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은 AI가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다만 오라클은 이번 조치가 이른바 ‘SaaS 아포칼립스(SaaSpocalypse)’, 즉 새로운 AI 구현이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운영의 확산을 저해하는 현상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내부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시칠리아는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도구와 그 코딩 역량은 우리가 이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하지만 오라클은 이미 이를 도입했고,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라클은 최고의 AI 코딩 도구와 최고의 개발자를 활용해 SaaS 사업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올해 1월 투자은행 TD 코웬은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개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대 3만 개 일자리를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라클은 수개월 전 재무제표를 통해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주로 고용 종료 및 계약 해지와 관련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라클은 이번 분기 AI 혁신을 뒷받침할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 자금 마련을 위해 500억 달러(약 74조 원)의 추가 부채를 조달했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CEO 산칫 비르 고기아는 고객이 오라클의 접근 방식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기아는 “오라클은 현재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맞물린 자본집약적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한가운데에 있다”라며 “벤더가 새로운 성장 동력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다른 영역에서는 운영 최적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인력 구조조정이나 제품 로드맵의 우선순위 재조정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라클은 이러한 변화가 고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칠리아는 “오라클 내부에서 AI 코딩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더 작은 엔지니어링 팀이 고객에게 더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AI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SaaS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제품군에도 AI 에이전트를 직접 내재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략적 전환
산칫 비르 고기아는 오라클의 엔지니어링 조직 재편을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재무 실적을 보면 오라클의 성장은 이제 클라우드와 AI가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향후 수년간 오라클 경영진의 관심과 자본 배분, 엔지니어링 역량이 어디에 집중될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는 오라클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자문 연구원 스콧 비클리는 “오라클의 지원 기반은 정체 상태에 있다”라며 “이는 일부 고객이 레거시 플랫폼을 떠나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중 일부는 오라클로 옮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라클은 AI 인프라를 주요 매출 성장 동력으로 삼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겼고, 그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자사 소프트웨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고기아는 고객이 변화를 체감하더라도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기아는 “오라클 제품이 갑자기 품질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당장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대규모 설치 기반을 보유한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보다 현실적인 우려는 혁신 속도의 점진적 변화”라며 “일부 제품 영역은 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지만, 다른 영역은 기능 개선이 줄어들거나 릴리스 주기가 느려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객은 해당 제품이 오라클의 장기 로드맵에서 여전히 핵심 전략 우선순위로 유지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지원 공백에 대비해야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의 스콧 비클리는 오라클의 기존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향후 거래 방식에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클리는 “현재 소프트웨어 시장은 AI 투자 비용을 반영해 가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환경에 놓여 있다”라며 “오라클 고객은 다년 계약을 체결해 조건을 고정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ERP는 머지않아 핵심 범용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그 위에 산업별 특화 기능이 AI 기반으로 구현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며 “이에 따라 상업적 계약 구조는 소비 기반 모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핀옵스(FinOps) 체계가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칫 비르 고기아는 계획된 인력 감축이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영향도 경고했다. 고기아는 “고객은 지원 및 엔지니어링 조직의 연속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숙련된 개발자가 회사를 떠나면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지식이 약화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환경은 복잡하고 기업 운영 전반과 깊이 통합돼 있다”라며 “AI 코딩 도구가 엔지니어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수년간 축적된 제품 전문성이나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를 자동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라고 분석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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