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AI 에이전트의 해로 불릴 만큼 변화가 두드러졌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던 챗봇은 이제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디지털 전환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형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벤더 역시 이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내셔널 리서치 그룹이 3,000명 이상의 고위 리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원의 절반 이상이 이미 조직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AI 예산의 절반 이상을 AI 에이전트에 투입하는 기업 가운데 88%는 최소 하나 이상의 활용 사례에서 투자 대비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요 적용 분야로는 고객 서비스와 고객 경험, 마케팅,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이 꼽혔다.
소프트웨어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 속도는 빠르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40%가 에이전트형 AI를 포함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5% 미만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는 수치다. 또한 에이전트형 AI는 2035년까지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며, 2025년 2% 수준에서 4,500억 달러(약 6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는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 기능 전반에서 사용자 지시를 수행하게 되면서, 비즈니스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다루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전체 사용자 경험의 3분의 1은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서 에이전트형 프런트엔드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에이전트형 AI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임베디드 어시스턴트가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DC 역시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다. IDC는 2028년까지 IT 제품과 서비스 상호작용의 45%가 에이전트를 주요 인터페이스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업의 업무 방식뿐 아니라 CIO의 역할과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대하다
금융 서비스 기업 원디지털(OneDigital)에서는 AI 에이전트를 사실상 사람과 유사한 존재로 다루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제품책임자 비나이 기드와니는 이미 AI 에이전트를 실제 직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드와니는 이들을 ‘AI 동료’라고 부르기로 결정하고, 기술 조직과 최고인사책임자 산하 인사 조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AI 인력 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 팀은 AI 동료를 채용해 조직에 합류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말하는 ‘채용’은 말 그대로 사람을 뽑는 절차와 유사하다.
첫 단계는 비즈니스 리더와 함께 직무 기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직무 기술서는 AI 에이전트에 입력되며, 이후 해당 에이전트는 ‘인턴’ 단계로 분류된다.
기드와니는 현재 회사에서 다수의 AI 인턴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성과 기준을 충족하면 ‘수습’ 단계로 승격되며, 이 과정에서 회사의 모범 사례와 가이드라인, 성격 설정이 적용된다. 또한 교육과 훈련, 수행 결과 점검, 개선 계획 수립을 담당하는 인간 감독자도 함께 배정된다.
다음 단계는 정규 AI 동료다. 이 단계에 이르면 회사 내 누구나 해당 AI 동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직원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각 AI 동료의 역량을 확인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바로 적합한 AI 동료를 선택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임직원 복지 전문가 역할을 맡은 ‘벤’이다. 벤은 직원 복지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학습한 AI 동료다.
기드와니는 회사의 복지 컨설턴트가 매일 고객을 직접 만나고 있다며, 벤은 이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비용 절감 전략이나 보험사와의 협상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을 컨설턴트의 사고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이와 유사한 AI 동료는 은퇴 설계나 재산·손해보험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들 에이전트는 회사의 핵심 사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내부에서 직접 구축됐다. 반면 법무나 마케팅 콘텐츠 제작처럼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핵심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영역에서는 외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서드파티 AI 에이전트를 코딩 보조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기드와니는 이러한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인간 컨설턴트나 외부 계약자를 채용하는 관점에서 판단하며, 조직 문화에 적합한지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일부 경우에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있는 인간 직원은 제한된 인원과만 상호작용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명의 직원과 동시에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드와니는 실제 사람을 채용할 때와 동일한 수준의 검증과 엄격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겉보기에는 기술 기업처럼 보이는 벤더가 실질적으로는 인력 공급 업체와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며, 사람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만큼 그에 맞는 기준으로 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가 인간 컨설턴트와 닮은 또 다른 점은 조직을 떠날 때 축적된 전문성을 함께 가져간다는 점이다. 기드와니는 데이터는 내려받을 수 있지만, 에이전트가 운영 과정에서 얻은 미세 조정 결과나 개선 사항까지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서드파티 에이전트에서 이러한 자산을 추출하는 방법이 없을 수도 있으며, 이는 AI 벤더 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기업 제이비굿윈 리얼터스(JBGoodwin Realtors)의 기술·운영 담당 부사장 에드워드 털 역시 AI 에이전트를 사람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팀원처럼 바라보고 있으며, 부서 전반에 걸쳐 도입이 확대되면 에이전트끼리 서로 대화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이 점점 사람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제이비굿윈 리얼터스는 두 개의 주요 플랫폼을 통해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피어(Zapier)를 활용해 자체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있으며, 허브스팟(HubSpot)은 사전 구축된 AaaS 형태의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있다. 