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9일 열린 재정경제부·KDI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AI는 고용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AI는 연공 편향적 기술…청년이 첫 충격 흡수”
장 위원은 미국의 경우 AI로 인한 해고 사례가 관찰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명시적 해고보다는 채용 축소 형태로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정형화된 초급 업무부터 잠식하는 연공 편향적 기술이기 때문에, 진입 단계에서 조용히 문이 닫히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노동시장의 균열선을 ▲세대 간(기존 진입자와 신규 진입자)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 ▲AI 붐 수혜 부문(반도체 등)과 그 외 부문 등 세 갈래로 제시했다.
장 위원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청년층을 ‘AI 시대의 탄광 속 카나리아(canary in a coal mine)’에 비유한 논문을 인용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카나리아는 큰 변화나 위기가 닥칠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아 다가올 위험을 알려주는 집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것으로 20세기 초 광부들이 갱도에 들어갈 때 새장에 카나리아를 넣어 데리고 들어갔던 관행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특히 한국의 이중 노동시장 구조에서 AI의 연공 편향적 충격이 내려앉을 경우, 가장 취약한 자리에 그 영향이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위원은 이들이 기존 사회 안전망 밖에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장 위원은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이들에게는 테이블에 자리가 없고, 사회보험으로 보호하자고 해도 이들은 사회보험 포함 대상이 아니다”라며 “카나리아가 기존 보호 제도 밖에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I 생산성엔 긍정적, 고용 효과는 엇갈려”
장 위원 연구팀은 국내외 59편의 관련 논문을 코딩·시각화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개인·과업 단위의 생산성 측면에서는 AI가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점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특히 저숙련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폭이 크게 나타나, ‘AI가 숙련을 평준화하는 기계’라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시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노동시장 효과, 즉 고용·채용·임금과 관련해서는 일관된 결과가 나오기보다 여전히 들쭉날쭉하다는 게 장 위원의 진단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가 생산성 격차를 좁히는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고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고숙련·고학력층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청년층에 대한 연구는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가 부정적 결과를 보고했다.
장 위원은 “AI를 대체(automation) 방식으로 쓰느냐, 증강(augmentation) 방식으로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증강 방식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은 AI 시대의 제도적 대응 방향으로 ▲분배 ▲거버넌스 ▲역량 세 가지를 제시했다.
분배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이 임금 위에 얹혀 있는데, 그 임금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원 토대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 당사자인 청년·비정규직 등 ‘카나리아’들을 사회적 대화 테이블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훈련 정책과 관련해서는 스킬(Skill)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우리는 스킬을 기준으로 노동시장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제일 큰 구멍”이라며, 온라인 구인공고를 스킬 단위로 분석하는 등 스킬을 기준으로 노동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빠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5년 뒤 어떤 스킬이 필요할지는 전망이 어려워도, 당장 올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오히려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청년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존 장기 재직자 중심 제도보다 싱가포르식 지원 모델이 청년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 위원이 대안으로 제시한 ‘싱가포르 방식’은 마이스킬퓨처(MySkillsFuture)라는 하나의 국가 포털 안에 학습이력·학습계좌·진단매칭 세 기능을 함께 담아둔 구조다. 정부가 인증한 학력·자격·기술을 여권처럼 한 곳에 통합해 링크 하나로 고용주에게 전송할 수 있고, 시민에게는 학습비를 지급하며, 개인 프로필을 분석하는 커리어스파인더(CareersFinder)를 통해 맞춤형 경력 경로와 일자리까지 연결해준다.
장 위원은 “학습계좌제는 제도의 절반일 뿐, 이력과 진단까지 한 포털로 묶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이 쌓여야 계좌 잔액이 늘어나는 프랑스식과 달리, 이력·진단·계좌가 한 포털에서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청년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 위원의 판단이다.
jihyun.lee@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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