사 부서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AI 전략의 성패는 HR 책임자와의 관계와 협업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CIO는 AI가 IT 직무별로 서로 다른 방식과 속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다는 “CIO가 수립하는 인력 계획은 기능별로 차별화돼야 한다”라며 “서비스 데스크의 장기적 모습은 코딩 직무와 크게 다를 것이고, 프로젝트 관리나 제품 직무 역시 또 다른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IT 직무, 단기적 영향 불가피
가트너의 전망은 여러 IT 리더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HR 플랫폼 기업 클릭보딩(Click Boarding)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담 와크텔은 주니어 엔지니어, 저연차 QA 테스터, 네트워크 관리자 등 다수의 저연차 IT 직무가 단기적으로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크텔은 “이들 직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통합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AI 에이전트는 인력 규모를 줄이는 데 활용되겠지만, 당분간은 인간의 개입과 모니터링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전트형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지식 이전을 촉진하며, 근무 시간 외 지원까지 가능해진다”며 “결과적으로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와크텔은 IT 리더가 AI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디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트렌드가 형성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미래 변화에 대비해 리더십과 동료, 조직 구성원을 준비시키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팀원이 업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AI 도구를 활용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만큼, AI 활용에 대한 기대 수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일도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플랫폼 벤더 도모(Domo)의 최고디자인책임자이자 미래학자인 크리스 윌리스는 AI가 조직 전반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윌리스는 “대규모 조직은 각자가 맡은 역할 안에 머물도록 설계돼 왔다”라며 “그러나 AI는 그런 경계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윌리스는 데이터 준비, 대시보드 유지관리, 티켓 기반 지원과 같은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업무는 AI가 상당 부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AI와 챗봇이 기본적인 문제 해결, 데이터 추출 스크립트 작성, 반복적 분석 지원, QA, 인프라 모니터링 등을 보다 수월하게 처리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윌리스는 “AI가 IT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AI는 IT 업무에서 마찰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IT가 AI 시스템 거버넌스, 비즈니스 로직 정의, 데이터 품질 확보, 모델 리스크 관리처럼 더 높은 가치와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스는 IT 리더가 조직 내 혼란을 줄이면서 동시에 조직 지능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IO는 팀 내 AI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분산된 AI 도구를 통제 가능한 소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며, 핵심 프로세스에는 명확한 인간 개입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윌리스는 “역사는 대규모 기술 혁신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인력 감축이 아니라 역량 재설계였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가까운 미래에도 일부 업무는 자동화되겠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며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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