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은 기술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CIO는 이를 잘 알고 있으며, IT 투자를 늘리더라도 변화 관리가 핵심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 대학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ICT 예산이 1.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최근 추세와 거의 일치한다. 한편, IDC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EMEA 지역의 디지털 전환 지출이 연평균 성장률(CAGR) 16%에 가까운 속도로 증가하며, 2028년에는 12억 달러(약 1조 6,300억 원)를 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성형AI와 클라우드 기술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직원 교육, 커뮤니케이션, 변화 관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변화와 전환을 관리하는 방법
제조업체 인두스트리아 그라피카 유로스탐파(Industria Grafica Eurostampa)의 그룹 CIO인 파올로 시카를 보면 CIO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카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변화 관리 작업이 필요했다. 기존에는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각자가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전환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카가 담당한 기술적 업무는 글로벌 ICT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디지털화를 위한 제품은 BI를 포함해 다른 기업에서도 널리 채택하는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있다.
시카는 “변화 관리는 항상 복잡한 과정이다”라며 “성공의 열쇠는 경영진과 주요 의사결정권자의 적극적인 지지에 있다. 프로젝트 초반부터 경영진이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지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변화를 수용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사례로 유로스탐파에서 진행한 ‘페이퍼리스 팩토리’ 프로젝트를 들었다. 기존의 종이 기반 프로세스를 완전히 디지털 워크플로우와 전자 문서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
시카는 “이 변화는 훨씬 더 복잡했다”라며 “이전 회사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종이 기반 업무에서 디지털 워크플로우로 전환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런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에는 항상 저항이 따른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이 일상이 되면 이전 방식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사용자가 디지털 전환의 장점을 이해하면서 점점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시카는 변화 과정에서 정보 제공과 교육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직원들은 기존 방식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지만, 여전히 과거의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라고 밝혔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인 이유
변화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 내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사용자인 직원들과 함께 논의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공감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법률회사 포르톨라노 카발로(Portolano Cavallo)의 최고 디지털 및 혁신 책임자인 파블로 페르난도 암브로시 카레라는 “디지털 전환이란 IT 부서와 비즈니스 부서 간, 그리고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와의 양방향 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카레라는 “CIO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실제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1년 동안 개발과 통합을 거친 후에야 제품을 선보이더라도, 정작 실질적인 필요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부 직원들이 직접 기술과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사용자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표현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카레라는 이미 시작된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현대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역할은 변화가 진행되더라도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레라는 “우리가 새로운 디지털 제품을 도입한다고 해도 직원들이 불편함 없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또한,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술이 업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과 직원 참여가 핵심 요소다”라고 밝혔다.
AI 도입에 집중하는 기업들
이탈리아 금융 기업 크레디 아그리콜 비타(Crédit Agricole Vita)의 IT 매니저 스테파노 봄바라는 AI 도입과 관련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 크레디 아그리콜 인슈어런스(Crédit Agricole Insurance)와 크레디 아그리콜 라이프(Crédit Agricole Life) 등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의 보험 계열사는 몇 년 전부터 내부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중개업체 및 고객을 위한 외부 프로세스까지 포함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디지털화는 주로 프로세스 간소화 및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AI의 도입은 IT와 비즈니스 부서 간 긴밀한 협업과 체계적인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봄바라는 “올해 손해보험 분야의 청구 관리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AI를 도입할 계획이다”라며 “AI는 다른 기술보다 더욱 IT 부서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부서, 즉 보험금 청구팀과 함께 도입해야 하는 혁신이다. 적용할 프로세스를 식별하고, 핵심 업무의 최적화와 단순화를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활용 사례를 찾아야 한다. 전체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식과 문화적 접근법에 대한 교육과 함께 진행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부문의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다. 공통된 교육이 없다면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크레디 아그리콜 라이프와 크레디 아그리콜 인슈어런스는 생성형AI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접근 방식을 공유하고 활용 사례를 발굴해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봄바라는 “딥러닝부터 생성형AI까지 AI의 모든 형태를 어떻게 도입할지 평가할 계획이며, 직원 교육과 참여 방안을 마련하고,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활용 사례를 정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프로젝트와 함께 AI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변화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포르톨라노 카발로의 파블로 페르난도 암브로시 카레라는 생성형AI를 도입할 때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카레라는 “내부 사용자가 이미 높은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더라도 지속적인 지원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는 향후 몇 년 동안 가장 중요한 기술적 이슈가 될 것이지만, 시카는 AI가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는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경영진을 위한 교육 부족 문제
결국,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디지털 전환은 프로세스, 조직 문화, 그리고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더 큰 변화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50% 미만의 경영진과 기업인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밀라노 공과대학의 중소기업 디지털 혁신 연구소 책임자 클라우디오 로라토는 지적했다. 로라토는 “전략을 수립하고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경영진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새로운 비전을 개발할 기회 자체가 차단된다”라며 “경영진 교육을 소홀히 하면 조직 내에서 변화가 상향식(bottom-up) 또는 하향식(top-down)으로 원활하게 전달될 수 없으며, 더욱 발전된 조직 학습 프로세스를 저해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다행히, 2020년 글로벌 팬데믹 이후 시행된 이탈리아의 국가 회복 및 복원 계획(PNRR)과 기타 정부 정책을 통해 기업이 교육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금이 마련됐다. 그러나 밀라노 공과대학 연구소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통합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생태계의 결속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무역 협회, 전문가, 혁신 허브, 금융 기관은 기업의 교육 수요를 촉진하고 디지털 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보다 효과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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