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험 및 복지 서비스 기업 유넘 그룹(Unum Group)의 IT 부서는 제품 관리 중심 구조와 애자일 전달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이 운영 모델은 비즈니스와 정렬된 ‘투자 역량’을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IT 조직과 기업 모두에 일정한 성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2025년 5월 최고정보디지털책임자(CIDO)로 취임한 셸리아 앤더슨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 대비 실질적인 성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운영 구조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자 한 것이다.
앤더슨은 “투자와 그로 인한 가치 인식 간의 상관관계가 충분히 높지 않았다”라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치가 실제로 실현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부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 고객 경험 개선 등 다양한 목표에서 비롯되는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는지, 즉 투자 대비 가치 실현 속도에 대한 책임 역시 강화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유넘 그룹은 이를 위해 밸류 스트림(Value Stream) 모델을 도입했다. 밸류 스트림 모델은 고객에게 실제 ‘가치’가 전달되는 전체 흐름을 기준으로 조직과 업무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장애 보험, 생명 보험, 보충 건강 상품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아우르는 가치 사슬 전반에서 엔드투엔드 경험을 분석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로 기존의 제품 중심 접근 방식은 비즈니스 주도 구조로 전환됐다. 각 밸류 스트림은 비즈니스 리더가 책임지며, 해당 스트림에 속한 제품 관리 조직도 해당 리더에게 보고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각 밸류 스트림에는 고객 경험 전문가, 데이터 리드, 아키텍처 리드로 구성된 핵심 IT 팀이 배치된다. 이들은 애자일 방식을 활용해 제품 개발과 동시에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수행한다. 제품 자체가 밸류 스트림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보험 산업은 다양한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고, 제품은 그보다 큰 프로세스 안에 포함돼 있다”라며 “하나의 고객 여정에는 여러 프로세스가 포함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품은 밸류 스트림 안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밸류 스트림 모델은 IT와 비즈니스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해, “이번 반복 주기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도록 한다”고 앤더슨은 말했다.
아울러 이 모델은 엔드투엔드 프로세스 개선과 변화 관리까지 결과물에 포함시키고, 실제 창출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앤더슨은 “밸류 스트림 개념은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IT 운영 모델의 재정의
유넘 그룹에서 셸리아 앤더슨이 추진한 IT 전략 개편은 CIO들이 IT 운영 모델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 많은 IT 리더는 보안, 개발, 지원 등 기능별로 나뉜 전통적인 사일로 구조에서 벗어나, 제품·밸류 스트림·고객 여정·고객 생애주기 중심의 조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컨설팅 및 서비스 기업 CGI의 글로벌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 아마르 아스와타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기존 IT 조직이 필요한 시점에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IT 운영 비용이 과도하게 높고, “효율성과 생산성이 모두 낮은 상태”라는 문제도 드러났다. 여기에 전통적인 IT 구조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혁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CIO들은 프로젝트 완료와 같은 ‘산출물(output)’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대신, 비즈니스 생산성의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개선과 같은 ‘성과(outcome)’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피오나 마크는 “현재 CIO들은 운영 모델에 적응성과 민첩성을 어떻게 내재화할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무엇이 효과적인지, 병목과 마찰 지점은 어디인지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조기에 감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네기멜론대학교 CIDO 프로그램 교수 켄 스팽글러는 IT 운영이 제품·도메인·역량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분산형 하이브리드 구조’로 진화하는 흐름을 짚었다.
이 구조에서는 핵심 플랫폼은 중앙에서 구축·운영하고, 해당 플랫폼을 활용한 실제 비즈니스 적용은 각 조직 단위에서 수행한다. 예를 들어 IT 조직이 AI를 플랫폼 형태로 개발·관리하는 한편, 비즈니스 현장과 밀접한 팀이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스팽글러는 중앙 조직이 엔지니어링과 보안 역할을 담당하고, 제품 책임자와 비즈니스 인력이 포함된 제품 팀이 분산된 실행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CIO는 이 두 영역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AI 시대의 핵심은 제품, 플랫폼, 거버넌스”라며 “제품은 속도를, 플랫폼은 확장성을, 거버넌스는 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전환의 실행
앤더슨에 따르면 유넘의 밸류 스트림 모델 전환은 IT 조직 내 역할과 기대치를 전면적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을 수반했다. 동시에 IT 팀은 애자일의 다음 단계 진화를 고민하며, 이를 통해 업무 성과를 어떻게 개선할지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기능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중앙-분산형 접근 방식도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앤더슨은 “밸류 스트림 내에서도 공유 가능한 요소가 있다”라며 데이터 레이어와 통합 레이어를 예로 들었다. 이들 요소는 각 밸류 스트림의 제품을 지원하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유넘에서는 더 이상 팀이 고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일부 IT 인력은 여러 밸류 스트림의 핵심 팀에 동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배치되고 있다.
