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부하 유연성과 수요반응(demand response, DR) 프로그램이 운영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반응 프로그램은 전기 소비자가 비상시나 피크 시간대에 사용량을 줄이면 보상을 주는 제도다.
응답자들은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 AI 컴퓨팅 증가, 산업 현장의 전기화가 맞물리면서, 전력 용량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장기 계획이 아닌 일일 운영 과정에서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OBM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댄 로런스는 “현재 많은 유틸리티와 에너지 업체가 데이터센터에 집중하고 있지만, 에너지 유연성 측면은 아직 활용할 만한 잠재력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로런스는 “과거 데이터센터는 전력망과 별도로 자체 발전 설비를 구축해 대응해 왔으며, 이는 주로 전력 용량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전력망에 신규 용량이 빠르게 추가되고 있는 지금은 유연성이 핵심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안정에 도움이 되는 수요 조정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런스에 따르면 유연성이란 전력망 상황에 맞춰 신속히 대응하고 그에 따라 운영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용량 제약으로 인해 전력망에서 수 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전력 사용을 우회하거나 소비량을 낮출 수 있다. 극심한 부하 상황에서는 서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배터리 전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유연성은 응답 속도와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I 챗봇에 질의를 보낼 때, 여유 용량이 있는 더 먼 지역의 데이터센터로 요청이 전달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응답을 받기까지 1~2초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로런스는 이처럼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일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업계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설정을 한 차례 조정한 뒤 6개월가량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 가능했고, 전원 설비 점검도 연 1~2회 수준이면 충분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으며, 전력원과 부하 상태를 훨씬 더 자주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로런스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업이 유연하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틸리티와 전력 수요 관리 업체는 단기적으로 수요반응 프로그램과 관련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응답자의 63%는 향후 3년 동안 수요반응 프로그램 예산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가 여전히 전력 수요 증가와 전력망 부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응답자의 57%는 향후 5년간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있어 데이터센터의 현장 발전 설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전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가 거론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는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로런스는 역설적으로 기존 발전 업체 입장에서 이상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로런스는 “유틸리티는 주로 송전과 배전, 즉 전력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 기업이 전력망에 연결된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유틸리티 전력선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현재의 수익 구조에는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원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커지고 있다. 전력 송전 및 배전 역할이 축소되는 업체는 수익 감소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전력 소비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AI는 동시에 전력망 유연성을 높일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은 AI 기반 부하 예측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단순한 수요 예측을 넘어, 실시간 부하 조정과 전력 배분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응답자의 44%는 전체 전력 사용 가운데 최소 절반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유연 부하로 운영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부하 관리가 주요 전력망 자원으로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OBM의 조사 보고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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