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벤더가 사용자당 요금제 책정 방식을 포기하고 사용량 또는 에이전트 상호작용 기반 요금제로 옮겨가면서, CIO는 라이선스 협상 전반과 AI 활용관리 방식을 사실상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요금제 전환 흐름은 부인할 수 없다.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가 반복적인 수작업을 디지털 노동으로 빠르게 대체하면서, 2028년까지 순수 사용자당 가격 책정 모델은 사라질 것이며, 전체 벤더의 70%가 새로운 모델로 가치 제안을 재정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변동에 대비해야 할 시점
세일즈포스와 워크데이 경영진은 최근 투자자 대상 콜에서 요금제 변경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워크데이 CEO 칼 에셴바흐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기존 고객 기반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단순히 사용자 수가 아니라 사용자당 매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퍼엣지(UpperEdge)의 자문 실무 책임자인 애덤 맨스필드는 “기업은 내년에 상당한 비용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 보호 장치가 없다면 예기치 않은 중도 가격 인상이 발생할 수 있고, AI 제품이 사용량 기반 라이선스로 전환되면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도 크다. 세일즈포스가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통해 사용자 수 기반 모델에서 사용량 기반 모델로 이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맨스필드는 일부 기업이 AI 대화 사용량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엇이 ‘대화’로 정의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량이 산정되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채 주문서를 작성해 문제를 겪는 기업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런 경우 기업은 자신도 모르게 사용량 한도를 초과하게 되고, 그 결과 상당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사전에 적절히 협상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구조
그레이하운드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치트 비르 고기아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고기아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요금제가 구조적 재편 단계에 들어섰다. SaaS 계약의 기반이었던 사용자당 요금제는 AI로 인한 인력 축소 흐름 앞에서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비즈니스 가치가 인력 규모에서 자동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 변화는 작은 조정 수준이 아니라 계약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전략적 전환에 가깝다. 벤더가 단순히 오래된 가격 모델을 없애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기아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거의 모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벤더는 AI 연산 비용 변동성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한편, 고객 측 생산성 향상분을 마진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 같은 위험 전가 구조는 이제 사용량 기반 가격 모델에 깊이 내재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예측 가능했던 기존 라이선스 모델은 크레딧, 인터랙션, 이벤트 등 모호한 단위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는 가치 교환을 흐리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단위가 투명성이나 사전 정의된 상한 없이 측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벤더는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하는 반면, 고객은 초과 사용 위험을 떠안게 되는 구조적 비대칭이 고착된다.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조달 부서가 AI 메커니즘, 시스템 텔레메트리, 지출을 유발하는 행동 신호를 이해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계약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예산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CIO에게 필요한 전략
이런 변화는 기업이 AI 사용량을 출장 경비 예산처럼 엄격하게 배분하고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현재 AI 도입 방식과 비교하면 향후 벤더 협상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마켓프루븐AI(Market-Proven AI)의 CEO 애런 퍼킨스는 주요 소프트웨어 벤더를 교체할 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기업이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라고 압박하는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모든 벤더가 사용자 수 기반 요금제를 포기하게 되면, 애초에 옮겨갈 선택지도 사라진다.
분석가들은 벤더가 새로운 요금제로의 전환을 요구할 때, 협상에서 모든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퍼킨스는 “사용량 기반 모델은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사용자가 로그인한 시간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퇴근 후 자동으로 이뤄지는 백업까지 포함하는지 분명히 따져야 한다”리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질문을 해야 한다. ‘사용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략은 계약 사용량의 상한선을 엄격하게 명시하고, 이를 초과하기 전에 반드시 벤더가 서면으로 승인을 요청하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벤더가 승인 없이 초과 사용을 발생시킨다면, 해당 비용은 벤더가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다.
퍼킨스는 특히 에이전트 기반 상호작용, 그중에서도 완전 자율형 에이전트의 활동이 가장 까다로운 가격 변수라고 지적했다. 벤더가 에이전트의 행동을 통제하고 양측이 사용량 기반 모델에 합의한 경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벤더는 더 많은 활동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의 수석 애널리스트 제이슨 앤더슨은 새로운 가격 모델이 적용되기 전에 유예 기간을 요구하는 것이 CIO가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앤더슨은 “1년 정도의 유예를 요구하는 전략이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CIO는 이 시간을 통해 현재 사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격 전환 이후를 대비한 모델을 마련할 수 있다. 앤더슨은 이를 위해 핀옵스(FinOps) 관련 역량 강화와 더 정교한 관측·계량 도구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이제 에이전트 사용량을 계량하는 소프트웨어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라고 조언했다.
앤더슨은 “벤더의 대응 방식도 예측 가능하다. 벤더는 ‘X달러에 10억 개의 토큰을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제안할 것이다. 토큰이든 요청이든 이제 둘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대량 선구매 형태이기 때문에 토큰 단가가 낮게 책정되지만, 문제는 기업이 최초 제공량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그는 “초기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한도를 넘기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벤더는 ‘초과 사용 시 더 높은 요율로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할 것이고, CIO는 그 비용을 결국 사업 부서에 다시 전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율형 에이전트의 사용량을 통제하려면, 모니터링 시스템에 임계값을 설정해 사용량이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경보가 울리도록 할 수 있다. 앤더슨은 “에이전트 자체에 ‘X개의 토큰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직접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도 존재한다. DDoS 공격이 호스팅 비용을 급증시키듯, 사용량 기반 계량 체계는 경쟁사나 악의적 행위자가 비용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악용할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앤더슨은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를 공격하기 위해 대량의 봇으로 사용량을 폭증시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사기 방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공격을 입증할 수 있다면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회로 차단기’ 장치를 계약에 내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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