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능한 IT 리더가 CIO 후보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CIO로 도약에 성공한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역할을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수행하는 것’에서 ‘비즈니스의 방향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 웨스트 먼로(West Monroe)의 CIO 케빈 루니는 “강한 IT 리더는 IT 운영을 잘하는 데 집중하지만, CIO 준비가 된 리더는 IT를 통해 비즈니스가 어떻게 개선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라며 “이는 실행에서 영향력으로 이동하는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CIO 역할의 위상도 높아졌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5 테크 임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CIO의 65%가 CEO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10년 전 4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한 CIO의 67%는 CEO를 목표로 하고 있어, 조사 대상 기술 임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대 수준이 높아진 만큼 요구되는 기준 역시 한층 엄격해졌다.
CIO 승진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면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일정한 패턴이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패턴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임원급 채용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목격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실제로 CIO 자리에 오른 IT 리더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전환된 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CIO를 목표로 하는 리더들이 흔히 겪는 7가지 한계와,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방법이다.
한계 1 여전히 ‘지시 수행자’ 역할에 머무른다
유능한 IT 리더와 CIO로 채용될 수 있는 후보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영향력’이다. 많은 부사장(VP)과 디렉터들은 요청을 받아 처리하고, 백로그를 관리하며,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는 실행 능력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실행 중심의 접근은 오히려 한발 물러나 전체 그림을 판단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웨스트 먼로의 루니는 “CIO 준비가 된 리더는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관여한다”라며 “조직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과 균형이 중요한지, 때로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임원 특화 헤드헌팅 기업 헬러 서치 어소시에이츠(Heller Search Associates)의 총괄 켈리 도일 역시 이 같은 격차를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도일은 “CIO 역할로 성장하려면 단순한 지시 수행자에서 벗어나 비즈니스에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고방식 전환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CIO 후보를 코칭해 온 IT 임원 겸 자문가 에두아르드 드 브리스 샌즈는 실행 능력이 뛰어난 한 디렉터와의 사례를 소개했다. 드 브리스 샌즈가 해당 디렉터에게 성장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현장에 나갈 것을 권했고, 이후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해당 디렉터는 영업 회의에서 발표를 맡게 됐고, ‘2주 전 영업 현장에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순간 더 이상 IT 디렉터가 아니라 경영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계 2 기술이 아니라 ‘성과’로 말하지 못한다
IT 리더는 단순히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해서 최고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자체를 변화시킬 때 비로소 CIO에 도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한계는 손익(P&L) 관점에서 통역 없이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점이다. IT 임원 겸 자문가 에두아르드 드 브리스 샌즈는 “강한 IT 리더는 기술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지만, CIO 준비가 된 리더는 그것이 얼마의 가치를 만드는지 설명할 수 있다”라며 “이들은 이사회에 들어가 기술이 아니라 수익성 개선, 고객 유지율, 매출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헬러 서치 어소시에이츠의 도일은 준비되지 않은 후보의 가장 명확한 신호로 ‘비즈니스 가치와의 연결 부족’을 꼽았다. 도일은 “많은 후보자가 결과가 아닌 활동에 집중한다”라며 “프로젝트, 도구, 기술 성과를 나열하면서도 그것이 실제로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가트너의 2026년 CIO 및 기술 임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프로젝트 중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한 비율은 48%에 그친다. 조직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드 브리스 샌즈는 “후보자가 기술을 중심으로 말하면 CEO는 비용과 리스크, 복잡성을 떠올린다”라며 “반대로 성과 중심으로 말하면 CEO는 ‘파트너’를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한계 3 IT 조직 밖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
CIO는 개인 역량이 아니라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성과를 내는 자리다. 그러나 많은 CIO 후보들은 여전히 ‘IT 내부에서는 유명하지만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머무른다.
