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황을 이해하려면, 원격 근무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 2009년: 원격 근무(‘텔레커뮤팅(telecommuting)’)는 나쁘다.
- 2020년: 원격 근무(‘가상 근무체계’)가 세계 경제를 구했다.
- 2023년: 원격 근무(‘하이브리드 근무’)가 생각보다 잘 작동하며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 2025년: 원격 근무(‘당장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다시금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가 됐다.
역사를 좀 더 살펴보면 현재 기업 리더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CRM과 SFA, 무엇이 성과를 냈을까?
보다 은유적인 방식의 역사 설명이 필요하다면 살펴볼 만한 사례가 있다. IT 부서가 고객 관계 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요청을 받았던 1990년대의 이야기다.
CRM은 이전까지 사용되던 영업 인력 자동화(SFA) 시스템보다 확장된 형태였다. 구조적으로는 CRM이 고객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반면, SFA는 각 영업 담당자의 개인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다는 것이 주요 차이점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점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SFA 시스템은 중앙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할 수 있었고, CRM 시스템도 고객 데이터의 저장 위치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흥미로운 차이는 도입 목적이었다. SFA는 기본적으로 영업 담당자의 ‘판매’를 지원하는 데 집중했지만, CRM은 영업 관리자가 팀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필자의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영업 담당자의 판매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성공한 반면, 관리 기능에 초점을 둔 시스템은 대체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이것이 원격 근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단하다. 최근 비즈니스 및 기술 전문 매체를 살펴보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강하게 주장하는 경영진은 ‘관리의 용이성‘을 이유로 꼽는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직원이 더 관리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이는 직원들이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관리’하기 쉬운 구조를 되찾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떤 ‘관계’를 원하는가?
CRM과 SFA의 비유 외에 또 다른 역설이 있다. 타임머신을 작동시켜 197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해 보자. 당시 기업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서로에 대한 상호 의무와 충성심을 당연하게 여겼다. 직원은 기업에 충실했고, 기업 역시 직원의 헌신에 보답했다. 수십 년간 일한 뒤 금시계를 받으며 은퇴하는 시대였다.
특히 미국의 기업은 직원과의 상호 관계를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직원과의 관계에 집중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더 효율성 높은 ‘관리 중심’ 관점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직원은 단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존재가 됐으며, 관리자와 직원은 ‘거래 관계’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지금, 사무실 복귀를 주장하는 일부 경영진은 대면 근무를 통해서만 형성할 수 있는 관계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직원들은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계? 경영진은 지금이 1950년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진짜 필요한 것
이 논의에서 빠진 핵심 요소가 있다. 관리자와 직원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사무실 복귀를 격려(또는 요구)할 방법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원격 환경에서 어떻게 직원을 효과적으로 리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바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바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역설의 반복’이다. 과거 CRM으로 관리를 강화하길 원했던 영업 관리자들은 결국 SFA 시스템으로 현장 지원을 강화했을 때 실제 성과를 얻었다. 이제 영업 외 부서 관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업무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이는 업무의 특성과 이를 지원하는 도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어디서 일하든 그들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관리할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정의하기 어려운 기술을 교육받은 리더와 관리자의 존재다.
그리고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조직의 최고 경영진이 관리자와 직원을 ‘거래 관계’로 바라보는가, 아니면 ‘관계 중심’으로 보고 있는가다.
만약 진정으로 관계를 원한다면 직원에게 진심을 설득해야 하며, 그 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보여줘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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