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플랫폼 다이스(Dice)의 ‘2025 기술 채용의 신뢰 격차(The Trust Gap in Tech Hiring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채용 담당자와 채용 관리자, 구직 중인 기술 전문가의 신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 기술 전문가의 80%는 전적으로 사람이 주도하는 채용 프로세스를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AI와 사람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에 대한 신뢰도는 46%에 그쳤다. 전적으로 AI에 의존하는 채용 과정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49%)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AI가 주도하는 이력서 선별 과정에서 빠지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꼽은 주요 우려 사항으로는 AI 선별 도구가 지원자의 실제 역량보다 특정 키워드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점이 63%로 가장 많았다. 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해 충분히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탈락할 수 있다는 불안도 63%에 달했다. 또 56%는 사람이 자신의 이력서를 아예 보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같은 불신은 기술 시장에서 수년간 이어진 정리해고, 경제적 불확실성,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우려와 겹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다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업계 구직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시기와 비교해 현재 지원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에도 훨씬 쉽게 좌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이트 글로벌(Insight Global)의 ‘2025 AI 채용 보고서’에 의하면 관리자 99%가 채용 과정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98%는 AI를 통해 채용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답했다.
다이스의 대표 폴 판스워스는 “AI는 자신감과 과장의 경계를 흐리는 경향이 있다. 지원자가 AI 채용 시스템의 평가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실제 역량과 경험을 과장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서류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지원자가 늘어나게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이력서를 다듬는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검토해야 할 지원서의 양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판스워스는 “이로 인해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과장된 이력서를 걸러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면접에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과정은 지원자와 기업 양측 모두에서 채용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라고 말했다.
AI가 채용에 활용되는 방식
기술 업계 채용에서 AI는 지원서 응답 분석, 후보자 순위 산정, 커뮤니케이션이나 일정 조율 단계의 자동화에 자주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인재 평가 기업 SHL의 최고과학책임자 사라 구티에레즈는 “AI는 채용 담당자가 대량의 지원자를 관리하고 응답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며,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채용에서 AI의 가장 큰 강점은 일부 절차를 자동화함으로써 채용 담당자와 채용 관리자가 면접에 집중하고 적합한 인재를 가려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AI를 어디에 적용하고, 어떤 영역은 사람이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 AI가 사람의 판단을 압도하지 않도록, 활용 방식에 대한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티에레즈는 “이력서 표현 방식, 학력 관련 키워드, 과거 직책 등 실제 업무 성과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정보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릴 때 채용 판단은 왜곡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판스워스 역시 AI가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존에는 놓칠 수 있었던 지원자 간 패턴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잘못된 이유로 우수한 인재를 걸러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스템이 키워드나 경직된 템플릿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놓칠 위험이 커진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채용 공고 타게팅이나 초기 평가 단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으며, 이는 책임감 있게 사용될 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채용팀이 더 나은 신호를 바탕으로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라며, “AI를 문지기처럼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라고 조언했다.
약화되는 개성
다이스 조사에서 지원자의 78%는 눈에 띄기 위해 자격을 과장할 필요를 느낀다고 답했으며, 65%는 이력서가 검토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AI로 내용을 수정했다고 답했다. 이는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판스워스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장이 불가피하다고 느끼는 순간, 신뢰는 서서히 무너진다”라고 설명했다.
구티에레즈는 현재 채용 과정이 군비 경쟁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원자는 채용 알고리즘에 맞춰 이력서를 조정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고, 기업은 이를 다시 AI로 선별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실제 역량과 AI로 다듬어진 표현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AI를 활용해 이력서 구조를 다듬을수록, 이력서 내용은 점점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원서 더미 속에서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판스워스는 AI가 이력서를 깔끔하게 다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개인의 실제 경험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챗봇으로 이력서를 작성하면 최종 결과물에서 개인의 개성과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어 전문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이상적인 채용은 가장 기계 친화적인 문장을 쓴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조직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티에레즈는 미래의 채용이 AI와 개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행정적 부담은 AI가 맡고 사람은 관계 형성과 맥락 이해에 집중하는 균형을 찾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채용 담당자와 채용 관리자, 지원자를 AI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명확히 정의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채용 과정 전반에서 양측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투명성에서 출발해야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할 때는 신뢰 구축과 함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원자는 AI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하나의 보조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원자가 알고리즘에 의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평가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단계의 장치가 필요하다.
판스워스는 “이 같은 개방성이 지원자의 불안을 완화할 뿐 아니라, 기술이 사람의 공정한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준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스는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지원서를 사람이 직접 검토한다는 점을 지원자에게 명확히 알린다.
- AI가 탈락시킨 지원자에 대해서는 사람이 2차 검토를 진행하고, AI 판단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를 실시한다.
- 채용 담당자의 책임 지표를 설정하고, 의무적인 응답 기한을 마련한다.
- AI를 지원자 배제 수단이 아니라 잠재 인재를 식별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 지원자에게 업무 적합도 비율을 보여주는 매칭 점수를 도입한다.
- AI는 행정 업무에 집중시키고, 사람은 고차원적인 판단에 집중한다.
- 지원서 접수 여부와 인적 검토 진행 상황, 채용 완료 시점을 지원자에게 명확히 안내한다.
- 탈락한 지원자에게는 획일적인 자동 응답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지원자가 느끼는 불안, 즉 AI가 역량보다 키워드를 우선할 것이라는 우려와 협소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탈락할 것이라는 두려움, 나아가 사람이 이력서를 아예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다이스 조사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 대한 좌절감은 기술 인재의 30%가 업계를 떠날 것을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24%는 현재는 업계에 남아 있지만 점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판스워스는 “이 수치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며 “사람들이 허공에 대고 외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더 이상 머물지 않으려 할 것이다. 기업은 채용 경험이 지원자에게 불투명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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