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에서 출발해 최고위직에 오른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전 CEO 팀 버클리, AT&T에서 기업 및 소비자 부문을 이끌었던 전 최고경영자 서디우스 아로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제 이런 경로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며, CIO가 차기 CEO 후보군으로 지목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09년부터 이 흐름을 분석해 온 딜로이트의 미국 기술 C-스위트 프로그램 총괄인 안잘리 샤이크는 “지금만큼 CIO에게 좋은 시기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은 기업이 수익원을 고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CIO는 매출, 인재 전략, 운영 모델, AI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CIO는 리스크를 다루는데, 이는 다른 C레벨 임원들의 역할과 매우 유사한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이미 CIO의 약 3분의 2는 미래의 CEO 역할 수행에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한 포부를 넘어, CIO가 점점 더 광범위한 책임을 맡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샤이크는 “이제 CIO는 실행, 전략, 조직 문화 전반을 함께 책임지는 역할을 요구받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CIO가 10년 전보다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사회와 CEO가 기술을 점점 더 핵심적인 경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AI 기반 병원 자동화 기업 큐벤투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무딧 가그는 이런 흐름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성과를 내는 CIO라면 CEO와 마찬가지로 전략을 설계하고, 대담한 결정을 내리며, 실행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봤다. 가그는 “이제 CIO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기술 솔루션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및 AI 솔루션 기업 SAS의 CIO인 제이 업처치 역시 조직 내 AI가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CIO의 역할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비즈니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한 뒤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CIO가 운전석에 앉을 때
가그는 CIO 출신 CEO가 조직에 뚜렷한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운영 효율성과 기술 전략을 분리할 수 없는 요소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차별화 요소는 AI를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있다. 실제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 높은 사용례에 집중하고, 파일럿 단계에서 벗어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MIT는 2025년 보고서에서 AI 파일럿의 95%가 실패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조사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기업이 파일럿 단계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 파일럿의 최소 40%를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한 기업은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가그는 CIO가 경영을 주도할 경우, 정체돼 있던 기술 혁신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샤이크는 CIO가 CEO로 올라선다고 해서 특별한 위험 요인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은 한 명의 리더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을 떠맡기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기술 환경이 본질적으로 복잡한 만큼, 그 복잡성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조건
미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은퇴 커뮤니티 및 요양 기업 잉글사이드의 CIO 두산카 델롭스카-트라이코바는 “CIO로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고 해서 곧바로 CEO 역할에 준비됐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CEO는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 외부의 신뢰를 구축하며,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직원과 고객, 투자자, 이사회에 전달할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라고 언급했다.
델롭스카-트라이코바는 최고위직을 목표로 하는 CIO라면 CEO 선임 과정에서 눈에 띄고 신뢰받는 후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스스로를 포지셔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렵고, 이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혼자 힘으로 넘기에는 쉽지 않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샤이크는 CIO 직책이 이미 충분히 존중받고 있지만,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본다면 사고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핵심은 효과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다른 리더들과 협력하며, 스토리를 만들고, 기술 관련 결정을 비즈니스 성과로 풀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 CIO로서 쌓아온 경험 자체가 기업 차원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샤이크는 또한 이 같은 흐름이 기술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기술 업계 밖에서는 변화가 더디게 보였지만, 다양한 산업에서 CIO가 경영 리더로 부상하는 사례를 점점 더 자주 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한 COO 등 다른 C레벨 임원 역시 기업을 이끌 위치에 오를 수 있지만, 가그는 CIO 가운데 CEO로 성공적으로 나아간 인물들이 분명한 투자 대비 수익(ROI)을 바탕으로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를 입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야말로 이사회가 정확히 원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업처치는 CIO가 혼자 모든 것을 끌고 가는 리더가 아니라, 다른 C레벨 임원과의 협력을 통해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CTO에게서는 고객이 어떻게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배우고, CMO에게서는 다가올 변화를 어떻게 시장에 전달할지에 대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처치는 지금이야말로 AI에 정통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발휘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처치는 자신의 출발점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IO의 역할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부담도 크고 여유가 없을 수 있지만,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Read More from This Article: 기술을 아는 경영자, CIO 출신 CEO가 주목받는 이유
Sourc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