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한 이후 가장 강력한 기술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0년 전 클라우드 플랫폼은 기업이 인프라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 AI 플랫폼은 기업이 ‘지능’을 인식하는 방식을 다시 쓰고 있다.
두 기술의 흐름은 짚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2000년대 초 CIO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지, AWS 같은 공유 플랫폼을 신뢰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질문이 다시 등장했다. 자체 대형언어모델을 구축해야 할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모델 위에서 구축해야 할까라는 고민이다.
필자는 클라우드 시대가 남긴 교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경쟁력은 인프라를 소유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플랫폼을 활용하고, 그 위에서 혁신을 쌓아 올리는 데서 나온다.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가 남긴 교훈: 새로 만들지 말고 활용하라
초기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가장 널리 주목받은 가치는 속도였다. 개발자는 몇 달이 아니라 몇 분 만에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속도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클라우드의 진짜 혁신은 전략적 차원에서 일어났다. 인프라 관리를 내려놓자 기업은 경험과 서비스 혁신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일부 기업은 ‘하이퍼스케일러’를 따라 하겠다며 자체 클라우드를 처음부터 구축하려 했지만, 플랫폼 진화 속도를 따라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곧 깨닫게 됐다. 비용은 끝없이 상승했고 개발 속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반대로 공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는 ‘활용 모델’을 수용한 기업은 더 빠르게 움직였고 비용도 적게 들었다.
AI도 지금 똑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려는 본능은 익숙한 흐름이지만, 클라우드 시대와 마찬가지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형언어모델은 클라우드 시대의 컴퓨팅·스토리지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계층이 됐다. 강력하고 확장 가능하며, 집단적 사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일종의 기반 유틸리티다.
이제 인프라 자체를 소유하는 것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도 그랬다. 기술 리더에게 필요한 질문은 “우리가 직접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기존 모델 위에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개방형 생태계의 힘
클라우드의 부상은 특정 제품이 아닌 생태계 구축에서 시작됐다. 필자가 AWS에서 일할 당시 직접 확인한 가장 큰 혁신은, 누구나 그 위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아키텍처였다. 모든 API 호출이 또 다른 서비스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었다.
AI 플랫폼도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오픈AI, 앤트로픽 등은 개방형 인터페이스와 SDK를 제공해 ‘지능’을 접근 가능한 서비스 형태로 바꾸고 있다. 이 개방성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비즈니스 분석가 등 누구나 혁신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내며, 축적된 혁신을 가속한다.
오픈 생태계와 보조를 맞추는 기업은 공유된 진전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린다. 전체 기술 스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고, 기반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폐쇄형 시스템은 쉽게 정체된다. 혁신을 내부 역량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은 증가하며 인재 유출도 심화된다.
필자가 커리어 전반에서 관찰한 바로는, 미래는 사용자를 공동 창작자로 대우하는 플랫폼에 돌아갈 것이다. 사용자 한 명 한 명이 기여자로 기능하기 때문에 제품과 생태계의 확장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피드백 기반 성장
피드백은 기술 진화를 추진하는 데 비해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동력이다. AWS는 로드맵의 90%가 고객 요청에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 역시 그곳에서 일하며 개선이 사용을 늘리고, 사용이 새로운 피드백을 만들고, 그 피드백이 다시 혁신을 일으키는 선순환 구조를 직접 경험했다.
AI 시스템도 같은 구조로 움직인다. 강화학습, 파인튜닝, 사용자 활동 데이터 등 모든 요소가 모델의 진화를 촉진한다. 하나의 질문, 하나의 수정, 하나의 프롬프트가 다음 응답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신호가 된다.
이런 피드백 기반 성장은 이제 엔터프라이즈 AI 도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각 업무 흐름, 대화형 상호작용, 모델 출력 하나하나가 학습 기회가 된다. 사용자–데이터–개발자 간 피드백 루프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조직은 AI를 정적인 도구로 다루는 조직보다 훨씬 빠르게 시스템을 진화시킨다. 전자가 업계를 주도하는 조직이 되고, 후자는 자연스럽게 뒤처지게 된다.
현장에서 이를 구현하려면 AI 활용 사례에 정량 지표를 심고, 정확도와 맥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루프를 닫는’ 구조를 세워야 한다. 피드백은 단순 지원 기능이 아니라 지속 학습을 위한 전략적 메커니즘이다.
가장 앞서 있는 AI 조직은 가장 큰 모델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가장 촘촘한 피드백 순환 구조를 운영하는 조직이다.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사고
이 모든 논의는 CIO와 기술 리더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플랫폼 사고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기업을 여러 시스템의 묶음으로 바라보는 대신, 다양한 부서가 그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구축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식하라고 조언한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통합 패턴처럼 재사용 가능한 AI 역량을 마련해 각 사업 부문이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팀이 실험할 수 있는 가드레일과 API를 제공해 분산된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클라우드 시대에 셀프서비스 인프라가 개발 문화를 바꿨듯, AI 시대에는 셀프서비스 지능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마케팅 조직은 비정형 데이터에서 통찰을 추출하고, HR은 온보딩을 위한 지식 탐색을 자동화하며, 재무 조직은 AI 기반 예측으로 경영 성과를 모델링하는 식이다. 각 기능 조직은 공통 기반 위에서 자사의 도메인 전문성을 더해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CIO는 이러한 과정을 조율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상호운용성과 보안, 윤리적 사용을 보장하는 동시에 조직별 혁신이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통제와 창의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리더의 역량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재발명 함정 피하기
특히 기술 중심 조직에는 모든 것을 내부에서 새로 만들고 싶은 유혹이 존재한다. 이렇게 하면 더 안전하고 통제 가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는 이러한 본능이 얼마나 쉽게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려 했지만, 퍼블릭 클라우드의 규모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패한 기업은 적지 않았다. AI도 마찬가지다. 독자 모델을 학습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과 인재가 필요하고, 기반 플랫폼은 개별 기업이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발전한다.
더 효율적인 전략은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 차별화하는 것이다. 데이터 전략, 사용자 경험, 도메인 특화 통합 등 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능화 역량을 구축하고, 범용적 사고 능력은 이미 성숙한 플랫폼에 맡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성공하는 조직은 생태계 전반에서 AI를 조율하며 활용하는 곳이지, 모든 것을 내부에서 재발명하려는 곳이 아니다.
리더십 과제
AI는 한 세대에 한 번 등장하는 기술 전환점이다. 하지만 과거의 주요 기술 전환이 그랬듯, 승자는 역사의 교훈을 올바르게 해석한 기업이 된다.
클라우드는 ‘소유’보다 ‘활용’이, ‘사일로’보다 ‘생태계’가, 고정된 계획보다 ‘피드백’이 강력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AI는 이러한 교훈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을 뿐이다.
CIO와 기술 리더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명확하다. 학습하는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오픈 생태계를 활용해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 피드백을 문화적 습관으로 만들고, 이미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을 내부에서 반복 개발하는 대신 기업 고유의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인재를 집중해야 한다.
AI가 기업을 변화시킬 것인지는 더 이상 질문이 아니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지금 중요한 질문은, 그 변화가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이며 빠르게 일어나도록 ‘올바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이다.
혁신은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가능하게 하느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리더가 미래를 이끌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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