이 새로운 모델을 지원하기 위해 앤더슨은 ‘챕터 모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IT 인력을 직무별로 묶어 관리하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밸류 스트림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모여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축적하며 표준을 정의하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까지 유넘의 전환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에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됐다. 앤더슨은 이러한 변화가 분명한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각 밸류 스트림에 단일 책임자를 두는 구조는 투자 가치 실현에 대한 책임성을 크게 높인다.
앤더슨은 “각 밸류 스트림 책임자는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투자 시작, 지속, 중단 여부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 자금 배분 방식과 성과 지표 및 스코어카드를 활용한 ROI 측정과도 잘 맞아, 팀이 기대되는 결과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문화의 전환”이라며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어떤 프로세스 변화가 필요한지, 사람과 기술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앤더슨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적절한 인력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비즈니스와 기술이 함께 설계에 참여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 그림을 향한 재편
문서 처리 및 자동화 솔루션 업체 텅스텐 오토메이션(Tungsten Automation)의 CIO 셸리 시월드는 2025년 2월 취임 이후 IT 조직을 비즈니스 운영, 엔터프라이즈 IT 전달, IT 운영의 세 축으로 재편했다.
기존 IT 조직은 세일즈포스, 재무 시스템 등 기술 중심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운영 모델을 따르고 있었다. 시월드는 이러한 구조를 유지할 경우 IT가 단순한 ‘요청 처리 조직’에 머물게 되고, 이는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기술 활용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구조는 사일로를 해체하고 IT가 전체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시월드는 “이제 IT는 더 큰 그림을 보고, 시스템 간 연결을 이해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IT 전달 팀은 영업, 마케팅, 고객 지원 등 사업 조직 또는 재무, 법무, 인사 등 백오피스 기능과 정렬돼 운영된다.
시월드는 “각 팀은 해당 조직과 매주 만나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비즈니스를 학습한다”라며 “이를 통해 IT는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 파트너로 자리 잡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먼저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AI나 기술 솔루션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IT 운영 조직은 네트워크, 헬프데스크 등으로 구성된 별도 조직으로 유지된다. 다만 이들 역시 비즈니스 이해를 요구받는다.
시월드는 “IT 운영 팀은 특정 사업 부문에 직접 속해 있지는 않지만, IT 전달 팀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비즈니스 상황을 공유받는다”라며 “이를 통해 신규 제품 출시나 신규 오피스 개설 등 주요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
IT 전문 서비스 기업 슬라럼(Slalom)의 기술 전략 및 아키텍처 총괄 롭 홀브룩은 “여전히 많은 CIO가 IT 운영을 전통적인 구조에서 제품이나 밸류 스트림 중심 구조로 전환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맥킨지의 ‘글로벌 테크 아젠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팀에 걸쳐 제품 및 플랫폼 모델을 완전히 도입한 상위 성과 기업은 약 10%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기업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들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곳은 최소 절반 이상의 팀이 해당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수치는 조직 운영 방식을 전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홀브룩은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CIO와 IT 조직이 ‘제품 중심 사고방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IT 리더와 구성원이 제품 기반 전달 모델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제품 팀, 비즈니스 조직, IT 부서가 새로운 운영 모델 아래에서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홀브룩은 “조직은 새로운 모델을 어떻게 운영할지, 요구사항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품과 비즈니스 성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백오피스 영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간과할 경우 비공식 IT 조직, 이른바 ‘섀도 IT’가 그 공백을 채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 동력으로서의 IT
줄리 애버릴은 현대적인 IT 운영 모델로의 전환이 조직에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버릴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룰루레몬(Lululemon)의 글로벌 CIO로 재직하며 IT 운영 모델을 현대화했다. 그는 IT 조직을 제품 중심 구조로 전환해, 단순한 과제 수행이 아니라 제품과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팀 중심으로 재편했다.
애버릴은 “비즈니스, 경영진, 제품 팀이 모두 동일한 미션과 성과를 중심으로 정렬됐다”라며 “팀이 지속적으로 성과에 집중하면서도, 비즈니스 목표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다른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에서 인프라, 네트워크, 보안 등 공통 기능은 중앙 플랫폼 팀이 담당하며, 내부 서비스 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현재 컨설팅 기업 골드 스레드(Gold Thread LLC) CEO 애버릴은 IT 운영 방식의 변화가 “리더십의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경영진과 비즈니스 조직이 협업 방식 변화와 제품 중심 투자 방식 전환을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기술 인재와 기술을 이해하는 비즈니스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애버릴은 엔지니어링 커뮤니티와 같은 전문 조직을 구축해 IT 인력의 역량 개발, 표준 정립, 커리어 성장 환경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애버릴은 CIO 재임 기간 동안의 구조 개편이 룰루레몬의 연매출을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에서 100억 달러(약 14조 9,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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