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술 업계 전반이 AI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제 기업에는 납득할 만하고 실현 가능한 기술 비전이 필요하다. 기업을 하나로 묶고, 흩어진 흐름을 종합해 줄 수 있는 명확한 방향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65년 전만 해도 기술에 대한 방향성은 흔히 “무엇을 구매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곤 했다. 당시 IT 전략가는 사실상 구매 업무를 고도화한 역할에 가까웠다. 문제는 너무 많은 기업이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과 구성원의 공감을 이끄는 방향성, 그리고 함께 달성할 목표 대신, AI에 무엇을 투자했는지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CIO는 다시 비전 수립의 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IT 업계 역시 단기 대응을 넘어 더 넓은 역할을 지향하던 본래의 목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CIO는 사용자가 단순히 ‘작동하는 IT’가 아니라, IT에 더 높은 수준을 기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많은 직원에게 기술의 미래는 구체적인 모습이나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대다수의 기술 비전은 최근 발생한 일에 대응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앞으로 3년에서 5년 뒤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묻는다면, 과연 어떤 답이 돌아올까?
대기업과 중견기업 상당수는 이런 비전이 부재한 상태로 운영된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CIO가 나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IT 부서는 흩어진 관점과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방향으로 엮어내고, 기업이 나아갈 미래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비전의 조화
과거에는 비전을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경영진, 관리자, 직원, IT 전문가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했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그룹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과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다. 조율해야 할 그룹은 더 늘어났고, 각 그룹 안에서도 성향과 관점이 다양해졌다. 조직은 경영진과 관리자, 구성원의 실제 경험과 연령, 관심사, 관점에 따라 형성된 수많은 ‘현실’을 동시에 조율해야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과제가 바로 단일한 비전이 아닌, 여러 가지 비전을 동시에 설계하고 조화시키는 일이다.
비전 수립은 ‘간결해져라’, ‘저렴하게 구축하라’, ‘중단 없이 유지하라’, ‘AI를 우선하라’ 같은 단순한 구호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구성원의 행동을 규정하고, 투자 방향을 이끄는 기준이 돼야 한다. 성공하는 조직은 하나의 비전에 집착하기보다, 서로 조화를 이루는 비전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CIO는 기업을 진전시키는 다양한 비전 사이에 건강한 상호 연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IT 조직 내부만 보더라도 최소한 5가지 비전이 필요하다. 이는 키스팬(Keyspan), 매케슨(McKesson), 웨스트젯(West Jet)의 전 CIO이자 작가인 셰릴 스미스가 저서 ‘디지털 혁신의 전날(The Day Before Digital Transformation)’에서 ‘IT의 5가지 기둥’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 인프라 및 운영
- 통신 및 네트워크
- 정보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
- 데이터 관리
- IT 거버넌스
이 비전은 IT 포트폴리오 안에서 각각 분리돼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IT가 조직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려면 반드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다만 CIO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영역은 기술 기능이나 IT 사일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의 업무 환경과 인재를 위한 비전
경제사 연구자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장기 수익을 가져온 투자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였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업은 개별 직원의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핵심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CIO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 즉 미래 업무의 핵심 집단을 위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이들은 현재의 직장 환경에 대해 전반적으로 덜 낙관적인 인식을 보였다. 한 응답자는 “우리는 실망했다”라고까지 표현했다.
Z세대에게 현재 상황을 날씨에 빗대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는 ‘뇌우’, ‘토네이도’, ‘5등급 허리케인’과 같은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는 Z세대가 느끼는 직장 환경의 불안정성과 압박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Z세대가 일하고 싶어 하는 곳, 즉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보호받으며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기업은 앞으로 전개될 인재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AI라는 과제
이제 AI를 짚지 않을 수 없다. CIO는 AI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2000년 당시 벤처 투자금의 80%가 인터넷 기업으로 흘러갔던 것처럼, 최근에는 벤처캐피털 자금의 약 64%가 AI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I를 둘러싼 직급별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것 역시 CIO의 중요한 역할이다. 2024년 12월, 직원 800명과 C레벨 임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AI를 바라보는 ‘현실 인식’은 크게 엇갈렸다.
- 자사의 AI 접근 방식이 잘 통제되고 있으며 전략적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직원 47%, 임원 73%였다.
- AI 도입이 성공했다고 느낀 비율은 직원 45%, 임원 75%로 나타났다.
- AI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직원 57%, 임원 89%였다.
- 자사의 AI 이해 수준이 높다고 본 응답은 직원 33%, 임원 64%였다.
AI 스타트업 라이터(Writer)의 최고경영자 메이 하비브는 일관된 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에게 AI 수용을 요구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AI에 대한 어떤 비전이든 사람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AI가 사람 위에서 작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그리고 사람과 함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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