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의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합하는 일이다. 인수한 기업의 IT 아키텍처를 떠안는다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플랫폼과 프로세스를 함께 흡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AI를 정교하게 활용해 이런 M&A 통합 난제를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기업 리더의 42%가 생성형 AI가 인수합병 과정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M&A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응답자들은 평균 약 2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고, 40%는 합병 주기가 최대 50% 빨라졌다고 답했다.
맥킨지는 앞으로의 M&A 시대가 생성형 AI를 관망하는 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봤다. 맥킨지의 파트너 브렛 윌슨은 현재 두 가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일부 기업이 AI를 기존 시스템 통합의 대안으로 쓰는 방식이다. 윌슨은 “모든 것을 단일 플랫폼으로 강제로 옮기지 않고도 핵심 비즈니스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간극을 메운다”라며, “이 접근법은 수년에 걸친 고비용 시스템 통합 프로그램을 대체하면서도, 훨씬 이른 시점에 더 낮은 비용으로 가치 창출 인사이트를 전면에 끌어올린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완전한 통합을 목표로 하는 경우다. 이때 AI는 시스템 간 데이터 매핑, 인터페이스 구축, 시스템 테스트 생성, 수작업 축소를 통해 작업 속도를 끌어올린다. 통합 초기 계획이나 프로젝트 로드맵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윌슨은 “이런 점진적 개선이 결합되면 실제로 프로세스 전반에서 의미 있는 시간 절감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두 경로 모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단순히 통합 시스템 청사진을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실현 시점을 더 앞당기는 데 있다”라고 분석했다.
CIO들도 AI가 M&A 과제를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부 선도적인 디지털 리더는 이미 신기술을 활용해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합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존재하며, 검증된 베스트 프랙티스를 함께 살펴야 한다.
데이터를 더 잘 통합하는 방법 찾기
경영혁신 컨설팅 업체 에그리먼트 그룹(Egremont Group)의 VP 마크 데이비스는 M&A 이후 상황의 복잡성을 잘 알고 있다. 인수 이후 CIO는 조직이 전략과 거버넌스, 운영 방향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빠른 속도로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 데이비스는 통합 과정에서 AI가 의사결정을 지원함으로써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봤다.
데이비스는 “단순히 시스템을 매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은 운영 모델과 프로세스 문서에 흩어진 방대한 정보를 성과 데이터로 종합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라며, “이 방식은 CIO를 포함한 리더십 팀이 양 조직에서 업무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마찰과 의존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 선명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 기업 세그로(Segro)의 CIO 리처드 코브리지도 AI가 M&A를 지원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코브리지에 따르면, 세그로의 전환 방향은 포인트 솔루션 연결,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자산의 극대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신기술 도입이라는 세 축으로 정리된다. 아직 M&A 관리에 AI를 직접 활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봤다.
코브리지는 “AI를 쓰려면 먼저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먼저 가려낼 수 있다. AI는 조직을 하나로 묶는 데 좋은 도구이고, 우리가 서로 다른 지역의 데이터 세트를 연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면 M&A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코 유럽(Ricoh Europe)의 CIO 닉 피어슨은 현재는 물론 펩시코와 보다폰 등의 대기업에서 M&A를 직접 겪어왔다. 피어슨은 인수 후 시스템 통합의 전통적인 방식은 리프트 앤드 시프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기업은 6개월에 걸쳐 ERP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기존 접근 외에 다른 선택지를 갖게 됐다고 봤다.
피어슨은 “AI는 그 위에 더해지는 마법 같은 가속제다”라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단순한 IT 변화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다. 6개월이나 12개월을 기다리기보다 더 빠르게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통합팀의 논리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하우든(Howden)의 그룹 최고 데이터 책임자 배리 파나이도 AI가 M&A 과정의 핵심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우든의 직원 수는 5년 전 약 1만 명에서 현재 약 2만 3,000명으로 늘었다. 하우든은 성장 전략의 중심에 데이터와 기술을 두고 있으며, 신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통합도 그 연장선에 있다.
