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코치로 활동하는 필자가 협력 중인 이사회에서는 3가지 사실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 AI는 모든 안건의 중심에 올라 있다.
-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만큼 의사결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
- 진전 속도는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느리거나, 아예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긴장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AI 레이더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75%가 AI와 생성형 AI를 3대 전략 우선순위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더는 여전히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맥킨지의 ‘AI 현황 2025’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만이 최소 한 개 이상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에이전틱 AI 시스템을 확산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또한 39%는 AI 에이전트 실험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모두가 AI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실행하는 경우는 훨씬 적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 상황을 설명하는 수수께끼가 있다. “전선 위에 새 3마리가 앉아 있다. 그중 한 마리가 날아가기로 결심했다면, 남은 새는 몇 마리일까?”
정답은 3마리다. 새는 날아가기로 결심했을 뿐, 실제로 날아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경영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리더는 AI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지만, 실제 해법을 놓고 구체적인 실험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임원 코치로서 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뒤에 숨은 현실을 자주 마주한다.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과제가 아니라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때 진전을 가로막는 것은 기술보다 사람의 감정과 행동이다. 잘못될 수 있다는 두려움, 변화에 대한 거부감, 모든 답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얼리어답터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망설임이 조직을 붙잡는다. 결국 이 지점에서 경영진은 AI 도입을 앞당기기도 하고, 반대로 멈춰 세우기도 한다.
실제 장벽은 AI가 아니다
경영진이 “더 명확한 로드맵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할 때, 그 이면의 솔직한 속내를 종종 듣게 된다.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위험하게 느껴지기에 당분간은 현 상태의 안전함에 머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많은 고위 리더가 확고한 의견을 바탕으로 핵심 결정을 통제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성공을 거둬 왔다. 동시에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으로 성과를 낸 경험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왜 AI는 과거에 감수했던 위험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까?
AI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확신보다 호기심을 앞세우고, 확장에 앞서 실험을 거치며, 통제와 명령 대신 협업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그리고 그 과정은 더 깊은 감정을 건드린다. 바로 두려움이다.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영향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공개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는 공포다.
한 고객은 상사가 업무를 검토할 때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밝혔다고 전했다. 일대일 미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고객은 대화에 적극적이었고 의욕도 분명했다. 그러나 그 한마디가 나온 직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고, 그의 머릿속은 더 이상 논의 주제가 아니라 AI가 자신의 역할과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가득 찼다. 집중력은 흐트러졌고, 대화의 주도권도 잃었다.
이 사례는 많은 사람이 AI를 두고 느끼는 불안을 보여준다. 직원들은 경영진이 AI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대신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며, 조직이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해 주는 리더를 원한다.
경영진에게 필요한 ‘성장 마인드셋’
그동안 우리는 하위 관리자와 중간 관리자에게 성장 마인드셋을 갖추라고 강조해 왔다. 이는 도전을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는 수단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영진이 이런 피드백을 들을 기회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실수하거나 모르겠다고 말하는 일이 치명적인 약점처럼 여겨지게 된다.
성장 마인드셋의 비교되는 개념에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 있다. 이는 재능과 능력은 고정되어 있어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저서 ‘마인드셋’에서 “사람들은 지능이나 재능과 같은 기본 자질이 고정된 특성이라고 믿는다. 그 결과 이를 발전시키기보다,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데 시간을 쓴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더 똑똑해지거나 더 유능해질 수 없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굳이 노력할 이유도 사라진다. 이런 고정 마인드셋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경영진은 3가지 측면에서 다르게 실천한다.
- 불확실성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아직 모든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하는 순간, 팀은 공식적인 지침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는 팀이 자유롭게 의견을 꺼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신호가 된다.
- 성과 목표와 함께 학습 목표를 설정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결과보다 가설을 검증하거나 반박한 과정, 실제로 시도해 본 업무 흐름의 변화, 그리고 미시적·거시적 차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초기 단계는 형식적인 합의나 근거 없는 동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
- 솔직하게 피드백을 구한다. AI가 도움이 되는 지점과 방해가 되는 지점, 무엇이 부족한지를 현장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묻고, 그 피드백에 행동으로 응답한다. 흔히 말하듯, 어떤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다.
