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사이 AI를 둘러싼 논의는 크게 달라졌다. 많은 기업이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환경에 AI를 도입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그러나 AI가 실제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는 대다수 AI 도입 기업이 밝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AI 도입의 모습은 ‘도입했다’ 혹은 ‘도입하지 않았다’로 나뉘는 이분법이 아니라, 조직 곳곳에 파편화된 양상에 가깝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경영진 차원의 야심 찬 전략, 중간 단계의 불균등한 배포, 현장에서의 일관성 없는 성과라는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HR 영역에서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말과 행동의 격차
이사회에서는 AI를 둘러싼 논의가 ‘도입할 것인가’에서 ‘얼마나 빠르게 도입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뚜렷한 성숙도 격차를 보여준다. 미국의 HR 전문 미디어 HR 이그제큐티브 조사 결과에 따르면 HR 테크 리더의 88%가 AI 이니셔티브에서 유의미한 투자 대비 수익(ROI)을 거두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도입 지표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구현이 아직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Y의 글로벌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직원 10명 중 약 9명이 업무에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고부가가치 성과로 전환한 조직은 약 28%에 그쳤다.
이는 HR 조직이 AI 도구를 배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채용 효율성, 인재 유지, 인력 계획과 같은 핵심 지표를 변화시킬 만큼 통합적인 프로세스 전환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괴리는 정렬된 운영 모델이나 성과 측정 체계 없이 빠르게 실험을 반복하는 기업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섀도 AI, 기업 전반 과제가 드러난 단면
통제된 AI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지속적인 장애물 중 하나는 섀도 AI다. 이스라엘 보안 기업 XM사이버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0%가 업무 환경에서 섀도 AI 사용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HR은 민감한 직원 데이터를 보안이 취약한 플랫폼에 노출할 가능성이 높은 부서로 지목된다. IBM에 따르면 AI를 관리하거나 섀도 AI를 탐지하기 위한 정책을 갖춘 기업은 37%에 불과하다.
HR에서 섀도 AI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 채용 담당자가 공개 생성형 AI를 활용해 채용 공고를 수정하거나 이력서를 선별하는 경우
• 관리자가 빠른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직원 성과 데이터를 별도의 통제되지 않은 도구에 입력하는 경우
• 팀이 컴플라이언스 검증 없이 AI 어시스턴트를 실험적으로 도입해 직원 문의를 처리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섀도 AI가 본질적으로 악의적인 것은 아니다. 맹목적 신뢰가 아니라 인간의 검토를 전제로 한다면 일부 활용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 역량을 넘어선 현장의 수요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에 따른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승인되지 않은 사용은 데이터 유출, 규정 위반, 비윤리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정성이 핵심 가치로 작용하는 인재 채용 분야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진짜 병목은 ‘변화 관리’다
2025년 들어 또 하나 분명해진 흐름은 AI 도입 속도가 교육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HR 전문가 사이에서 AI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활용 비율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직무에 특화된 AI 활용 교육을 받은 인원은 그중 일부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워크데이(Workday)는 비교적 두드러진 사례로 꼽힌다. 워크데이는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직무에 맞춘 다단계 학습 여정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직원의 약 80%가 AI 도구를 활용하도록 이끌었다고 포춘은 전했다.
이 대목은 CIO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병목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다. 사람의 준비도다. 단계별 역량 개발과 역할별 맞춤 지원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조직은, AI를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 도입 프로젝트로 취급한 조직보다 훨씬 큰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을 넘어 조직 문화의 뒷받침도 핵심 요소다. PwC의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AI에 대한 신뢰, 명확한 방향성, 조직 구성원 간 인식 정렬이 확보될 때 도입은 지속된다. 반대로 이러한 기반이 부족하면 도입은 정체된다. 이러한 변화는 위에서 아래로, 경영진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기술 융합형 HR 직무의 부상
긍정적인 진화이자 동시에 불균형한 도입의 단면을 보여주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HR 내부에 기술 융합형 직무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플 애널리틱스 엔지니어, HR AI 프로덕트 매니저, 인재 테크놀로지 리드와 같은 직함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전통적 HR과 현대적 기술 역량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조직의 시도가 반영된 결과다.
조직이 실험 단계를 넘어가면서, 범용 데이터 사이언스 팀이나 기존 HR 직무만으로는 AI 기반 시스템을 온전히 책임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HR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술적 숙련도가 동시에 요구된다. 이러한 역할은 인간의 판단과 기계 지능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다. AI가 도출한 결과를 리더가 신뢰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분명하다. 효과적인 AI 도입은 단순히 기술을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를 책임감 있게, 그리고 대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문성을 조직 안에서 발굴하고 체계화하는 데 달려 있다.
HR 리더를 위한 AI 도입 핵심 시사점
HR 영역에서의 AI 도입은 활용 사례가 비교적 명확하고 데이터도 풍부하며, ROI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점 또한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 수준은 여전히 고르지 않다. 이는 유사한 과제가 산업 전반에 걸쳐 존재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AI를 도입하는 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 거버넌스는 통제와 속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섀도 AI는 충족되지 않은 현장 수요와 빠른 기술 혁신이 결합된 결과다.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도구 사용을 제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안전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 기술 선택보다 변화 관리가 더 중요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개 도구 자체가 아니다. 사람의 학습, 프로세스 재설계, 명확한 보상 체계에 대한 투자가 가장 진보한 모델을 좇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 역할은 진화해야 한다. 전통적인 조직도는 인간의 복잡성과 알고리즘 논리를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역량을 신속히 발굴하고 채용하며 육성하는 일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HR에서의 AI는 일의 미래를 실제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조직이나 활용 사례에 따라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앞설 기업은 전략적이고 책임 있는 AI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과 조직 문화, 그리고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곳이 될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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