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마이닝 전문 기업 셀로니스는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61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을 제출하면서, SAP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경쟁을 해치며 이로 인해 고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송의 쟁점은 서드파티 소프트웨어가 SAP 시스템 내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셀로니스는 SAP가 자사 ERP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남용해 프로세스 마이닝 경쟁사를 생태계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AP 시스템이 데이터를 서드파티 솔루션과 공유할 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고객이 사실상 SAP 외의 프로세스 마이닝 솔루션과 협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마이닝은 조직이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신뢰성, 효율성, 생산성을 평가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데이터 과학과 프로세스 개선을 결합한 기술로, 일부 IT 리더에게는 비즈니스 운영 현대화에 유용하다고 평가된다. 셀로니스는 프로세스 마이닝 분야의 주요 벤더이며, 지난해 8월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클라우드 100 리스트에서 130억 달러 가치로 13위를 차지했다.
셀로니스 “비즈니스에 큰 피해 입었다”
셀로니스는 SAP가 자사 비즈니스에 피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규칙과 제한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고객이 ERP 업체를 전환하는 데 일반적으로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며, SAP가 시그나비오(Signavio) 인수를 통해 얻은 자사 프로세스 마이닝 솔루션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을 방해했다고 셀로니스는 주장했다.
2011년 설립된 셀로니스는 SAP의 스타트업 포커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이는 SAP와 셀로니스 간의 장기적 비즈니스 관계의 시작점이 됐다. 이런 관계를 통해 셀로니스는 자사 프로세스 마이닝 소프트웨어를 SAP 생태계에 긴밀히 통합해 왔다. 셀로니스는 여기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됐으며, SAP와 그 고객도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자사 솔루션의 도움으로 SAP 시스템의 데이터를 사용해 프로세스를 모니터링, 분석 및 최적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SAP는 2021년 독일 프로세스 마이닝 업체 시그나비오를 인수할 당시, 시그나비오의 통합 클라우드 네이티브 프로세스 제품군을 SAP 비즈니스 프로세스 인텔리전스와 결합해 고객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엔드투엔드로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략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분석, 설계, 개선 및 프로세스 변경 관리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그나비오 인수 이후 잠재적인 반독점 우려를 고려해 SAP 경영진은 자사 플랫폼이 계속 개방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자사 솔루션에 서드파티 제품보다 특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셀로니스는 SAP가 이런 약속을 어기고 고객들에게 시그나비오를 사용하도록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셀로니스가 SAP에 제기한 혐의는 다음과 같다.
- 고객이 서드파티 데이터 추출 업체를 선택할 경우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위협
- 저품질 프로세스 마이닝 제품인 시그나비오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거나 적어도 시험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
- 셀로니스와 같은 비SAP 솔루션 사용의 위험성과 시그나비오의 향후 기능에 대해 잘못된 인식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설명
셀로니스는 SAP의 반경쟁적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징후가 있으며, 이런 관행이 지속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 법원이 SAP에게 시장 관행을 바꾸도록 강제하기를 요청했으며, 손해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 배상 청구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SAP는 셀로니스의 주장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SAP 대변인은 “현재 제기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일반적으로 진행 중인 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SAP 시스템의 데이터 간접 사용에 관한 분쟁
과거에는 SAP 시스템의 데이터를 서드파티 소프트웨어에서 사용하는 것을 두고 논쟁이 많았다. SAP는 때때로 간접 사용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예를 들어, 음료 회사 다이아지오(Diageo)와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는 SAP로부터 거액의 추가 지불 요구를 받았다. 이 사건은 결국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 분쟁은 서드파티 소프트웨어를 통해 SAP에 접근하는 사용자에게 라이선스를 어떻게 부여할지가 쟁점이었다. 사용자 기업은 SAP PI(프로세스 통합)을 구매함으로써 SAP 시스템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게이트키퍼 라이선스를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이 SAP PI를 통해 액세스하는 데이터에 대해 이미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SAP는 ‘사용 등록’ 라이선스가 부여된 특정 사용자만이 SAP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AP PI를 구매했다고 해서 사용자에 대한 라이선스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SAP 기능은 외부로 복제되지 않았다. 사용자는 PI를 통해 SAP에 접근했으므로 ‘사용 등록’ 라이선스를 받고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2018년 SAP가 소프트웨어의 간접 사용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수년간의 분쟁이 종식됐다. 당시 SAP는 직접 인간 접근(Human Access)과 특정 트랜잭션 및 문서를 기반으로 라이선스 및 청구되는 간접 디지털 접근(Digital Access)을 구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들은 이에 만족한 것으로 보였다. 독일어권 SAP 사용자 그룹(DSUG)은 “이 혁신적인 모델로 SAP는 최근 다소 상실된 것으로 보였던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단계를 밟았다”라고 언급했다.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시장 주시하는 반독점 당국
SAP 경영진이 셀로니스와의 분쟁을 조용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SAP 생태계 내의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소송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SAP의 현재 전략이 가능한 한 포괄적인 기능을 갖춘 통합 제품군을 제공하는 데 점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국가의 반독점 당국은 주요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업체가 제품을 패키지화하는 방식과 개별 구성 요소 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이 이 분야에서 주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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