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광고 무대로 꼽힌다. 올해 초 열린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의 시청자는 약 1억 2,500만 명이었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최소 28억 명이 대회 일부를 시청했다. 올해는 이 수치가 최소 60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청자 수조차 세계적인 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투입하는 규모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탄산음료와 스포츠웨어, 자동차, 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월드컵을 무대로 대규모 광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만 FIFA 월드컵 광고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기업 가운데 하나인 오픈AI와 구글은 LLM의 성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오픈AI는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등장시켜 챗GPT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아르헨티나 국기 색으로 바꾸는 광고를 선보였다. 반면 구글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후원하고, 제미나이가 팬의 관점에서 경기 관련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모델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자연스럽다. AI를 적용한 구글 지도와 구글 번역은 낯선 도시를 이동하거나 현지 언어로 의사소통해야 하는 해외 팬들에게 이미 큰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기업은 월드컵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AI 활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기 뒤에서 활약하는 AI
레노버는 경기 중 생성되는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2,000개 이상의 지표로 가공하는 ‘풋볼 AI 프로(Football AI Pro)’를 공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각 국가대표팀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플랫폼에 탑재된 AI 에이전트는 분석 결과를 자연어 설명과 그래픽, 애니메이션 기반 시뮬레이션 형태로 제공한다.
레노버 글로벌 CIO 아트 후(Art Hu)는 “대표팀은 이전 경기에서 나타난 전술적 의사결정 장면을 현재 경기와 비교해 분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후에 따르면 FIFA와의 프로젝트 논의는 2022년 시작됐다. 당시 레노버는 이미 포뮬러1(F1), 두카티(Ducati),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Carolina Hurricanes) 등 다양한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며 관련 경험을 쌓고 있었다. FIFA 프로젝트 역시 레노버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AI 기반 통계 분석과 인사이트를 48개 참가국 모두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후는 “이 정도 수준으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포츠 종목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심판진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레노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1,200명 이상의 선수를 AI 기반 3D 아바타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심판은 선수나 비디오판독(VAR) 카메라의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판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후는 “선수 아바타는 중요한 순간에 더 풍부한 맥락과 이해를 제공한다”라며 “이번 대회 오프사이드 판독 리플레이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후는 조별리그와 대회가 종료된 이후 FIFA가 추가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현재로서는 풋볼 AI 프로가 각 대표팀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우승팀이 결정된 이후에도 플랫폼의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후는 “풋볼 AI 프로는 레노버의 AI 팩토리를 기반으로 개발됐다”라며 “기반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맞춤형 멀티 에이전트 AI 엔진이 필요한 다른 솔루션에도 재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 경기장 밖에서도 팬 안전 지원
AI는 경기장 밖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의 개최 도시에는 약 500만 명의 팬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관광객들은 본능적으로 모국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 응급 구조 기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래피드SOS(RapidSOS)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긴급 대응 기관이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 등 중요한 상황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통화 내용에서 긴급 상황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관계 기관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월드컵과 같은 대형 행사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구조대뿐 아니라 FIFA, 경기장 운영사, 팬이 이용하는 주요 시설 운영 기관에도 전달된다. 특히 래피드SOS는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하고 핵심 내용을 추출하는 것은 물론, 음성 통화를 최대 50개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 경기 당일처럼 통화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이 기능은 경기장처럼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통화 음질이 좋지 않을 때도 작동한다.
래피드SOS 최고기술책임자(CTO) 잭 라밸리는 “실제 신고 사례를 기반으로 생성한 방대한 합성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있다”라며 “지역별 언어 환경에 맞춰 서로 다른 번역 및 음성인식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샌안토니오는 보스턴과 다른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밸리는 래피드SOS가 기존 팬 지원 서비스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적절한 언어를 구사하는 담당자를 찾는 데 수분이 걸리는 상황이라면 AI가 빠르고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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