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에서는 CIO가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할 위험에 대해 다뤘다. 이번 글에서는 동맹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 실무자로 구성된 조직 하부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일명 바텀업(bottom-up) 접근을 활용할 때 열리는 다양한 기회, 그리고 동맹을 무력화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실수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1. 지원이 부족할 때: CIO에게 돌아오는 비용과 위험
2020년, 다임러는 미래 차량과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던 혁신 인큐베이터 ‘Lab1886’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인재는 충분했지만,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끌어갈 사내 동맹이 부족했다. 조직 내부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자 프로젝트는 제대로 이관되거나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이 조직은 고립되고 말았다.
CIO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인다. 내부 지원이 부족하면 인재와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대기업 CIO들조차 제안서를 처음부터 다시 방어해야 했다거나, 또는 IT가 문제를 사전에 파악할 기회조차 없는 상태에서 다른 부서의 프로젝트가 ‘필터링 없이’ 넘어온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CIO가 조직의 속도를 늦추는 존재라는 인식이 만들어진다. CIO의 영향력 확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디지털 전략을 이끄는 자리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진화하는 역할로 떠밀리게 된다.
CIO들은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인식하고 있다. 보석 기업 팬도라의 CDO 겸 CTO 데이비드 왈름슬리는 마크 새뮤얼스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 첫날부터 강조한 것은, 우리는 지시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견고한 협업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2. 동맹: CIO의 입지를 강화하는 힘
CIO는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정당화하거나 다른 부서의 과제를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권위가 아니라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협력’이며, 결국 조직 내부에 동맹을 구축하는 일이다.
동맹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확보된 지지 기반이라는 점이다. 이는 승인 과정을 앞당기고, 반복되는 정당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모를 줄여준다.
동맹이 제공하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맹은 자신의 신뢰를 바탕으로 완충 역할을 하므로 조직 내 마찰이 줄어들고, 조직 내 연결망을 확장해 CIO가 직접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도 새로운 논의나 기회가 열릴 수 있게 한다. 또한 CIO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동맹이 해당 이니셔티브를 대신 옹호하며 자신만의 신뢰도를 보태는 역할을 한다.
결국 동맹은 CIO의 입지를 강화하고 영향력을 배가시키며 과도한 소모를 막아주는 핵심 자산이다.
3. 바텀업 방식의 동맹 구축: 확장되는 신뢰
동맹의 가치가 분명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항상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협력을 쉽게 만드는 조건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직에는 예산과 시간을 갉아먹는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CIO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동맹의 출발점이 된다.
흔히 조직의 최상위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렵고 멀리 돌아가는 길일 수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는 잠재적 동맹은 조직 곳곳에 존재한다. 예컨대 재무통제 담당자는 느린 마감 일정과 부정확한 예측으로 인한 압박에 시달리고, 구매 담당자는 중복 계약이나 오류가 많은 수기 인보이스 처리 문제와 매일 맞서야 한다.
기회는 이미 조직 안에 있다. 필요한 것은 이 문제들이 남기는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다. 중복 송장, 매달 말 통제 없이 공유되는 스프레드시트 등은 아직 관리되지 않은 프로세스의 전형적인 징표이며, IT가 빠르게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CIO가 이러한 실무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 영향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조직 전체로 확산된다. 구매 부서의 병목을 해소한 작은 성과가 부서 회의에서 언급되고, 그 이야기가 CFO까지 전달되는 식이다.
4. 동맹을 깨뜨리는 보이지 않는 실수를 피하는 법
관계를 시작할 기회를 찾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다. 실제로 동맹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협업의 지속성을 위협해 CIO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조용한 위험 요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 번째 위험은 이니셔티브가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 주제만으로도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잠재적 동맹이 해당 활동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료에게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프로젝트는 절대 확산되지 못한다.
또 다른 위험은 CIO가 ‘완성된’ 이상적인 솔루션을 그대로 제시할 때다. 동맹 후보가 직접 참여해 의견을 보태고 흔적을 남길 공간이 없다면, 프로젝트가 아무리 유익해도 자기 일처럼 느끼지 못해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덜 보이는 장애물은 ‘주의력(Attention)’이라는 자원이다. 시간은 모든 조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프로젝트나 관계 자체가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집중을 요구하면 그 자체로 조직에 부담이 되고 지속되기 어렵다.
여기에 정치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위험이 있다. IT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해관계자를 간과하는 경우다. 준법감시 담당자, 법무 담당자, 각종 위원회 참석자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을 초기에 파악해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면, 반대 의견이 늦게 등장해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위험은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이들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함께 일하는 과정 자체가 신뢰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와 소통 방식이 향후 협력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는다.
5. 공고해진 미션과 미래를 위한 정치적 자본
CIO에게 동맹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혼자서 변화를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미 형성된 지지 기반과 축적된 정치적 자본 덕분에 IT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방어할 필요도 사라진다.
또한 이러한 지원 네트워크는 CIO 전략의 회복탄력성까지 높여준다. 전략이 특정 조직도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며, 조직이 공유하는 비즈니스 우선순위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CIO는 더 넓은 전략적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진화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전술적 과제를 넘어 디지털 전략을 설계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파운드리(Foundry) 수석 애널리스트 알베르토 벨레가 작성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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