털은 리드 강화 에이전트와 워크플로 에이전트가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추가 도입에도 열려 있다. 털은 특정 회계 소프트웨어와 연동되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이를 채용할 수 있으며, 이미 사용 중인 시스템과 연결된 상태로 즉시 활용 가능한 마케팅 코디네이터형 에이전트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이전트 도입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역할 역시 기술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구축 작업보다는 거버넌스와 관리, 그리고 AI 환경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AI 에이전트를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간 직원에 가깝게 인식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퍼블리시스 사피엔트(Publicis Sapient)의 최고제품책임자 셸던 몬테이로는 에이전트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마치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 유사한 접근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에이전트를 도입할지, 어떻게 교육할지, 각 사업 부문이 실제로 가치를 얻고 있는지, 언제 교체할지를 지속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처럼 하나의 플랫폼을 도입해 장기간 유지하던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몬테이로는 이러한 변화로 기술 솔루션 관리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업에는 에이전트형 직원을 전담하는 최고인사책임자에 해당하는 역할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이 아닌 성과를 관리
비투이티(Vituity)는 600개 병원, 1만 3,800명의 직원, 약 1,400만 명의 환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규모의 민간 의료 그룹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자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동시에, AaaS 형태의 범용 에이전트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다만 비투이티의 CIO 아미트 네어는 AI 에이전트를 사람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에이전트에는 감정이 없으며, 범용 인공지능 역시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어는 핵심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정 업무에 대해 기대하는 결과를 정의하면, 에이전트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직원에게 성과 책임을 묻는 방식과 다르지 않지만, 에이전트를 직접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이전트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에이전트는 오케스트레이션 대상이며, 필요에 따라 연결하고 교체할 수 있다. 네어는 에이전트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맥락을 이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에이전트를 해당 환경에 맞게 정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투이티는 핵심 업무, 특히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워크아토(Workato)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과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전트 플랫폼을 활용해 HIPAA 인증을 받은 LLM 환경 내부에서 자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공공 데이터와 연관된 업무에서는 세일즈포스와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범용 에이전트를 활용한다. 이와 함께 코딩 업무에서는 클로드와 깃허브 코파일럿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네어는 이러한 흐름을 보며 에이전트형 시스템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어는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 표준화를 위한 통합 계층인 MCP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제품 판매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기업이 MCP 커넥터를 통해 자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AI에는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MCP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기업은 결국 데이터를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의 미래
IDC에 따르면, 순수 좌석 기반 과금 모델은 2028년까지 사실상 사라지게 되며, 이로 인해 전체 벤더의 70%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제이비굿윈 리얼터스도 이미 기술 구매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고 에드워드 털은 설명했다. 과거에는 장기 계약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계약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재계약 시 가격 상한선을 두는 선택권을 반드시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SaaS가 단기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유니시스(Unisys)의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솔루션 담당 수석부사장 파트리치아 소비라는 기업들이 현재의 기술 인프라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SaaS 중심 전략을 전면 폐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모두 버리고 곧바로 에이전트 중심 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흐름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사람은 변화에 더디고, 조직은 그보다 더 느리게 움직인다. 여전히 많은 조직이 레거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항공청은 플로피 디스크를 제거하고 윈도우 95 기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대규모 현대화 계획을 최근 발표했으며, 이 작업에만 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업의 무게중심은 점차 에이전트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금 흐름과 혁신, 신규 환경 구축,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제 구조 역시 함께 변화하게 된다.
소비라는 많은 조직과 리더가 변화의 간극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조직마다 성숙도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일부는 SaaS 중심 사고방식에 머문 채 안정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다 진보적인 고객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기업은 매출과 혁신, 만족도 측면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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