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에너지 기업은 변화와 가장 거리가 먼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은 필수적이었지만, 영감을 주거나 흥미로운 일은 아니었다. 수도처럼 당연한 공공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NRG 에너지는 인수와 파트너십, 그리고 ‘발전회사’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움직임으로 기존 인식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전기를 흥미롭고 참여적인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다.
NRG의 최고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다크 리야나라치는 “그동안 에너지 기업은 사람들의 삶에서 늘 배경에 머무는 존재였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전면으로 나서 에너지가 얼마나 개인적이고 지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전력에서 연결된 경험으로
발전회사로 출발한 NRG는 가정용 전력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전력, 스마트홈 솔루션, 디지털 플랫폼을 결합해 소비자 전략을 새롭게 정의했다. 특히 비빈트 스마트홈(Vivint Smart Home) 인수 및 리뉴 홈(Renew Home)과의 협력을 통해 온도조절기, 에너지 서비스, 가정용 기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 기술을 실제 사업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VPP는 수천 가구에 분산된 온도조절기, 배터리, 옥상 태양광 설비 등 자원을 통합해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면 전력 수요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매끄러운 에너지 관리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비빈트(Vivint)와 네스트(Nest) 온도조절기는 단순히 냉난방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피크 시간대에는 전력망의 부하를 실시간으로 줄여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인다. 동시에 이는 NRG의 운영 효율성과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비자는 요금 절감과 쾌적한 환경을 얻지만, 그 이면에서 기술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급변하는 기후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급증으로 전력망이 자주 불안정해지는 미국 텍사스에서 NRG의 VPP 전략은 안정성을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에 NRG는 신규 발전소를 짓지 않고도 수십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가상발전 용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야나라치는 “이는 단순히 불을 밝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백만 개의 작은 에너지 자원을 하나로 묶어 모든 소비자에게 신뢰성과 비용 절감, 그리고 가치를 제공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에 맞춰 기술을 재설계
NRG의 소비자 중심 전략은 내부 기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리야나라치의 주도 아래, NRG는 부서별 프로젝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비즈니스와 기술팀이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제품 운영 모델(product operating model)’로 전환했다.
리야나라치는 “과거 전력회사는 기술을 요청하고 전달받는 구조로 접근했다. 비즈니스 부서가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기술 부서가 6개월에서 1년 뒤 결과물을 내놓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스마트홈과 에너지를 끊김 없는 경험으로 통합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NRG는 제품 운영 모델로의 전환을 통해 예산 운용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비즈니스 리더가 기술 우선순위를 직접 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계획 수립과 실행을 일관된 체계로 통합해 조직 전체가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분기별 회의에서는 가정용 전력, 스마트홈, 에너지 부서가 한자리에 모여 고객의 핵심 요구 사항을 공유하고, 이를 반영한 통합형 제품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가정용 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할 때 NRG는 이제 스마트홈, 에너지, 엔지니어링 등 여러 부서와 비즈니스 리더들이 하나의 팀으로 협력한다. 그 결과 아이디어 단계의 개념이 실제 제품으로 빠르게 구체화돼 수백만 가구에 전달되고 있다.
또한 NRG는 소프트웨어 개발 수명주기 전 과정에 AI를 도입해 운영 모델을 더욱 효율적이고 신속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동시에 비기술 부서 구성원도 AI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리야나라치는 “제품 운영 모델 덕분에 공통의 언어를 갖게 됐다. 이제 기술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함께 나란히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NRG 혁신의 핵심 동력
AI는 NRG의 산업 전략과 내부 운영 전반에 활용되는 핵심 축이다. 기존 머신러닝 기술은 개인화 서비스, 사기 탐지, 수요 예측 분석을 지원하고 있으며, 생성형 AI는 고객 서비스와 영업 부문에서 마찰을 줄이고 고객 및 직원 경험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리야나라치는 NRG에게 AI가 중요한 2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첫째는 산업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급증, 전기차 보급, 스마트 기기 확산으로 전례 없는 전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이 수요를 관리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조직 내부적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AI를 통해 기상 요인에 따른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고객과의 상호작용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등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활용에 있어 NRG의 ‘트랜스포메이션 오피스’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조직은 일시적인 AI 활용에 그치지 않고, 2030년의 비즈니스 환경을 내다보며 정교한 수요 예측, 재생 에너지 통합, AI 워크로드로 인한 전력망 부담 관리까지 포괄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례 없는 수요에 대비한 전력망 구축
텍사스, 조지아, 버지니아 등 미국 주요 주는 인구 증가와 전기 사용 확대,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수요가 통제되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이나 전력 공급 차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NRG는 이 같은 도전에 몇 가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대규모 수요를 조정해 전력망의 부담을 줄이는 가상발전소(VPP) 전략을 강화하고, 기존 발전 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NRG는 올해 초 마무리된 록랜드 포트폴리오(Rockland Portfolio) 인수에 이어, LS 파워(LS Power) 인수도 추진 중이다.
리야나라치는 “미래의 에너지는 가상과 물리, 두 세계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NRG는 발전소뿐 아니라, 각 가구를 하나의 지능형 에너지 단위로 만드는 분산화 전략인 ‘파워 픽셀(power pixels)’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더를 위한 교훈
NRG의 변화는 단순한 전력회사의 성공 사례가 아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CIO에게는 재창조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서가 될 수 있다. 에너지는 단지 배경일 뿐,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모든 산업에 통하는 내용이다.
특히 NRG는 ‘전기’라는 일상적인 공공재, 즉 상품을 고객이 직접 가치를 느끼는 ‘경험’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제품 운영 모델을 통해 비즈니스와 기술을 연결함으로써, IT가 단순한 지원 부서를 넘어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NRG 사례는 AI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운영 방식과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아무리 전형적인 산업이라도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고 혁신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해야 할 질문은 리더들이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고 조직을 새롭게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NRG는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만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통념을 깨며,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는 과감한 기업이라면 누구나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리야나라치는 “전력이 전통적인 의미에서 ‘매력적인 산업’은 아닐 수 있지만, 사람들의 가정에 편안함과 신뢰성, 혁신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전력망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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