이 모든 과정은 결코 느슨하거나 감성적인 접근이 아니다. 오히려 높은 규율을 요구한다. 경영진은 자신의 감정 반응을 스스로 관리하면서, 재설계 중인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두려움에 갇히거나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라는 사고방식을 피해야 할 때다.
호기심을 나침반으로 삼는다
성과를 내는 리더일수록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는 본능이 강하다. 그러나 혁신의 순간에는 통제가 아니라 호기심이 진전을 만든다.
지켜본 바로는, 빠르게 움직이는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3가지를 꾸준히 실천한다.
- AI를 목적이 분명한 실험으로 정의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다음 방향을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지금 가장 해결해 보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지, 어떤 변수를 실험해 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 문제점을 드러내도 안전한 환경을 만든다. 조직 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슨은 심리적 안전을 “팀이 대인관계에서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솔직한 의견에 불이익이 따른다면 편향이나 오류, 시스템의 균열은 너무 늦게서야 드러나게 된다.
- 증거를 고집한다. 의견도 중요하고 직관도 의미가 있지만, 최종 판단은 데이터가 내려야 한다. 리더가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호기심을 갖고 묻는다면, 절대적인 확신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리더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중요한 지표를 정의하고 이를 꾸준히 추적해야 한다. 효과가 있는 것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빠르게 학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AI 확산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 변화다
AI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이는 조직 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다. 도입의 성패는 도구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이고 확산시키며 주도할 사람에게 달려있다. 필자가 경영진과 일하면서 특히 강조하는 지점은 4가지다.
-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AI로 더 많은 일을 하자”라는 말보다 “문제 해결 시간을 20% 줄이자”라는 말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들이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면, 방법은 스스로 찾아낸다. 최근 흔히 쓰이는 “AI로 더 많은 일을 하자”라는 표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역할과 신뢰가 요구된다. 신뢰를 바탕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경영진은 조직 전반에서 더 많은 실험과 더 빠른 학습,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끌어낸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전을 기대하고, 시행착오를 허용하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 학습 인프라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역량 강화는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샌드박스 환경, 레드팀 훈련, 부서 간 협업 체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학습을 업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리더일수록 도입 성과도 높게 나타난다.
- 의미 있는 측정 기준을 마련한다. 가장 중요한 지표에 집중하고, 지표 수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되 자주 점검해야 한다. 특히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때에도 진전하고 있음을 팀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이 바로 할 수 있는 일
다음 90일 동안, 의미 있는 사용례 2가지로 시작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고객 접점 영역, 다른 하나는 내부 생산성 개선이다. 각 사례마다 소규모의 교차 기능팀을 구성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한 명의 경영진을 지정한다.
사용례별로는 3가지 지표를 설정한다. 학습 지표, 운영 지표, 재무 지표다. 이를 조직에 공개하고, 꾸준히 추적하며, 2주마다 점검한다.
이때 호기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무엇을 시험하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그 결과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를 조직에 알린다. 리더가 학습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면, 팀 역시 실험에 나서게 된다.
AI를 실제로 유용하게 만드는 사람의 역량에 투자해야 한다. 경영진이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대신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더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이것이 리더십의 역할이며, 충분히 학습 가능한 영역이다.
향후 과제
대부분의 경영진은 이미 AI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연구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맥킨지의 데이터 역시 다수의 경영진이 아직 이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경쟁 우위는 AI를 가장 능숙하게 설명하는 리더에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조직이 다른 곳보다 더 빠르게 학습하는 문화를 구축한 리더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AI의 가능성을 실제 성과로 구현하는 상위 1%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지금 무엇이 발목을 잡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제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계속 마음에 걸리던 아이디어를 시험하며, 팀에 요구하는 호기심을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명확함은 행동에 앞서 나타나지 않는다. 행동한 뒤에야 비로소 생겨난다.
AI 전환은 단순히 기술을 숙달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배우려는 태도를 갖고 초기 도입자로 나서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변화를 이끌 의지가 있는 리더를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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