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CEO 직속의 신규 AI 조직을 설립했다. 이 조직은 노바(Nova) 계열 AI 모델과 그래비톤, 트레이니움, 니트로 칩 등 실리콘 개발, 그리고 초기 단계의 양자컴퓨팅 개발을 총괄한다. 이번 조치를 통해 기존에 AWS 산하에 있던 AI와 첨단 기술 연구 역량이 아마존 본사 핵심으로 이동하게 됐다.
신설 조직은 아마존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피터 드산티스가 이끈다. 드산티스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EC2를 출범시킨 인물로, 현재는 AWS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직원들에게 이번 조직 개편을 발표하며, 드산티스가 지금까지 여러 기술적 한계를 해결해 온 이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시는 “최근 리인벤트 행사에서 노바2 모델을 막 출시했고, 맞춤형 실리콘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델과 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전반을 최적화하기 위해 드산티스가 새로운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드산티스는 AWS CEO인 맷 가먼이 아니라 제시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이는 아마존에서 AI가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드산티스는 AI 인프라와 관련한 경험도 갖고 있다. 지난해 리인벤트 행사에서, 그는 AI 생성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강화 네트워크 ‘10p10u’의 출시를 직접 발표했다.
겉으로는 조직 변화, 본질은 전략 전환
아마존의 이번 AI 조직 신설은 중요한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레이하운드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 산칫 비르 고기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보여주기식 조직 개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마존은 이제 AI가 인프라 경제, 통제, 권력과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기준이 ‘어떤 서비스를 써볼 것인가’에서 ‘어떤 기술 스택에 맞출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는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AI가 조직 내에서 별도로 운영되는 트랙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 거버넌스 문제로 통합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직 개편은 아마존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적어도 당분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변화 속에도 유지되는 기존 질서
인포테크 리서치 디렉터 브라이언 잭슨은 단기적으로 기업이 아마존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WS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접근하는 방식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AWS는 이미 AI 제품군을 명확히 정리해 두고 있다. 개발자의 코드 생성을 지원하는 에이전트, 다양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베드록, 그리고 AI 학습의 서로 다른 영역을 담당하는 세이지메이커와 노바 포지 등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노바2가 기업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잭슨은 “아마존은 노바 계열 대규모 언어 모델을 최고 수준의 모델에 거의 근접한 출력 품질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대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라며, “특정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LLM을 찾고 있는 기업이라면 아마존 노바를 후보로 삼아 테스트하며 GPT 5.2와 비교해 실제 사용례에서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내는지, 그리고 토큰당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지를 검토할 만하다”라고 분석했다.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 저스틴 텅도 노바2가 기업 고객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가장 진보적이고 최고 성능의 모델을 찾는 기업이라면 노바2는 최우선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다만 노바2는 속도와 정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 측면에서 균형 잡힌 대안을 제시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많은 엔터프라이즈 사용례에서 이상적인 모델은 반드시 가장 강력한 모델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하는 모델”이라며 “그런 점에서 노바2는 여전히 경쟁력 있고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가시권에 들어온 양자컴퓨팅
이번 개편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초기 단계에 있는 양자컴퓨팅 개발이 새 AI 조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AWS 브라켓 총괄 에릭 케슬러는 올해 리인벤트 행사에서 아마존이 과학 분야의 사용례를 위한 오류 내성 양자컴퓨팅을 향후 10년 내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잭슨은 “양자컴퓨팅을 이 조직에 포함한 것은 아마존이 AI와 양자컴퓨팅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AI는 양자컴퓨터 설계를 발전시키는 데 활용되고, 양자컴퓨팅은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이터 샘플러 역할을 하며 AI 발전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고기아는 양자컴퓨팅을 AI 및 실리콘과 묶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아마존이 특수 컴퓨팅 기술을 개별적이고 실험적인 영역이 아니라, 통합 서비스가 결합된 관리형 인프라 형태로 점점 더 소비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고기아는 “CIO가 양자컴퓨팅을 거버넌스 없이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만 접근하면 신뢰와 예산을 소모하게 될 것”이라며 “명확한 단계별 목표를 갖춘 체계적인 연구개발 영역으로 다룰 경우, 낮은 비용으로 준비 태세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양자컴퓨팅은 아직 주류 생산 수단은 아니지만, 아마존이 이를 AI와 실리콘 전략 가까이에 두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양자가 특정한 영역에서 실제 가치를 갖게 될 때, 미리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조직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AI와 양자컴퓨팅, 실리콘 등 첨단 서비스를 아마존 전사 차원에서 통합한 이번 행보는 향후 조직에서 AI가 차지하게 될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마존은 AI를 단순한 IT 서비스의 한 요소가 아니라, 모든 구매와 의사결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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