켈리 도일은 “많은 IT 리더가 조직 전반의 이해관계자 관점과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자체에는 정통하지만,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비즈니스 감각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IT 솔루션 및 서비스 기업 밸컴 테크놀로지스(Valcom Technologies)의 필드 CTO 닐 니콜라이센은 “CIO로서 업무 시간의 60~70%는 IT 외부 관계에 쓰인다”며 “경영진, CEO, 이사회와의 신뢰 관계 구축이 CIO 자리를 확보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도일은 내부 후보가 외부 인재에게 밀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내부 후보가 더 넓은 기회에 손을 들지 않거나, 팀 밖 관계를 구축하지 못해 기회를 놓친다”라며 “조직 전반에서 영향력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공석이 생겼을 때 해당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계 4 확실성이 있어야만 움직인다
CIO는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이사회와 CEO는 완벽한 정보가 없어도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리더를 원한다. 요구사항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다양한 시나리오와 범위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웨스트 먼로의 루니는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신호 중 하나로 ‘단순화 능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데 40장의 슬라이드가 필요하다면 사고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라며 “경영진 수준에서는 복잡한 내용을 비즈니스가 실행할 수 있는 명확한 방향으로 압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CIO 준비가 된 리더는 기다리기보다 제안한다. IT 임원 겸 자문가 에두아르드 드 브리스 샌즈는 “모든 대화와 보고, CEO와의 1대1 미팅은 하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한 일로 인해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계 5 ‘내가 꼭 있어야 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직관에 반하는 이야기지만, 승진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자신 없이도 돌아가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니콜라이센은 “상위 역할로 이동하려면 조직이 당신을 이동시킬 수 있을 만큼 팀의 역량과 규모를 키워야 한다”라며 “결국 스스로를 대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루니는 이를 ‘히어로형 리더’와 ‘진정한 리더십’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CIO는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팀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반복 가능한 영향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일은 “CIO 준비가 된 리더는 팀원들의 신뢰를 얻고, 아이디어를 끌어내며, 꾸준히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든다”며 “이러한 역량이 유능한 IT 리더를 실제 CIO 후보로 전환시키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계 6 산업 이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고 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IT 리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자신의 기술 전문성이 어느 산업에서나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산업별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도일은 “CEO는 자사의 비즈니스 특성을 이미 이해하고 즉각적으로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기술 리더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CIO를 목표로 한다면 어떤 CEO와의 대화가 의미 있는지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그 대상과 적극적으로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특정 산업의 과제와 우선순위, 시장 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과거 성과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일은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고, 경영진의 언어로 소통하며, 자신의 경험을 해당 조직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산업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경험이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과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사회가 AI 전환에 투자하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리더십 이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운영 모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한계 7 스토리를 전달하지 못한다
기술 전문성은 기본 요건에 불과하다. CIO로 선발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핵심 요소는 이를 비기술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도일은 “CIO는 복잡한 기술을 맥락 속에서 풀어 설명하고, 전문 용어 없이도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오늘날 CIO는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스토리텔러, 그리고 가치 전달자로서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 브리스 샌즈는 많은 후보자가 ‘무엇을 했는지’에 집중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력서에 구현, 배포, 구축 경험만 나열하는 것은 모두 ‘활동’일 뿐”이라며 “CEO가 궁금해하는 것은 ‘그 결과로 비즈니스가 실제로 개선됐는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현 방식의 전환을 제안했다. 단순히 “SAP S/4HANA를 도입했다”가 아니라, “연간 1,200만 달러(약 160억 원)의 성과를 창출한 전사적 전환을 이끌었고, 일정과 예산을 모두 준수해 완료했다”와 같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역량은 자기 홍보를 넘어선다. CIO는 AI가 조직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인지, 플랫폼 투자로 무엇이 가능해지는지, 특정 선택이 왜 타당한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도일은 “AI 확산과 함께 CIO 역할은 점점 더 소통과 인간적인 요소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조직 전반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경영진으로서의 존재감, 겸손함, 그리고 팀의 성공에 대한 투자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CIO처럼 행동하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하나다. 직함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것이다.
웨스트 먼로의 CIO 케빈 루니는 “CIO라는 역할이 영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유망한 차세대 CIO들은 조직 전반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팀을 통해 실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한 번의 성공은 우연일 수 있지만, 반복 가능한 성공 구조는 리더십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에두아르드 드 브리스 샌즈는 이를 더욱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미 모든 면에서 CIO처럼 일하고 있는 VP급 기술 리더들을 많이 봤다”며 “이들은 관계, 신뢰, 비즈니스 이해도를 모두 갖추고 있었고, 직함은 형식적인 문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함을 얻은 뒤에야 CIO처럼 행동하려는 사람은 결국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준비된 상태’는 어떻게 드러날까. 헬러 서치 어소시에이츠의 도일은 “기술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말하고, IT 언어만큼이나 비즈니스 언어에도 능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대화에 들어가기 전, 비즈니스 파트너가 직면한 KPI와 목표, 압박 요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사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멘토나 코치를 찾고, 자신의 역할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일은 “CIO를 목표로 한다면 역량을 확장하고, 다양한 조직과 협업하며, 현대 CIO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고루 갖출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니는 준비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명확한 신호로 ‘조직의 태도 변화’를 꼽았다. 그는 “기업이 이미 당신을 CIO처럼 대하기 시작할 때 가장 빠르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며 “조직 전반의 리더들이 당신의 관점을 신뢰해 주요 의사결정에 자연스럽게 참여시키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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