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뜨거웠던 인도의 기술 인재 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이는 기업 CIO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변화를 예고한다. 딜(Deel)과 카르타(Carta)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인도 엔지니어링 및 데이터 직군의 전체 급여 중간값은 약 2만 2,000달러로,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의 기술 인재 임금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인도의 급격한 임금 하락세는 해외 아웃소싱(오프쇼어링) 경제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하락은 인도가 더 이상 비용 절감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CIO가 인도를 해외 아웃소싱 거점으로 계속 신뢰할 수 있을지 재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는 엔지니어링 및 데이터 직군의 전체 임금 중간값에서 조사 대상 15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사 결과 미국이 15만 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캐나다가 12만 1,000달러, 영국이 11만7,000달러로 뒤를 이었다. 신흥 시장인 브라질(6만 7,000달러)과 멕시코(4만 8,000달러) 역시 인도를 앞질렀다.
보고서는 최근 전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AI와 머신러닝 엔지니어의 전체 보상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도의 일반 엔지니어 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글로벌 수요가 AI와 사이버보안 등 고부가가치 직무에 집중되면서, 그동안 인도 IT 산업의 기반이 되어온 일반 엔지니어링 직군의 수요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의 해외 아웃소싱 직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면서, 인도의 기술 인재 급여 수준과 다른 국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기업이 낮아진 기본급을 보완하기 위해 스톡옵션 등 주식 기반 보상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회사 지분 중 주식 보상 비율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는 브라질과도 유사하다.
이런 현상은 신흥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고정 급여를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도 숙련된 기술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술 산업이 저비용 인재 중심 구조에서 고급 기술 역량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테크아크(Techarc)의 설립자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파이살 카우사는 “노동력과 비용의 차익을 이용하는 수요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는 서비스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서비스는 빠르게 확장할 수 있고, 심층적인 연구개발(R&D)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지식재산(IP)보다는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에 기반한다.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들은 서비스 제공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도구를 발전시켜 왔지만, 실제 제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이런 구조는 인도 기술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며, 기회가 언제든 다른 나라로 옮겨갈 위험도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 수치와 실제 시장 상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산치트 비르 고기아는 “중간값은 평균값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의 한가운데를 의미할 뿐이며, 직급 구성이나 계약 형태, 지역 분포가 달라질 때 큰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 급여 하락의 원인은 전반적인 임금 하락이 아니다. 달러화로 과대 책정됐던 원격 근무 직책이 줄고, 대신 현지 기준으로 보상받는 저연차 엔지니어가 늘어나는 등 인재 구조가 재편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기아는 인도 기술 인재의 지리적 분포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역량센터(GCC)와 제품 개발팀이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급여 수준은 주요 대도시보다 낮더라도 매년 15~25%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CIO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는 기업들이 기존 해외 아웃소싱 거점에만 의존하지 말고 채용 범위를 보다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는 계약직 인재 풀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IT 인재의 80~90%가 독립 계약자 형태로 일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여전히 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스페인·영국·캐나다 등에서도 계약직 고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원격근무 확산과 새로운 비자 제도 도입으로 기업이 특정 국가에 인재를 집중시키지 않고 여러 지역에 걸쳐 업무를 분산 배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우사는 “이제 CIO는 단순히 디지털 우선 접근이 아니라 AI 우선 전략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비즈니스는 온라인 전환 단계를 넘어섰다. 핵심은 사람이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기아는 금융(BFSI), 통신, 제조, 헬스케어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CIO가 ‘비용 우선 모델’에서 명확히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은 이제 대규모 인재를 투입하는 대신, 제품 단위로 소규모 팀을 구성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 팀들은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팀은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환경에서 운영되며, 배포 리스크를 줄이고 AI 기반 디지털 서비스의 제공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는 인도가 여전히 글로벌 IT 서비스 제공의 핵심 거점을 유지하더라도, 그 역할이 기존 비용 경쟁력 중심에서 역량·자동화 준비도·제품 중심 성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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