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의 최신 ‘전 세계 분기별 개인용 컴퓨팅 기기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다만 메모리 부족 사태가 기업과 소비자 시장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하량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IDC는 메모리 수급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2개월 뒤 PC 시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IDC는 “이번 실적에는 윈도우 10 지원 종료로 인한 업그레이드 수요, 연초 관세에 대한 우려로 벤더가 당초 계획보다 많은 재고를 앞당겨 확보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IDC 리서치 매니저 지테시 우브라니는 “메모리 부족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여파가 향후 2년간 시장의 역학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IDC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전례 없는 메모리 칩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한 파급 효과가 기기 제조사와 최종 사용자에게까지 확산돼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수요가 공급을 계속해서 웃돌면서 디램(DRAM)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올해 PC 가격은 높은 수준 유지
IDC 연구진은 메모리 시장이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전례 없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라며, “장기간 호황과 불황이 반복돼 온 산업이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AI 인프라와 워크로드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메모리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램 가격 급등은 기업용 PC 시장에도 당분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의 수석 자문 이사 테오 안토니아디스는 2026년은 물론 2027년까지도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로 인해 PC 가격은 최대 20%까지 오를 수 있으며, PC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토니아디스는 “장기 공급 계약과 같은 헤징 전략을 갖추고, 출하 물량이 많으며 충분한 현금 보유고를 확보한 벤더가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핵심으로 삼아 낮은 마진에 의존하거나 규모가 작은 업체는 이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이 여전히 노트북은 3년, 데스크톱은 5년 주기로 교체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용 기간을 더 늘리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안토니아디스는 “아직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예산이 지난 분기인 2025년 4분기에 확정됐기 때문에, 아직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고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제 교체 견적을 받는 과정에서 가격 변화를 체감하게 되면 일부 전략 수정과 구매 축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경우 2027년에는 저성능 PC를 활용한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가 다시 부상하고, 노후 PC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상쇄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다시 한번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IDC 월드와이드 모바일 디바이스 트래커의 리서치 부사장 장 필리프 부샤르는 “일부 제조사가 이미 발표한 시스템 가격 인상 외에도, 메모리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평균적인 PC 메모리 사양이 낮아질 수도 있다. 앞으로 1년이 매우 변동성이 큰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DC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메모리 부족 사태가 AI PC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성장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IDC는 NPU를 탑재한 모든 PC를 AI PC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기는 본질적으로 더 많은 램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는 최소 16GB 램을 필요로 한다.
연구진은 소규모 언어 모델과 대규모 언어 모델이 점차 기기 내부에 탑재되면서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고급형 시스템 상당수가 32GB 이상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업계가 램 증설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시점에 오히려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설령 공급을 확보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과도해진 상황이다. 그 결과 가격 인상이나 마진 축소, 혹은 신규 시스템에서 램 용량을 낮추는 선택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우브라니는 지난 1~2년간 메모리 부족 문제가 없었음에도 기업용 AI PC 수요가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AI 옵션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많은 이용자가 클라우드 AI와 온디바이스 AI의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주요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메모리 공급난의 영향으로 벤더가 하이브리드 AI를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할 수도 있다.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일부 시스템은 최신 AI 애플리케이션을 원활하게 구동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이 AI PC나 코파일럿 PC에 프리미엄을 지불할지, 아니면 해당 방향을 선택할 경우 공급사에 더 저렴한 SKU 제공을 요구할지에 대한 전망도 제시됐다. 안토니아디스는 “AI PC 분야에서 시장 흐름에 맞설 만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은 없다고 본다. 기존에 장기 벤더 계약을 체결해 둔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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