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전반에서 AI 도입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조용하지만 심각한 위험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직원이 조직의 관리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AI 도구를 도입하면서 혁신과 관리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성숙한 기업조차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약 10년 전, 기업은 ‘섀도우 IT’라 불리는 현상을 경험했다. 직원이 드롭박스 폴더나 승인되지 않은 SaaS 도구 등을 사용해 복잡한 절차를 우회하고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CIO는 이런 행동이 반항이 아니라 실용적인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직원이 조직의 관리 시스템보다 더 빠르게 혁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오늘날에는 훨씬 복잡한 형태의 ‘비인가 기술’이 등장했다. 승인받지 않은 도구는 더 이상 단순한 앱이 아니라, 학습하고 사고하며 행동하고 판단하는 자율 시스템, 챗봇, LLM, 로우코드 기반 에이전트로 확장됐다. IBM은 섀도우 AI를 “공식적인 IT 승인이나 관리 없이 직원이 사용하는 AI 도구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정의했다.
부서별로 직원이 이런 도구를 활용해 코드 작성, 데이터 요약, 워크플로우 자동화 등을 진행하면서, 기업은 이제 추적되지 않고 스스로 작동하는 시스템 생태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섀도우 IT가 단순히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데 그쳤다면, 섀도우 AI는 의사결정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비인가 기술에서 비인가 AI로의 전환은 CIO, CISO, 내부 감사팀에게 새로운 거버넌스의 경계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자율 에이전트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은 이제 명시적 승인 없이 학습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섀도우 AI가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
섀도우 AI의 폭발적 성장 배경에는 반항이 아니라 접근성 향상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조달 절차, 인프라 구축, IT 부서의 지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브라우저 탭 하나와 API 키만 있으면 된다. 라마 3와 미스트랄 7B 같은 오픈소스 모델은 로컬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고, 상용 LLM도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다. 누구나 몇 분 만에 자동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그 결과, 공식 관리체계 밖에서 조용히 실험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현상을 가속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민주화다. 생성형 AI의 낮은 진입 장벽 덕분에 모든 직원이 잠재적 개발자이자 데이터 과학자가 됐다. 둘째는 조직적 압력이다. 각 사업부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도입하라는 명확한 요구를 받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관리 체계 구축 요구는 부족하다. 셋째는 문화적 강화다. 현대 기업은 절차 준수보다 빠른 실행과 실험정신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트너의 ‘2024년 이후 주요 전략 예측’ 보고서는 “통제되지 않은 AI 실험이 CIO가 반드시 관리와 통제를 통해 대응해야 할 핵심 기업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양상은 과거 클라우드 도입, 로우코드 도구, 섀도우 IT 등에서 나타난 혁신 패턴을 반복하지만, 이번에는 위험 수준이 훨씬 높다. 과거에는 승인받지 않은 앱에서 끝났지만, 이제는 의사결정 알고리즘으로 옮겨가고 있다. CIO가 직면한 과제는 이 에너지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역량으로 전환해 위험으로 커지기 전에 관리 가능한 형태로 흡수하는 것이다.
자동화의 빛 뒤에 숨은 위험
대부분 섀도우 AI는 선의에서 시작된다. 마케팅 분석가는 챗봇을 이용해 캠페인 문구를 작성하고, 재무 담당자는 LLM을 활용해 매출을 예측하며, 개발자는 비공개 API를 통해 티켓 업데이트를 자동화한다. 각각의 시도는 개별적으로 보면 무해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은 자동화가 모이면, 기업의 공식 통제 구조를 조용히 우회하는 ‘무관리 의사결정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데이터 노출
가장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험은 데이터 노출이다. 민감한 정보가 적절한 보호 없이 외부 또는 서드파티 AI 도구로 전송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입력된 데이터는 로그로 남거나 캐시되거나 모델 재학습에 활용되면서 기업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콤프라이즈 2025년 IT 조사 : AI, 데이터, 기업 리스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측면에서 섀도우 AI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 1,000명 이상 직원을 둔 기업의 IT 이사 및 임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약 80%는 이미 AI 관련 데이터 사고를 경험했고, 13%는 그 사고가 재무적 손실이나 고객 신뢰, 평판 훼손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54%는 “AI 학습용 비정형 데이터를 올바르게 식별하고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큰 운영상 과제”라고 밝혔다.
