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SAP 고객이 영구 라이선스에서 구독형 요금제로 전환하려는 SAP의 정책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는 비율이 높았다.
SAP는 기존 영구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되던 ERP 솔루션 ECC에 대한 기본 지원을 올해 말 종료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는 유상으로 연장 유지보수 옵션만 제공할 계획이다.
SAP는 구독형 클라우드 ERP인 ‘S/4HANA 클라우드 퍼블릭 에디션’으로 전환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많은 고객이 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AP 및 주요 ERP 벤더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리미니스트리트(Rimini Street)가 전 세계 4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시간이 지날수록 구독 비용이 상승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응답자의 95%는 S/4HANA의 투자 대비 효과(ROI)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리미니스트리트 포트폴리오 마케팅 수석 디렉터 스콧 헤이스는 이번 조사 결과가 SAP의 가격 정책에 대한 고객의 우려뿐 아니라, ERP 시장의 미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헤이스는 “영구 라이선스를 포기하고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고객의 미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되고 있다. 이는 곧 통제권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향후 5년 내에도 S/4HANA 클라우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며, 약 4분의 1은 기존 온프레미스 ECC 시스템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이스는 “고객은 기존에 구축한 ERP 소프트웨어의 수명이 SAP이 정한 지원 종료 시점보다 훨씬 길다고 보고 있다. SAP이 유지보수 종료 일정을 발표하면서 상당한 혼란과 불만을 초래했다”라고 분석했다.
SAP 클라우드 매출 상승
ECC 사용자 상당수가 S/4HANA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SAP는 서비스형(SaaS) 모델로의 전환 속도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SAP는 공식 성명을 통해 2024년 3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클라우드 ERP 매출이 3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S/4HANA를 비롯한 주요 클라우드 제품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객이 단순히 구독을 시작한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 전환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는 SAP 솔루션의 품질 문제와는 별개일 가능성이 높다. 헤이스는 “많은 SAP 고객이 SAP ERP 소프트웨어를 고품질로 평가하며, 일부 상황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솔루션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상당수 고객이 ‘올인원’ 형태의 ERP를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으로 보고 있으며, 각 기능별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선택해 조합하는 접근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사에 응답한 SAP 고객의 약 80%가 향후 ‘모듈형 ERP’ 방식을 도입해 여러 벤더의 솔루션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헤이스는 “지금 혁신은 익히 알려진 소프트웨어 대기업 바깥에서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IT 서비스 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사, AI 솔루션 기업, 그리고 이제 막 등장한 에이전트 구축 기업 사이에서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것을 SAP에 의존하면 결국 기업의 미래 선택지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SAP의 영향력은 계속
가트너(Gartner) 애널리스트 마이크 투시아로네는 ERP의 모듈화 추세가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장 전반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SAP 고객이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로 떠나기로 결정한 비율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투시아로네는 “SAP ERP는 여전히 신뢰받는 솔루션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조합형 또는 분산형 ERP 접근이 가능해지고는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과 CIO에게는 여전히 드문 선택이다.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의 광범위한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투시아로네는 또한 구독형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우려가 SAP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10~20% 수준의 SaaS 요금 인상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비용 상승이 CIO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많은 SAP 고객이 기존 ECC에 만족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S/4HANA의 강력한 경쟁자는 기존 ERP인 ECC”라고 말했다. 이어 “SAP는 고객이 S/4HANA로 전환할 비즈니스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으며, AI 역량을 주요 유인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문제는 SAP AI 기능의 채택률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투시아로네는 SAP이 제시한 다양한 전환 옵션이 오히려 일부 고객에게 혼란을 주고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SAP 고객은 여러 전환 시나리오를 비교하며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른 ERP 벤더로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ECC 시스템의 운영을 지속할 방안을 평가하고 있고, 일부는 SAP의 차세대 ERP 솔루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투시아로네는 “일부 고객은 SAP가 지원 종료 일정을 다시 한번 연장하길 기대하며 관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은 SAP 생태계 내에서 가장 적합한 향후 방향을 신중히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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