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혁명은 언제나 새로움과 다음 단계를 향해 움직여 왔다.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는 흐름은 가장 최신의 아이디어가 곧 다음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우리에게 심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개발자들은 조용히 이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때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쏟아져 나오는 흐름이 모든 관심을 끌었지만, 요즘에는 에이다나 C 같은 오래된 언어가 다시 인기 언어 지표 상위권을 되찾는 사례가 더 자주 눈에 띈다. 이러한 순위가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프로그래밍 언어가 여전히 상당한 존중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는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 할머니 원피스나 뿔테 안경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패션 트렌드와 달리, 오래된 언어가 여전히 선택되는 데에는 분명하고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기존 코드를 최신 언어로 다시 작성하는 과정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버그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의 로직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닳거나 부패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검증된 코드를 단지 새로운 문법적 편의를 누리기 위해 버릴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세련된 스타트업의 개발자들은 이를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기업들은 몇 분기 만에 초기 투자금을 소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대기업들은 방대한 레거시 코드에서 여전히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분명하다.
오래된 언어를 고수한다고 해서 현대적인 개발 원칙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전통적인 언어는 최신 기능을 담은 새로운 버전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돼 왔다. 객체지향 코드 작성과 같은 현대적 개발 방식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입됐다.
오래된 언어의 새 버전을 개발해 온 팀들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개발자들은 최신 유행을 좇아 언어를 바꾸거나 코드를 다시 작성할 필요가 없다. 펀치카드 단말기를 최신 편집기와 통합개발환경으로 교체하면서도, 기존 시스템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다음은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의 최전선에서 지금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프로그래밍 언어 8가지다.
코볼(COBOL)
코볼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대기업 내부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다. 은행과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은 핵심 비즈니스 로직의 상당 부분을 코볼에 의존하고 있다. 코볼의 문법은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후 의미 있는 업데이트가 이어졌다. 코볼 2002에서는 객체지향 확장이 도입됐고, 코볼 2023에서는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트랜잭션 처리 방식이 개선됐다. 그누코볼은 코볼을 오픈소스 생태계로 끌어들였으며, 비주얼 코볼과 아이에스코볼 같은 통합개발환경은 오래된 문법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손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펄(Perl)
파이썬은 시스템을 연결하는 간단한 코드 작성과 같은 기본적인 작업에서 펄을 상당 부분 대체했다. 그럼에도 일부 개발자에게는 초기 스크립트 언어 가운데 하나인 펄의 간결하고 강력한 문법이 여전히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파이썬이 지나치게 장황하다고 본다. 22만 개가 넘는 모듈을 보유한 종합 펄 아카이브 네트워크(CPAN)는 다양한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을 매우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몇 달 사이 펄은 티오베 지수에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2025년 9월 기준 10위에 올랐다. 이 수치는 아마존에 등록된 펄 관련 서적과 제품에 대한 검색량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언어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에이다(Ada)
에이다 개발은 1970년대 미국 국방부가 방대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하나의 표준 컴퓨터 언어로 통합하기 위해 추진되면서 시작됐다. 공개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방위 산업 분야에서는 지금도 강력한 사용자층을 유지하고 있으며, 핵심 시스템을 제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에이다는 1995년 객체지향 코드 지원을 강화했고, 2012년에는 계약 기반 프로그래밍 기능을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최신 표준인 에이다 2022는 안정적이면서 버그 발생 가능성을 낮춘 병렬 처리 구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포트란(Fortran)
포트란은 1953년 IBM이 기계어 대신 수학 공식에 가까운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자 하면서 등장했다. 흔히 최초의 고급 언어로 불린다. 현재도 포트란은 기상 예측이나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처럼 대규모 수치 연산이 필요한 자연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의 버전에서는 2003년 객체지향 확장이 추가됐고, 2008년에는 서브모듈 기능이 도입되는 등 현대화를 이어왔다. GNU 포트란과 같은 오픈소스 구현체가 존재하며, Intel 역시 내부적으로 자체 포트란 버전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C 계열 언어
C 언어 자체가 인기 프로그래밍 언어 순위 최상단에 오르지 않는 이유는 순수 C를 비롯해 C++, C#, 오브젝티브 C 등 다양한 파생 언어로 사용자층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법만 놓고 보면 자바처럼 C와 유사한 언어도 적지 않다. 다만 내부 구조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며, C 계열 언어 간 코드 역시 일반적으로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언어를 조명하는 목록이라면,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C 계열 문법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다.
비주얼 베이직(Visual Basic)
BASIC의 첫 번째 버전은 학생들에게 반복문과 GOSUB 같은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설계된 교육용 언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많은 기업이 단순한 애플리케이션에 비즈니스 로직을 직관적으로 추가할 방법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 사용자들은 수천 개의 클래스와 수십 개의 마이크로서비스로 구성된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데이터 오류를 정리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코드가 필요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주얼 베이직이 만들어졌고, 현재도 많은 기업과 소규모 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 실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주얼 베이직은 여전히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에 최소한의 지능을 추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복문과 조건문 구조에, 클라우드와 데이터베이스, 대규모 언어 모델 같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힘이 더해지면서 지금도 강력한 조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주얼 베이직은 여전히 인기 프로그래밍 언어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스칼(Pascal)
파스칼은 1971년 니클라우스 비르트가 교육용 언어로 설계했으며, 이후 초창기 정적 타입 언어를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다만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특정 구현체에 한정됐다. 오래된 개발자들 가운데는 끝이 보이지 않는 리액트 빌드가 완료되기를 기다리며, 터보 파스칼의 빠른 컴파일 속도를 떠올리고 감상에 젖는 이들도 있다. 파스칼은 오늘날에도 오픈소스와 상용 버전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살아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구현체로는 주요 플랫폼을 폭넓게 지원하는 델파이 컴파일러가 꼽힌다. 특히 델파이가 여전히 ‘앱을 5배 더 빠르게 만든다’는 초기 광고 문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언어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파이썬(Python)
파이썬은 1991년에 처음 공개된 비교적 최신 언어로, 이 목록에 포함된 언어 가운데서는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많은 파이썬 개발자는 오래된 버전의 언어를 계속 유지하며 사용하고 있다. 파이썬은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기존 코드의 일부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게 만드는 변화가 소폭씩 포함되는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특정 시점의 파이썬과 주요 라이브러리 버전을 고정하기 위해 가상 환경을 설정하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활용한다. 일부 개발 환경에는 코로나19 이전이나 특정 정치적 시기, 심지어 Y2K 버그 논의가 한창이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개의 가상 환경이 공존하기도 한다. 파이썬은 다른 언어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오래된 코드를 끝까지 책임지고 유지하려는 개발자들의 태도만큼은 이 목록에 오른 언어들과 다르지 않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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