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는 8일 자사 컨퍼런스 ‘시스코 커넥트 코리아’ 개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었으며,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 비조이 판데이(Vijoy Pandey) 시스코 아웃시프트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 빌 가트너(Bill Gartner) 시스코 옵티컬 시스템 & 옵틱스 부문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가 참석해 AI 인프라의 핵심 방향성과 미래 네트워크 구조를 설명했다.
최지희 대표는 “작년 시스코 커넥트에서는 생성형 AI가 막 도래한 시점이라 AI 디펜스 등 방어 중심의 논의가 많았다”며 “지난 1년간 AI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스코 내부에서도 많은 혁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AI 네트워킹, AI 보안, 데이터 매니지먼트 등 크리티컬 인프라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조이 판데이 부사장은 컴퓨팅 패러다임이 결정론적(Deterministic) 방식에서 확률론적(Probabilistic)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컴퓨팅 인프라는 동일한 입력에 동일한 출력이 나오는 결정론적 규칙에 기반해 왔지만, 기상 모델링, 신약 개발, 소재 연구, 물류 계획 등 현실 세계의 문제는 하나의 정답이 아닌 최적의 해를 도출해야 한다”며 확률적 컴퓨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판데이 부사장은 이러한 변화가 에이전틱 컴퓨팅과 양자 컴퓨팅이라는 두 축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컴퓨팅 영역에서 시스코는 AI 에이전트 간 소통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인지 인터넷(Internet of Cognition)’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인류 지능의 진화 과정에 빗대어 “언어의 등장으로 인간이 집단 지성을 형성했듯, 프로토콜이라는 기계의 언어를 통해 AI 에이전트도 협력 기반의 집단 지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리눅스 재단 산하 ‘에이전시(Agency)’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 델, 레드햇, 오라클 등 80여 개 기업과 함께 에이전트용 DNS, 신원 관리, 상호운용 프로토콜,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 프레임워크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헬스케어, 네트워크 운영, 영상 분석,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 사례를 확대하고 있다.
참고로 판데이 부사장이 이끄는 아웃시프트는 시스코의 신기술 인큐베이션 조직으로, AI 에이전트 인프라부터 양자 네트워킹까지 차세대 기술 연구와 사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AI와 함께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자 컴퓨터가 기존 RSA·ECC 암호 체계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Q-Day’가 2029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판데이 부사장은 “현재도 해커가 네트워크 트래픽을 수집해 두었다가 향후 양자 컴퓨터로 해독하는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이 가능하다”며 PQC(양자내성암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스코는 전 제품군에 걸쳐 PQC를 지원하고 있으며, IBM, 아톰 컴퓨팅 등과 협력해 향후 2년 내 엔드투엔드 설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시스코는 에이전틱 AI 워크로드 확산에 따른 네트워크 환경 변화도 주요 이슈로 제시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배포된 뒤 엔드유저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네트워크 트래픽은 기존 챗봇 중심 구조를 넘어 근본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인프라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빌 가트너 시스코 옵티컬 시스템 & 옵틱스 부문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
Cisco Korea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빌 가트너 부사장은 시스코 AI 인프라 전략의 핵심으로 ▲성능 향상 ▲운영 단순화 ▲보안 내재화로 꼽았다.
성능 측면에서 가트너 부사장은 초당 102.4테라비트를 처리하는 자체 개발 실리콘 ‘실리콘 원(Silicon One) G300’을 직접 시연했다. 시스코는 AI 인프라를 스케일업(랙 내부), 스케일아웃(랙 간), 스케일어크로스(데이터센터 간)로 구분하고, 스케일아웃 영역에서는 1.6Tb급 광모듈과 전력 소모를 약 50% 줄인 800Gb급 광모듈을 통해 데이터센터 내부 초고속 연결을 지원한다.
또한 스케일어크로스 영역에서는 최대 1000km 거리의 데이터센터 간 연결을 지원하는 장거리 광모듈을 제시했다. 시스코의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적용된 이 장비는 기존 대비 최대 90% 수준의 전력 절감 효과를 제공해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운영 단순화 측면에서는 복잡한 AI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일명 엔터프라이즈용 ‘AI 인어박스(AI in a Box)’ 턴키 솔루션 전략이 소개됐다. 가트너 부사장은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통합된 형태의 솔루션을 선호한다”며 “시스코는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넥서스 OS뿐 아니라 오픈소스 네트워크 운영체제인 소닉(SONiC)까지지원을 확대해 고객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으며, AI 시대에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28.8테라비트급 라인카드 출시 계획도 공개했다.
보안 내재화 역시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그는 “AI가 발전할수록 공격자 역시 정교해진다”며 “네트워크 자체에 보안을 내재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스위치 실리콘과 함께 방화벽 기능을 수행하는 DPU(Data Processing Unit)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코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 전략은 사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스코는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실적 발표에서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으로부터 약 21억 달러(약 3조 1,700억 원) 규모의 AI 관련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 부문은 6개 분기 연속으로 안정적인 주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제품 구성은 실리콘 원 기반 네트워킹 시스템이 약 60%, 옵틱스가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실리콘 원이 시스코 AI 인프라 사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jihyun.lee@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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