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양자 컴퓨팅이 이르면 2026년이나 2027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한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IBM 최고경영자 아빈드 크리슈나, 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마티니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도린 보그단-마틴, 노보 노르디스크 재단의 레네 오더셰데가 참여한 토론에서, 패널들은 양자 컴퓨팅이 중대한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데 동의했다. 양자 컴퓨팅이 이제 순수 과학의 영역을 넘어, 복잡한 시스템 엔지니어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자 기술을 논의할 때는 컴퓨팅, 통신, 센서 기술 등 3가지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양자 컴퓨팅은 금융, 기후 모델링, 암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기술이다. 반면 양자 통신은 데이터의 안전한 전송에 초점을 맞추며, 궁극적으로는 보안성이 확보된 양자 인터넷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실화된 양자 센서
양자 컴퓨팅과 통신은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양자 센서 기술은 이미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오더셰데는 양자 센서가 병원 현장에서 심장 질환을 진단하거나 뇌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의학 응용 분야에서 소형 분자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논리 큐비트를 약 50개 확보하면 뚜렷한 이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대폭 앞당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위한 엔지니어링 과제
이에 비해 양자 컴퓨팅 분야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양자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인 마티니스는 현재 상황을 1960년대 반도체 산업에 비유했다. 그는 “아직은 큐비트를 거의 수공예에 가까운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개별 배선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첨단 반도체 공정을 기반으로 한 집적 마이크로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1970년대 후반에 이뤄낸 도약과 유사한 단계다.
다만 IBM의 크리슈나는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양자 컴퓨팅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2026년이나 2027년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양자 컴퓨팅이 더 이상 양자역학으로 신뢰할 만한 계산이 가능한지를 따지는 과학적 문제라기보다, 하드웨어를 어떻게 안정적이고 오류 없이 확장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엔지니어링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환기를 맞이한 재료과학·금융·물류 업계
크리슈나는 양자 컴퓨터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을 산업으로 3가지 핵심 분야를 제시했다.
- 재료과학: 더 성능이 뛰어난 윤활제나 탄소 포집 소재의 발견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바꿀 수 있다. 1890년대부터 하버-보슈법을 바탕으로 유지돼 온 비료 생산 방식 역시, 생물학적 과정을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함으로써 재구성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버-보슈법은 질소와 수소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산업 공정을 의미한다.
- 금융: 수많은 제약 조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파생상품의 가격 산정이 양자 컴퓨터를 통해 가능해진다.
- 물류: 검증된 알고리즘이 복잡한 물류 문제를 양자 컴퓨팅으로 한층 더 정교하게 최적화할 수 있다.
‘양자 격차’와 보안 취약점
이번 토론은 양자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분위기였지만,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보그단-마틴은 이른바 ‘양자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93개 UN 회원국 가운데 국가 차원의 양자 전략을 수립한 국가는 24개국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다시 한번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소수 국가만이 성과를 공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급한 과제로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암호 체계를 쉽게 해독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Y2K 리스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미 ‘양자후 보안’ 알고리즘이 존재하지만, 2030년 전후로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수준의 양자 역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가 지금 당장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의 데이터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자 기술을 위한 과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양자를 위한 행동 계획’에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과학 연구 지원: 규모가 작은 국가라도 기초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인재가 획기적인 이론적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전문 인재 양성: 물리학자뿐 아니라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나아가 양자 기술을 윤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끌 철학자까지 필요하다.
- 사용례 발굴: 기업은 하드웨어가 필요한 수준의 규모에 도달했을 때를 대비해, 이른바 ‘새로운 형태의 수학’으로 불리는 양자 기술을 지금부터 실험하고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양자 기술이 더 이상 연구실에 국한된 주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경제의 산업 경쟁력은 물론, 안보 정책의 중요성까지 좌우할 전략적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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