파나이는 “기업을 인수하고 성장하는 일은 경쟁 우위가 돼야지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흡수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고, 처리도 매우 어렵다”라며, “AI는 훌륭한 기회로 봐야 한다. 새로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는 삼각 검증할 수 있고, 이는 데이터를 데이터 웨어하우스에 억지로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지식 그래프를 활용해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M&A 프로세스에 AI 적용하기
기술·인재 솔루션 기업 내시 스퀘어드(Nash Squared)의 CIO 안쿠르 아난드는 인수 이후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직접 이끌어왔다. 내시 스퀘어드는 2022년 인재·채용 서비스 관리형 서비스 제공업체 헤트 플렉스하위스(Het Flexhuis)를 인수했고, 1년 뒤에는 클라우드·데이터 솔루션 기업 놀더스(Knoldus)를 사들였다.
큰 과제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재무 시스템과 CRM을 하나로 묶는 일이었다. 각 회사는 자체 운영 모델은 물론 플랫폼, 분류 체계, 보안 정책도 달랐다. 이런 차이는 내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고, 모기업과 쉽게 맞물리지 않았다. 아난드는 내시 스퀘어드에 도움이 되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합해야 했다.
아난드의 팀은 기술업체 넥스트젠리틱스(Nextgenlytics)의 AI 기반 데이터 관리 플랫폼 블루게코(BlueGecko)를 활용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이터 매핑 작업을 자동화했다. 이 시스템은 투입 노력을 줄이면서도 결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아난드는 “이 기술은 일부 AI 입력값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이해한다. 그 결과 블루게코가 전체 데이터 매핑 작업의 약 80%를 수행한다. 이후 팀이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 매핑 업무에 들어가는 기존 수작업을 약 30% 줄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정보 서비스 기업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의 CTO 조엘 흐론도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흐론은 보안과 규정 준수 격차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문제는 인수 초기에 손봐야 나중에 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된 회사가 새로운 역량을 확대 적용하기 시작하면 뒤늦은 보완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흐론은 인수 후 절차를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톰슨로이터의 기업개발팀이 실사를 지원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도구는 자사 하이큐(HighQ) 생산성 플랫폼과 연동해 직원들이 M&A를 평가하고 리스크를 찾아내며, 우려를 완화하는 방식을 더 일관되게 만들 예정이다.
흐론은 “예상할 수 있듯이 사업 부문마다, 또 프로세스를 맡은 팀마다 M&A를 평가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라며, “더 높은 일관성과 더 나은 리스크 평가·완화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결국 더 좋은 딜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진행 중인 작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밝혔다.
AI 적용을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
윌슨의 설명처럼 아직 M&A 통합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르는 단일 AI 솔루션은 없다. 대신 기업은 기존 도구를 활용해 특정 단계에서 점진적인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런 개선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인수합병을 더 빨리 마무리하거나 인수 첫날부터 바로 운영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식의 굵직한 성과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윌슨은 “그 결과 많은 기업이 아직 통합 방식이나 업무 수행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신 기존 프로세스 안에서 점진적인 효율 향상을 취하는 데 머물고 있고, AI의 잠재력에 맞춰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접근은 기존 기술에서 작은 개선만 얻을 뿐, 통합 기획 역량의 진정한 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생성형 AI를 중간 이상 수준으로 활용하는 비율은 30%에 그쳤다. 윌슨은 M&A에서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새로운 업무 방식에 맞춰 팀을 정렬하고, 전면 실행에 앞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고압적인 통합 현장에서 성과를 낸 아난드도 다른 디지털 리더에게 중요한 조언을 내놨다. 첫째, 운영 모델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 거버넌스와 보안 정책, KPI 정의가 완전히 정렬돼야 기술 통합도 성공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 표준화와 조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조직 간 분류 체계는 명확하고 일관돼야 한다. 셋째, 데이터 정제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 정보 중복 같은 중요한 걸림돌은 교차 조직 전문가들이 함께 점검하지 않으면 AI 도구가 이상치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채 놓칠 수 있다.
아난드는 또 인수된 기업의 직원이 내부 정책과 프로세스를 담은 방대한 문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여기서도 AI가 비서를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시 스퀘어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활용해 규정과 정책을 요약하고 있다. 결국 M&A에 AI를 끼워 넣으려면 기술만이 아니라 진척 방식과 프로세스, 사람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 아난드의 조언이다.
아난드는 “빅뱅 방식의 통합은 피하려고 해야 한다. 표준에 기반한 순서를 정하고, 복잡성과 보안을 충분히 이해한 뒤 그에 맞춰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 이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함께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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