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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멀티 벤더 프로젝트 실패, 대부분은 ‘거버넌스’에서 시작된다

벤더가 프로그램을 스스로 바로잡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이는 조용히 누적되는 비용일 뿐이며, 회의실 안의 모두가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착각을 유지하는 동안 그 부담은 계속 커진다.

필자는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경험했다. 하나는 고객이 이미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설 근거와 표현을 필요로 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아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다. 후자의 경우 프로그램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고, 벤더는 전문적으로 보이며, 운영위원회 회의도 제시간에 진행된다. 그러나 경고 신호는 이미 곳곳에 드러나 있으며, 누군가 이를 짚어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두 번째 상황이 더 중요하다. 아직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그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이 놓치는 경고 신호는 설계 단계에서 나타난다

초기의 신호는 일정 지연이나 산출물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언어’에서 드러난다. 상태 보고서나 운영위원회 자료에 ‘프로젝트 정상화 방안(path to green)’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는 이미 프로젝트가 정상 상태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실행을 관리하는 단계에서 ‘서사를 관리하는 단계’로 전환된 셈이다.

운영위원회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회의가 다음 달 전망이 아닌 지난달 결과 보고에 집중된다면, 리더십은 의사결정 주체가 아니라 단순한 청중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경우 벤더가 의제 설정, 메시지 구성, 정보 공개 주기를 사실상 통제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신호는 프로그램 스폰서가 벤더가 아닌 내부 보고를 통해 주요 문제를 인지하는 경우다. 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넘어, 어떤 정보를 공유할지에 대한 의도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패턴이 SAP, 오라클, 세일즈포스 기반 프로젝트에서 나타난다면, 거버넌스의 핵심인 신뢰는 이미 무너진 상태다.

이러한 신호가 보이면 다음 운영위원회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독립적으로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요구해야 하며, 벤더에게 ‘보고’가 아닌 ‘예측’을 요구해야 한다. 만약 60일 후 프로젝트 상태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벤더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고객의 인식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총괄 조정자 역할, 해결되지 않은 이해충돌 문제

액센추어, 딜로이트, PwC 등 다수의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참여하는 멀티 벤더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 총괄 조정자, 즉 프로그램 통합 코디네이터는 고객의 문제, 다른 벤더의 한계, 외부 의존성 지연 등을 빠르게 지적한다. 그러나 정작 자사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직설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이해충돌이다. 총괄 조정 역할을 맡은 기업은 소위 업무 범위 정의서로 불리는 자체 업무 범위(Statement Of Work, SOW)를 수행 책임도 동시에 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버넌스 권한으로 확보한 정보 접근성과 보고 권한을 바탕으로, 자사 리스크를 방어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총괄 조정자 역할은 반드시 벤더의 수행 역할과 구조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결과에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통합 관리 조직을 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기존 벤더 내에서 별도 조직이나 인력을 지정하되, 해당 조직이 자사 리더십이 아닌 고객에게 직접 보고하고 운영위원회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 구조에는 완벽한 방화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해당 역할이나 팀이 자사에 불리한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고객의 문제를 제기할 때와 동일한 긴급도로 이를 공유하거나 상향 보고하는지, 혹은 자사 이슈는 숨기고 타 조직의 문제만 부각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자사 전달 조직의 실패까지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에스컬레이션하는 총괄 조정자라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고객과 타 벤더의 문제만 지적한다면, 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사 계약을 방어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다음 SOW 체결 이전에 이러한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총괄 조정자 역할을 수행 역할과 분리해 정의하고, 담당 인력이나 조직을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또한 보고 체계를 고객 직속으로 설정하고, 실제로 해당 역할이 수행되고 있는지 행동 기준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기다림은 중립이 아니다

대응을 미루는 데 따른 비용은 많은 기업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여러 시스템 통합업체가 동시에 참여하는 멀티 벤더 환경에서는 일정이 한 달만 지연돼도 기업별로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범위 확장이 아니라, 거버넌스가 일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상업적 리스크는 더 이른 시점부터 나타난다.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통합 계획이 불안정하면, 벤더는 가격 산정의 기준점을 확보할 수 없다. 그 결과 동일 범위에도 시간·자재 기반 견적과 고정가 견적 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가격 차이가 아니라, 거버넌스 불확실성을 계약 조건으로 전가한 것이다. 결국 그 부담은 고객이 떠안게 된다.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현장 팀이 대체로 전문적이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과 인센티브 구조에 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프로그램 매니저는 추가 자원 투입이나 조직 간 비용 집행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 이들의 역할은 관계를 유지하고 수익성을 관리하는 것이며, 고객 프로젝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과는 다르다.

효과적인 개입은 ‘리더십’에서 시작된다

문제가 명확해지고 고객이 대응을 결정했다면, 실제 변화를 이끄는 것은 거버넌스 문서나 정기 회의가 아니라 고객과 벤더 최고 경영진 간의 직접적인 대화다. 이는 일상 운영을 담당하지 않지만,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임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대화가 효과적인 이유는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기 때문이다. 벤더의 산업 책임자나 파트너는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 사례로 만들어야 하며, 실패는 조직 내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실행 조직이 갖지 못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최우수 인력 투입, 계약 범위를 넘어선 비용 부담, 신속한 인력 재배치 등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개입은 구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양측 고위 임원이 참여하고, 신규 인력 투입을 통해 벤더의 투자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한다. 동시에 프로젝트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일정 주기로 점검을 이어가고, 양측 모두에 시간 기반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프로젝트뿐 아니라 파트너십 자체도 평가 대상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일회성 회의가 아니라 지속적인 리더십 개입이며, 기존 거버넌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회복 신호

리더십 간 논의가 효과를 발휘했다면, 그 결과는 벤더의 대응 방식에서 드러난다. 단순한 낙관적 계획이나 약속이 아니라, 실패 지점과 개선 방안, 그리고 고객 측의 성과 격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자사 책임만 인정하는 벤더는 여전히 관계 관리에 머무른다. 반면 자사 실패와 고객의 개선 필요사항을 동시에 명확히 제시하는 벤더는 공동 책임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신뢰의 기준이다.

프로젝트 실패는 대부분 양측 요인이 결합해 발생한다. 지연된 의사결정, 부족한 내부 자원, 설계 이후 변경된 요구사항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소를 자사 문제와 함께 제시하는 벤더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 개선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경영진 회의 결과가 단순한 약속과 형식적인 의지 표명에 그친다면, 지속적으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 개입은 구체적인 문제 인정, 명확한 자원 배정, 그리고 양측 모두를 향한 냉정한 평가에서 드러난다.

최종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중간에서 판단하는 역할’ 필요

모든 과정에서 최종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 총괄 조정자는 실행과 통합을 책임지지만, 판단 자체를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 이는 단순한 역할 구분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본질이다.

벤더의 상태 보고서는 중립적인 데이터가 아니다. 이는 보상, 향후 계약, 개인의 평판이 걸린 사람들이 구성한 ‘의도된 서사’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도 중요하지만, 빠져 있는 내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고객은 ‘중간에서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데이터를 검증하고, 교차 확인하며, 보고서가 답하지 않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이 포함됐는지뿐 아니라 무엇이 빠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운영위원회가 좋은 소식만 듣고 있다면, 이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군가 리더십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만 선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고객은 상태 보고가 아닌 예측을 요구해야 한다. 독립적으로 검증 가능한 근거를 확보하고, 벤더가 자사 문제와 고객 문제를 함께 제시할 때 이를 गंभी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경고 신호는 항상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기다림은 결코 전략이 아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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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News

Category: NewsApril 29, 2026
Tags: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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