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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 새로 그린다” AI 에이전트가 만드는 기업 소프트웨어의 미래

앤트로픽이 지난 1월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을 조용히 공개하자 주식 시장에서는 SaaS 종목의 대규모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이후 2주 동안 금융시장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 3,000억 달러가 증발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는 개발자 중심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일반 비즈니스 사용자도 쓰기 쉽게 다듬은 제품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지식 노동자가 AI 에이전트에 파일 정리, 문서 작성 같은 작업을 지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워크용 플러그인에는 특정 직무를 겨냥한 기능, 커넥터, 서브에이전트가 묶여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SaaS 매출을 떠받치는 지식 노동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였다.

직접 써본 이들 사이에서는 곧바로 “SaaS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른바 ‘SaaSpocalypse’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과열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은 진정됐고, 분위기도 차분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SaaS는 죽지 않을 것이고, 사라지는 중도 아니다.

다만 이번 일은 조직이 AI 에이전트와 생성형 AI 도구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할수록 소프트웨어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워크플로우 전반을 바꾸는 AI

기업이 AI를 더 깊이 받아들이면서 IT 리더는 워크플로우, 사용자 경험, 운영 모델 전반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제약 기업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은 최고 디지털·기술 책임자 그렉 마이어스의 주도로 총매출-순매출(gross-to-net) 예측 시스템을 AI 기반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 시스템은 글로벌 약가, 규제, 국가별 시장 규칙을 반영해 의약품 가격을 실제 매출로 환산하는 역할을 한다.

마이어스의 팀은 스프레드시트와 기업용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던 기존 솔루션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AI의 속도와 성능에 주목해 소프트웨어를 사실상 새로 구축했다. 그 결과 예측 오류는 50% 줄었다. 마이어스는 “AI 시대는 기업이 많은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백지 상태에서 다시 설계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도 인간이 항상 개입하는 구조를 전제로 AI를 활용해 워크플로우를 재구성하고 있다. 사용자 스토리 작성부터 테스트, 검증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전 과정에서 깃허브 코파일럿을 활용한다. CIO 짐 스완슨은 이를 두고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하며, 규제가 엄격한 제약 산업에서는 이런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IT 부서는 고객 서비스 이슈 해결 같은 기능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오가야 하는 화면 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불가피한 UX 대개편

스완슨이 언급한 ‘화면 수 축소’는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어디로 향할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도 직원들은 여러 UI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며 눈이 피로할 정도로 반복 클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AI가 스며든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은 달라질 것이다.

IDC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 리서치 부사장 아르날 다야라트나는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와 워크플로에 더 깊이 내장돼 인간과 함께 일하게 되면, 봇은 작업지시서 접수, 서비스 티켓 처리, 각종 실행 업무를 더 많이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전트끼리는 지금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연동되는 방식처럼 API를 통해 소통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은 명령·통제 대시보드를 통해 에이전트의 실행 상황을 감독하게 된다. 이런 화면에서는 에이전트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에이전트가 업무 흐름에서 벗어나면 직원은 LLM 기반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듯 채팅 인터페이스로 이를 바로잡게 된다. 다야라트나는 향후 AI 상호작용이 더욱 멀티모달화되면서 음성 인터페이스도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AI 자율성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많다. 에이전트는 아직 취약하고, 정확성과 신뢰성 문제도 여전하다. 기술 리더 역시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며, 적어도 가까운 시일 안에 조직 내 완전한 에이전트 자율 운영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HP의 월드와이드 디지털·라이프사이클 서비스 부문 사장 파이살 마수드는 고객들이 버튼 하나로 PC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소프트웨어조차 아직은 불안해한다고 짚었다.

마수드는 “거버넌스도 없는 상태에서 CIO가 수천 개의 에이전트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또 다른 에이전트를 통해 움직이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IT 리더는 핵심 시스템을 자율성에 그대로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완슨도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완슨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에이전트 1만 개를 내 환경 안에서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수드는 또 앞으로 사람이 하루 종일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방식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결과물의 품질을 관리하려면 여전히 보고서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간의 일은 전술적·기술적 실행에서 거버넌스 중심 업무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다야라트나는 업계가 에이전트 간 발견 가능성, 오케스트레이션, 협업 체계를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야라트나는 “한 에이전트는 다른 에이전트의 작업이 끝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테스트 에이전트는 코드가 테스트 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어떻게 판단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이 마련돼야만 에이전트가 기업 환경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SaaS는 살아남고, 소프트웨어 복잡성은 더 커진다

SaaS의 미래를 두고 전문가들은 에이전트와 SaaS가 충분히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도 꽤 강한 형태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SaaS 업체는 이미 자사 애플리케이션 안에 맞춤형 에이전트를 심고 있다. 결국 선택지는 ‘SaaS냐, 에이전트냐’가 아니라 ‘에이전트를 품은 SaaS’에 가깝다는 얘기다.

포레스터의 애널리스트 케이트 레깃은 “SaaS의 죽음이라는 서사는 과장됐다”라며, “기업의 두뇌는 여전히 남아 있고 중앙 신경계는 진화하고 있으며, 무게중심은 점점 더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에이전트 확산이 오히려 SaaS의 추가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SaaS 업체들이 지적하듯, 기업은 에이전트용 가드레일을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대급부다. SaaS에 에이전트, 생성형 AI, 온프레미스 애플리케이션까지 더해지면 기업 소프트웨어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는 가장 냉소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조차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술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복잡성이 어디까지 깊어질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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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News

Category: NewsMarch 30, 2026
Tags: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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