통제되지 않은 자율성
두 번째 위험은 통제되지 않은 자율성이다. 일부 AI 에이전트는 이제 스스로 고객 문의에 답하거나, 거래를 승인하거나, 워크플로우 변경을 실행한다. 의도와 승인 절차의 경계가 흐려질 경우, 자동화는 쉽게 ‘책임 없는 행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규제 준수
세 번째 위험은 감사 가능성의 결여다. 전통적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생성형 AI 시스템은 프롬프트 이력이나 버전 기록을 보존하지 않는다. AI가 생성한 의사결정을 나중에 검토해야 할 때, 재구성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섀도우 AI는 단순히 관리체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감독을 불투명한 자동화로 대체하며 관리체계를 내부에서부터 침식한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탐지하는 방법
섀도우 AI의 본질적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적 애플리케이션처럼 설치나 프로비저닝이 필요하지 않고,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임베디드 스크립트, 개인용 클라우드 계정 등 다양한 형태로 작동한다. 합법적인 워크플로우 속에 섞여 존재하기 때문에 분리하기 어렵고 측정은 더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에게 첫 번째 과제는 통제가 아니라, AI가 조직 내 어디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탐지는 단속이 아니라 가시성 확보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기 전, 기존의 모니터링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다. CASB 솔루션은 비인가 AI 엔드포인트를 탐지할 수 있고, 엔드포인트 관리 도구는 모델 API와 연결된 비정상 실행 파일이나 명령줄 활동을 보안팀에 경고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행동 패턴 인식이다. 감사자나 분석가는 기존 기준선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계정이 갑자기 구조화된 데이터를 외부 도메인으로 전송하거나, 재무 담당자가 생성형 API를 반복적으로 호출하는 경우다.
하지만 탐지는 기술적 과제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과제이기도 하다. 직원은 자신의 AI 사용이 ‘처벌’이 아닌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경향이 강하다. 컴플라이언스 교육이나 자체 평가 과정에 투명한 신고 절차를 포함시키면, 알고리즘 기반 스캔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섀도우 AI는 두려움 속에 가장 잘 숨고, 신뢰 속에서 가장 빨리 드러난다.
혁신을 억제하지 않는 거버넌스
과도한 제한은 혁신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 대부분 조직에서 생성형 AI를 금지하면 오히려 지하로 숨어들어 통제가 더 어려워진다. 목표는 실험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드레일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구조화된 승인 절차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등록 프로세스를 만들어 팀이 사용하는 AI 도구와 목적을 신고하도록 하고,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간단한 위험 검토를 거쳐 ‘AI 승인’ 등급을 부여한다. 이렇게 하면 관리의 초점이 단속에서 협력으로 바뀌며, 회피 대신 투명성을 장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AI 레지스트리 구축이다. 승인된 모델, 데이터 연결, 담당자를 포함한 ‘살아 있는 자산 목록’을 관리 대상으로 전환해 책임이 권한을 따라가도록 만든다. 각 등록된 모델에는 지정 관리자를 두어 데이터 품질, 재학습 주기, 윤리적 사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기업은 규제 준수와 창의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억제의 수단이 아니라 신뢰의 기반으로 전환되고, CIO는 기업의 혁신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섀도우 AI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기
조직이 비인가 AI 활동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했다면, 다음 단계는 발견을 통제된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목표는 실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민첩성과 신뢰를 모두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하고 투명한 프레임워크 안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AI 샌드박스 구축이다. 샌드박스는 직원이 합성 데이터나 익명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을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한된 환경이다. 이런 환경은 일정한 경계 안에서 자유를 제공해,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혁신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
또한 중앙 집중형 AI 게이트웨이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이트웨이는 승인된 도구 전반에서 프롬프트, 모델 출력, 사용 패턴을 기록해 컴플라이언스팀이 검증 가능한 이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며, 대다수 생성형 AI 시스템에서 불가능한 감사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사용 허용 등급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개 LLM은 아이디어 구상이나 비민감한 초안 작성에는 허용할 수 있지만, 고객 데이터나 재무 정보가 포함된 업무는 반드시 승인된 플랫폼 내에서만 수행해야 한다.
