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내년에 자사의 최고 사양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 양산해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지연시켜 온 공급 병목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HBM4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1c(나노) 기반 DRAM 생산능력을 적극 확대할 예정”이라며 “또한 DDR5, LPDDR5x, 고용량 QLC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강화해 AI 애플리케이션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4분기에도 HBM3E와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에 대한 서버 수요를 우선시할 계획이며, AI 및 기존 데이터센터에서의 강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경쟁사 SK하이닉스가 내년 생산분 전체를 이미 판매 완료했다고 밝히며 메모리 시장의 장기 상승세, 이른바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직후 나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HBM과 DRAM 생산 확대가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를 늦추고 있는 부품 공급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하이퍼스케일러와 기업 환경 전반의 인프라 업그레이드 지연을 방지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DRAM과 HBM 생산이 회복되면 하드웨어 조달 주기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고처리량 시스템의 구축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최신 세대 HBM3E 칩을 “모든 주요 고객사에 공급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엔비디아 등 주요 AI 반도체 제조사에 대한 공급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년 HBM4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클라우드 사업자의 AI 클러스터 구축부터 데이터센터의 스위칭·스토리지 확장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생태계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6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에 위치한 신규 2나노 공장을 가동하고 HBM4 베이스 다이(Base Die)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조치는 미국 내 클라우드 및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들의 부품 수급 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병목 완화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마니시 라와트는 “DRAM과 낸드(NAND)의 리드타임이 단축되면, 특히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으로 지연된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다시 가동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와트는 “부품 수급이 수개월에서 수주 단위로 개선되면, 미뤄졌던 서버와 스토리지 업그레이드가 실제 일정으로 전환될 수 있다”라며 “가격과 납기가 안정되면 하이퍼스케일러가 먼저 움직이고, 이후 대기업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밀도 메모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리프레시 주기가 빨라지고, 서버 랙 설계도 고성능·고집적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조달 방식 역시 장기 계약과 완충 재고 중심에서 민첩한 실시간 조달(Just-in-Time)이나 스팟 구매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전문 컨설팅 업체 팹이코노믹스(Fab Economics)의 CEO 데니시 파루키는 “삼성이 HBM3E 12-하이(12-high) DRAM의 ‘중요한 대량 공급자’로 자리 잡은 것은 2026년 AI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 공급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구글의 TPU v7, AWS의 트레이니엄(Trainium) 3,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체 가속기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ASIC 프로그램이 SK하이닉스의 HBM3E 12-하이 제한된 공급량으로 인해 1~2분기씩 지연됐을 것”이라며 “이들 제품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공급 확대는 전적으로 삼성의 납품 역량에 달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시점이 결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에서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능의 제약 요인은 연산력이 아닌 메모리 대역폭과 집적도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파리크 컨설팅(Pareekh Consulting)의 CEO 파리크 자인은 “업계는 단일 공급업체가 병목이 되는 ‘엔비디아식 상황’을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동반 생산 확대를 통해 AI 반도체 제조사들은 메모리가 다음 병목이 되지 않도록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메모리 공급 완화의 한계
삼성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전문가들은 글로벌 첨단 메모리 공급이 급증하는 AI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HBM 생산 급증이 이미 전체 DRAM 생산 여력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 불균형은 2026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트너의 디렉터 애널리스트 스리쉬 판트는 “현재의 제조 제약을 고려할 때, DRAM과 낸드(NAND) 공급이 과잉 상태에 이르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판트는 “HBM 생산이 이미 전체 DRAM 웨이퍼 캐파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삼성의 증산이 상당한 도움이 되더라도 예상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메모리는 여전히 AI 데이터센터의 ‘조용한 핵심 동력’으로, AI 및 고대역폭 네트워크 인프라의 속도와 확장성을 제약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향이 나타날 곳
삼성의 생산능력 확대가 당장 공급 제약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하겠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데이터센터 생태계의 여러 영역에서 비균등하게 드러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브 이코노믹스의 파루키는 “삼성의 추가 생산능력으로 인한 첫 번째 가시적 완화 효과는 AI 중심의 데이터센터 구축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후에는 연산력보다 메모리 대역폭이 핵심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AI 네트워킹 인프라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트너의 판트는 “전통적인 인프라 기반의 핵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DRAM과 낸드(NAND) 공급 및 가격 안정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2026~2027년까지 비(非)AI 관련 지출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안정된 메모리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크인사이트의 라와트는 “DRAM과 낸드 가격이 안정되면, CDN 사업자·통신사·지역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저지연 및 데이터 주권형 워크로드를 위한 엣지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다만 분산된 거점 운영 제약으로 인해 진행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AI 네트워킹 업그레이드는 주요 데이터센터나 AI 캠퍼스 내부에서 선택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기업 전반의 네트워크 전환은 수요 신호와 비용 회수 경로가 명확해질 때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dl-ciokorea@foundryco.com
Read More from This Article: 삼성전자, HBM·DRAM 생산 확대···분석가 “AI 인프라 병목 완화 기대”
Source: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