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은 CIO에게 일종의 분수령이었다. AI는 실험 단계를 넘어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로 올라섰지만, ‘AI 도입’ 열풍 속에서 많은 조직이 흔들리는 장면도 적지 않게 목격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본기를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부터 인도까지 글로벌 고객을 지원하며 30년 넘게 엔터프라이즈 IT 현장을 경험해 오면서 필자는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AI가 가치를 내는 조건은 ‘탄탄한 기반’이다. 레거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든 클라우드 인프라를 관리하든 최신 데브옵스 환경을 구동하든, AI가 IT의 규율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IT의 규율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동료 CIO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한다. “혼란 위에 AI를 얹으면, 혼란을 더 빠르게 자동화할 뿐이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먼저 기존 시스템과 워크플로우, 그리고 비즈니스 성과 지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에야 AI가 ‘진짜로 맞는 영역’과 ‘아직은 아닌 영역’을 가려낼 수 있다.
AI는 기술 부채 탐지기에 불과
모든 기업에는 레거시 DNA가 남아 있다. 디지털 퍼스트를 표방하는 기업도 수십 년에 걸쳐 쌓인 인프라 계층, 정책, 사람 중심 프로세스 위에서 돌아간다. 이 생태계에 AI를 억지로 끼워 넣으면, 원래 깨져 있던 지점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낡은 워크플로우, 사일로로 분절된 데이터, 문서화되지 않은 의존성이 대표적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AI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패턴은 분명했다. 팀이 먼저 IAM을 안정화하고 데이터 저장소를 정리하며, 서비스의 소유권을 명확히 세운 뒤에야 AI가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약속된 효과 : 서비스 운영의 AI
AI의 가치를 즉시, 그리고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서비스 운영이다. 이제 단순 챗봇을 넘어 정교한 AI 에이전트가 L1 프로세스 전체를 자동화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지능형 어시스턴트를 통해 비밀번호 재설정이나 접근 권한 요청 같은 이슈를 자율 처리하게 만들고, 1차 IT 지원 업무 부담을 최대 50%까지 줄였다.
다만 이런 ‘즉각적인 성과’는 착시를 만들기도 한다. 서비스 관리에서 AI가 매끄럽게 작동하는 이유는 입력값(티켓, 지식 문서)이 이미 구조화돼 있고 범위가 비교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데브옵스와 전사 업무로 확장할 때 부딪히는 현실의 벽
데브옵스 파이프라인이나 재무 워크플로우처럼 복잡도가 높은 영역으로 가면 난이도는 급격히 뛰어오른다. 이때 AI는 비정형 코드,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 수시로 바뀌는 규제까지 상대해야 한다.
현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데브옵스 AI 프로젝트는 ‘완전 대체’가 아니라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사이클에서는 AI를 코드 리뷰에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류 탐지 자동화와 잠재적 보안 취약점 표시를 통해 개발자 생산성과 코드 품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AI는 테스트 케이스 생성이나 코드 제안처럼 반복 업무에 강하지만, 아키텍처 의사결정과 보안 감사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감독이 핵심이다. ITSM과 마찬가지로, AI의 효과는 기반 프로세스의 성숙도에 비례한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간단하다. 모든 영역에서 AI의 가치가 즉각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신뢰를 지키려면 어떤 도메인에서는 더 느리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AI 리더십을 위한 3가지 원칙
CIO의 역할은 인프라 관리자에서 비즈니스 전략가로 확장되고 있다. AI는 이 전환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동시에, 부담도 키운다. 책임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원칙이 기준이 될 수 있다.
- 작게 시작해 빠르게 증명한다. ITSM이나 데브옵스처럼 구조화된 데이터가 풍부한 환경에서 먼저 파일럿을 구현한 뒤 확장한다.
- 성과를 측정한다. 비용 절감, 해결 시간, 직원 만족도처럼 의미 있는 지표를 추적한다.
- 확장하기 전에 거버넌스를 확립한다. 전사 배포에 앞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윤리적 사용, 솔루션 업체의 책임에 대한 가드레일을 만든다. 표준계약조항 같은 공식 메커니즘을 활용해 국경 간 데이터 이전 같은 복잡한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포함된다.
AI의 가장 큰 기여는 사람을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의 의도를 증폭시키는 데 있다. 규율을 갖춰 적용한다면, AI는 IT가 원래 제공해야 했던 가치를 더 잘 실현하게 돕는다. 바로 신뢰성, 응답성, 복원력이다.
강력한 도구
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도입 방식이 전략적 우위가 될지, 운영 부담이 될지를 가른다. 직원 2,000명 이상의 조직에서 AI는 특히 IT 지원과 서비스 운영 영역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CIO의 미션은 변하지 않는다. 유행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에 기술을 정렬하는 일이다. 새 시대에 들어서며 기억해야 할 메시지도 분명하다. AI는 IT를 재정의할 것이다. 하지만, IT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IT의 목적이 사람의 의도를 증폭시키는 것임을 다시 상기시켜줄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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