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코닝(Corning)과 총 60억 달러 규모의 다년간 광섬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AI 인프라의 제약이 컴퓨팅 자원을 넘어 물리적 네트워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약에 따라 코닝은 메타에 광섬유와 케이블, 연결 솔루션을 공급한다. 양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협력은 메타의 애플리케이션과 기술, AI 전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미국 내 최첨단 데이터센터 구축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갈수록 더 큰 AI 클러스터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GPU 성능과는 별개로 네트워크가 확장을 가로막는 이른바 ‘네트워킹 월(networking wall)’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AI 데이터센터 성장의 제한 요인으로 물리적 네트워크 용량, 특히 광섬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AI 인프라를 둘러싼 논의는 주로 GPU나 전력 같은 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대규모 AI 모델이 만들어내는 트래픽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물리적 한계까지 밀어붙이면서, 클라우드 업체는 기존 인프라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가트너의 디렉터 애널리스트 쉬리야 메흐로트라는 GPU와 전력, 냉각이 오랫동안 데이터센터 확장의 핵심 제약 요소로 인식돼 왔지만, 한때는 단순한 범용 자원으로 여겨졌던 광섬유가 이제는 전략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흐로트라는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광섬유 장기 공급 계약을 선점하고 자체 전용 네트워크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용량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다른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광섬유 가용성은 줄어들고, 인프라 구축 일정도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확장에서 광섬유의 역할
AI 시스템이 커질수록 네트워크 한계가 성능을 가로막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가의 GPU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따른 기대 효과도 낮아지고 있다.
테크인사이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마니시 라와트는 광섬유가 AI 확장의 다음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와트는 광섬유가 단순히 AI 성장에 비례해 필요성이 점차 늘어나는 자원이 아니라, 규모가 커질수록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핵심 의존 요소라고 설명했다. AI 워크로드는 수천 개 GPU 간의 정밀한 동기화를 필요로 하는 대규모 트래픽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 내부와 캠퍼스 간 광 연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만 ‘네트워킹 월’이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칫 비르 고기아는 여러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는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고기아는 “AI 워크로드가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광섬유 가용성, 스위칭 밀도, 광 트랜시버의 물리적 한계, 네트워크 아키텍처의 비효율성 등 여러 요소가 겹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확장에 따른 부담과 정부 주도의 광대역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광섬유가 언제나 풍부하고 저렴하다는 기존의 전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광섬유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메흐로트라는 “단순히 광섬유와 스위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AI가 생성하는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라우팅하고 처리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전체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진화해야 한다”라며, “기존 네트워크 설계는 대규모 AI 배포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약적이고 간헐적으로 폭증하는 트래픽 패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네트워크 패브릭이나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와 같은 새로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전략의 변화
라와트는 메타와 코닝의 이번 계약이 단기적인 광섬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메타가 더 높은 확실성과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라와트는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 주기 동안 광섬유 용량과 제조 우선권을 확보하고 자사 아키텍처에 맞춘 설계를 적용하는 한편,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공급망을 보호하고 있다”라고 분석하며,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맞춤형 AI 칩 개발, 전력 계약, 전력망 계획 등에서 보여준 수직 통합 전략과 같은 흐름이며, 광섬유는 그 다음 단계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공급망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반면, 일반 기업은 더 긴 납기일과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공용 용량에 의존하는 식의 이중 구조 네트워크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와트는 “일부 기업이 광섬유를 단순히 구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 계약과 표준화, 다년 계획을 통해 광섬유를 선점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잉여 용량을 흡수하는 한 클라우드 인터커넥트 가격은 강세를 유지할 것이며, 복원력과 확장성을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벤더 선택보다 네트워크 아키텍처에 대한 결정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고기아 역시 주요 클라우드 업체가 광섬유 생태계에서 단순한 이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전략적 소유자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 광섬유는 필요할 때 조달하던 자원이었지만, AI 인프라의 자본 집약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비용 예측 가능성과 구축 속도, 운영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확보에 나서는 대상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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