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과 오픈소스의 부상 등 주요 기술 기반 비즈니스·문화 변화를 직접 경험해온 관점에서 볼 때, AI 시대에도 과거와 비교해 참고할 만한 유사점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요소는 기업의 AI 추진 과정에서 CEO가 수행하는 역할이다.
AI는 수십 년 만에 등장한 가장 혁신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확신하지만, 이번 전환에는 분명 이전과 다른 특징이 있다. 기술 자체의 성격뿐 아니라, 기업 내 도입을 주도하기 위해 CEO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판단은 역사적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90년대 IBM 인터넷 사업부 총괄 책임자로서 인터넷 전략 전반을 담당했지만, 당시 CEO 루 거스너의 강력하고도 분명한 지지가 없었다면 성공은 어려웠다. 조직을 결집하는 데 있어 “이것은 특정 임원의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과 “이것은 CEO의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몇 년 뒤 IBM의 리눅스 및 오픈소스 전략을 전사적으로 추진할 때도 상황은 같았다. 당시 CEO 샘 팔미사노의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전략 실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종합하면, CEO가 조직 전반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기업 차원의 성공적인 AI 전략 수립은 어렵다. 다만 CEO의 역할은 전략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 AI 전략을 지지하고 확산하는 데 있다.
CEO 주도 AI 추진, 무엇이 필요한가
CEO가 주도하는 AI 도입에서 핵심 역할은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 시장에서도 AI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확산하는 데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영진과 부서 책임자들과 함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이사회에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고객·언론·재무 분석가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AI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다만 중요한 점은 실행은 조직 전반의 경영진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CEO가 재무 전략을 직접 이끄는 대신 CFO와 긴밀히 협력하듯, AI 전략 역시 CEO 단독이 아니라 CIO와 사업부 책임자 등과 협업해 추진해야 한다. AI 애플리케이션과 제품, 서비스 전반에 걸쳐 공동으로 실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업 규모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달라진다. 중소기업의 경우 CEO가 전략 수립뿐 아니라 실행 단계에도 깊이 관여할 수 있다. 반면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기업에서는 이러한 직접적인 개입을 유지하기 어렵다.
CIO 역할, 조직 미래 좌우하는 핵심 축
CEO 주도의 AI 전략에서 CIO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역할로, 지금처럼 CIO의 영향력이 컸던 시기는 드물다는 평가다.
CIO는 빠르게 진화하는 복잡한 기술인 AI와 그 비즈니스 영향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조직 전반과 협력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경쟁력 있는 AI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장된 기대와 실제 구현 가능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필수다.
CEO의 AI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은 긍정적인 요소지만, 1990년대 닷컴 열풍처럼 시장의 과도한 기대에 휘둘릴 위험도 존재한다. CIO는 이러한 CEO의 의지를 조직의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AI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배포했다면, 이를 근거로 조직의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기업의 경우 연구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시장 프로토타입을 통해 검증한 뒤,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검증된 사례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경쟁력 유지에 효과적이다.
CIO와 CEO 간 협력 기반 구축이 성패 가른다
CEO 주도의 AI 환경에서 성과를 내는 CIO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CEO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이력을 보유하며, 동료와 C레벨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얻은 인물이다. 반대로 CEO가 기대하는 AI의 가능성과 실제 구현 가능성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할 경우, 기업에는 심각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공적인 AI 추진을 위해 CIO는 CEO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는 동시에, 자신의 판단과 권고안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또한 기술 자체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CIO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 실행이 아니라 전략적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있다. AI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기술을 다룰 때는 기회 요인뿐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해 전달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CEO가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비현실적인 약속을 제시할 경우, 이사회는 CEO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 CEO 주도로 추진된 AI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이는 CEO뿐 아니라 이사회, 그리고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CIO와 경영진 전체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기술 초기 단계에서의 과도한 기대는 결국 재무적 버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CIO-CEO 관계, 점진적으로 재편된다
AI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CEO가 기술 전략에 직접 관여하는 수준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방향성이 명확해지면 CEO는 시장에서의 성과를 알리고,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 등 보다 핵심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집중하게 된다.
이 시기를 잘 대응하는 CIO에게는 큰 기회가 된다. CIO는 조직 전반에서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자신의 전략적 판단을 통해 기업이 성과를 낼 경우 조직 내 위상은 크게 강화될 수 있다.
AI 시대에 성공하는 차세대 CIO는 기술 역량뿐 아니라 사고력과 표현력, 그리고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AI는 기술 리더에게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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