탐지가 구조화된 활용 단계로 발전하면, 조직은 호기심을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섀도우 AI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행위’는 단속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을 거버넌스 구조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과정이다.
감사의 관점 : 보이지 않는 것을 기록하다
AI가 일상적 운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내부 감사는 가시성을 보증으로 전환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기술은 변했지만, 증거성, 추적성, 책임성이라는 핵심 감사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단지 검증 대상이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고리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첫 단계는 AI 인벤토리의 기준선을 확립하는 것이다. 승인된 모든 모델, 통합 항목, API를 그 목적, 데이터 분류, 소유자 정보와 함께 기록해야 한다. 이는 테스트와 위험 평가의 기초가 된다.
최근 미국 NIST AI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와 ISO/IEC 42001 같은 표준이 등장하면서, 기업은 AI 시스템을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문서화하고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통해 기술적 감독을 입증 가능한 책임 체계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단계는 무결성 검증을 통제하는 것이다. 모델이 프롬프트 이력, 재학습 기록, 접근 로그를 감사 가능한 형식으로 보존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AI 중심 환경에서는 이런 데이터가 과거의 시스템 로그나 설정 파일을 대체한다.
위험 보고 체계 또한 진화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이제 AI 도입 현황, 거버넌스 성숙도, 사고 추세를 시각화한 대시보드를 요구한다. 로그 누락이나 추적되지 않은 모델 같은 사안도 다른 운영 통제 결함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함으로 다뤄야 한다.
궁극적으로 AI 감사의 목적은 단순히 규정 준수 확인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기계의 지능을 기록하는 행위는 곧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지 기록하는 일이며, 이런 이해가 진정한 거버넌스를 정의한다.
문화적 변화 : 양심 있는 호기심
어떤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도 이를 지속시킬 문화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정책이 경계를 규정한다면, 문화는 행동을 결정한다. 이는 ‘강제된 준수’와 ‘체화된 준수’의 차이다.
가장 효과적인 CIO는 이제 AI 거버넌스를 제한이 아니라 책임 있는 권한 부여로 바라본다. 직원의 창의성을 지속 가능한 기업 역량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그 시작은 소통이다. 직원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스스로 밝히도록 장려하고, 그 투명성이 처벌이 아니라 지도의 기회로 이어진다는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경영진은 책임 있는 실험을 조직 학습의 일환으로 인정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
앞으로의 거버넌스는 탐지를 넘어 통합으로 진화할 것이다. EY의 ‘2024 책임 있는 AI 원칙’ 보고서에 따르면, 선도 기업은 이미 AI 리스크 관리를 사이버 보안, 데이터 프라이버시, 컴플라이언스 프레임워크에 통합하고 있으며, 이는 책임과 투명성, 신뢰성에 기반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AI 방화벽은 민감한 데이터가 포함된 프롬프트를 감시하고, LLM 텔레메트리는 보안 운영 센터에 연동되며, AI 리스크 레지스트리는 감사 보고의 표준 항목으로 포함되고 있다. 거버넌스, 보안, 문화가 함께 작동할 때, 섀도우 AI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 ‘진화’의 상징이 된다.
결국 CIO에게 주어진 과제는 호기심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양심과 조화시키는 것이다. 혁신과 윤리가 함께 나아갈 때, 기업은 단순히 AI를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결과를 결정하는지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현대적 거버넌스의 진정한 의미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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