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AI 기반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잉여 현금 흐름(FCF)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분기에는 20억 달러 적자에 그쳤지만, 11월 30일로 끝난 이번 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1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분석가들은 이런 재정적 압박이 향후 가격 인상과 고객 계약 조건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의 CEO 산칫 비르 고기아는 “오라클은 투자가 수익 창출 속도를 크게 앞서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 고객은 가격 인상 가능성에 점점 더 노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적자 확대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GPU 슈퍼클러스터, 소버린 클라우드 리전, 특화 네트워크, 고밀도 냉각 인프라 등에 120억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오라클 공동 CEO인 클레이 마고윅과 마이크 시실리아는 지난 10일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FCF의 적자가 구조적 약점이 아닌 전략적 투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클라우드와 인프라 매출이 확대되면 투자가 충분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의 CFO인 더글러스 커링은 신규 데이터센터가 완공돼 실제로 가동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해당 시설과 관련한 비용을 본격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고윅 CEO는 데이터센터가 가동된 뒤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중요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마고윅은 컨퍼런스콜에서 “오라클은 프로세스를 고도로 최적화했다. 우리가 언급한 총마진 구조와 같은 수준의 매출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만 발생하는 기간은 길어야 몇 달 수준”이라면서, “몇 달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고윅은 앞선 통화에서 분석가들에게 신규 데이터센터의 AI 워크로드 마진이 고객 계약 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30~4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커링은 데이터센터 완공 이후 수요에 대해서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서비스 잔여 이행 의무(RPO)가 전 분기 대비 680억 달러 증가했다는 점에 근거해, 메타와 엔비디아 등을 중심으로 AI 워크로드에 대한 전례 없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 확대와 마진 리스크, CIO에는 경고 신호
분석가들은 오라클이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데이터센터 구축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불어나는 부채 부담은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고기아는 오라클이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분기 설비투자를 반영하기 전부터 오라클의 부채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기업 역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부채 보험 비용 상승과 신용 전망 변화에서 드러나듯 금융 시장은 오라클을 둘러싼 위험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고기아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마이너스 FCF, 증가하는 금융 비용, 장기 매출 약정이 결합되면서 구조적인 압박이 형성되고 있다. 이 압박은 결국 벤더의 운영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오라클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장기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워크로드의 마진 구조에 대한 마고윅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AI 인프라, 특히 GPU 비중이 높은 클러스터가 가동률이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초기 몇 년간 마진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기아는 “초기 마진 약세는 오라클의 수익 목표와 AI 사업의 실제 현실 간 괴리를 키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벤더는 일반적으로 구독료 인상, 더 엄격한 계약 갱신 구조, 강화된 최소 사용량 조건, 약정 물량에 대한 집행 강화를 선택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HFS 리서치의 최고경영자 필 퍼스트 역시 오라클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고객이 계약을 협상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퍼스트는 “오라클의 벤더 종속 구조는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제품을 다수 제공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대비에 나설 때
분석가들은 오라클이 정책 변화를 명확히 밝히기 전에 CIO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기아는 CIO의 가장 중요한 대응 전략으로 ‘아키텍처 선택지 확보’를 꼽았다. 이는 규제, 운영 제약, 데이터 중력 등의 이유로 사실상 오라클 환경에서 떼어낼 수 없는 워크로드가 무엇인지 먼저 가려내고, 반대로 멀티클라우드로 분산하거나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는 곧 협상력이 될 수 있다. 기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실제로 제시하는 CIO는 구조적으로 오라클에 완전히 묶이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협상력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과 “실제로 이전하겠다는 의도”는 같은 개념이 아니라며, 선택지 확보 자체가 곧바로 마이그레이션 선언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기아는 두 번째 안전장치로 다년 계약에 기반한 가격 보호 조항을 명확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조항이 명확하고 측정 가능하며, 법적으로 집행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보호 조항은 사용 단위 기준으로 명시돼야 한다. 갱신 과정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모호성은 고객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퍼스트는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 자동화나 AI와 같은 서비스를 묶어 판매할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든 대규모 기술 벤더는 마진 압박을 받을수록 더 높은 마진과 통제력을 가진 서비스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기아 역시 이를 위협 요인으로 보고, CIO가 AI 인프라 비용과 핵심 클라우드 또는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비용을 완전히 분리해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회 요인은 없을까?
가격 인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CIO에게는 이번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특히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고기아는 “오라클은 향후 몇 분기 동안 가동률과 매출 전환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구매자에게 유리한 협상 구간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협상에 나서는 CIO가, 현금 흐름이 안정되고 협상력이 회복된 이후에 움직이는 이들보다 훨씬 유리한 경제적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기아는 또한 지금이, 기업이 오라클 환경의 거버넌스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CIO는 그동안의 과도한 종속, 공격적인 감사 권한, 불투명한 사용량 약정과 같은 조항을 재협상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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