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전사 시스템에 에이전틱 AI 올인···연례 컨퍼런스서 ‘쥴 중심’ 비전 공개

SAP가 자사 연례 행사인 SAP 사파이어(Sapphire)에서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SAP는 자사 비즈니스용 AI를 위한 운영체제인 ‘AI 파운데이션(AI Foundation)’과 함께 다양한 신규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전사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걸쳐 사용자와 함께 작동하는 ‘쥴 코파일럿’도 포함됐다.

컨설팅 기업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어드바이저리 펠로우 스콧 비클리는 “초기에 SAP는 에이전틱 AI 분야에서 더디게 움직였지만, 현재는 통합적이고 광범위한 비전을 갖췄다”며 “지난 몇 년간 라이즈(RISE)와 그로우(GROW) 제품을 통해 추진한 클린 코어(clean core) 전략을 통해 성과를 낼 준비가 됐다. 여기에 S/4 코어의 전방위적 통합, 린IX(LeanIX) 및 워크미(WalkMe) 인수, 체계적인 AI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해 SAP는 ‘AI 우선, 전방위 AI’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AI 파운데이션

SAP가 ‘SAP 비즈니스 AI를 위한 운영체제’로 소개한 AI 파운데이션은 생성형 AI 허브, 쥴 스튜디오, SAP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기능 등을 하나로 통합해 개발자가 대규모 맞춤형 AI 솔루션 및 에이전트를 구축·확장·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허브는 2023년 11월 SAP가 인수한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린IX의 기술을 활용해 AI 에이전트의 중앙 관리 및 거버넌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AI 에이전트를 비즈니스 기능에 맞춰 매핑하고, 추가 최적화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SAP는 해당 AI 에이전트 허브 기능을 2025년 4분기에 SAP 린IX 솔루션에서 공식 제공할 예정이다.

쥴 스튜디오는 SAP 빌드의 일부로, 개발자가 맞춤형 AI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AP는 2025년 3분기에 ‘쥴 스킬 빌더’를 추가해 사용자 정의 쥴 기능 생성, 배포, 모니터링, 관리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며, 같은 해 4분기에는 로우코드 및 노코드 기반 에이전트 제작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SAP 지식 그래프는 쥴이 정확한 응답을 제공하고 데이터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데이터베이스로, 객체, 이벤트, 상황, 개념 간 관계를 표현한다. 이 기능은 2025년 3분기 SAP 클라우드 ERP 및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에서 우선 제공될 예정이며, 이후 다른 비즈니스 라인으로 확대된다. 비클리는 “SAP 지식 그래프는 AI의 행위 기반을 강화하고, SAP 데이터 생태계 전반에 의미 기반 기능을 적용해 정확하고 적절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SAP는 구조화된 테이블형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분석을 지원하는 ‘테이블형 AI 서비스’도 도입한다. SAP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이 서비스는 2025년 하반기에 공식 제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다양한 대형 언어 모델(LLM)이나 특정 사례에 맞춰 자동으로 최적의 프롬프트를 생성해주는 프롬프트 최적화 기능도 추가된다. 이를 통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없이도 새로운 모델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현재 일부 고객 대상으로 제한적 제공되고 있으며, 연내 일반 제공 예정이다.

SAP 비즈니스 제품군을 위한 새로운 쥴 에이전트

SAP는 업계 주요 기업들과 협력해 SAP 및 비SAP 시스템의 데이터를 아우르는 ‘상호운용 가능한 쥴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 에이전트는 전사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실행할 수 있다.

2025년 2분기에는 두 가지 신규 영업 및 주문 관리 에이전트가 도입된다. 이메일 기반 견적 요청을 바로 전송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견적 생성 에이전트’와 제품 데이터를 유지·최적화하는 ‘카탈로그 최적화 에이전트’가 그것이다.

또한 2025년 4분기에는 세 가지 신규 공급망 에이전트가 추가된다. ‘유지보수 계획 에이전트’는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지보수 일정을 조정하고, ‘생산현장 감독 에이전트’는 장애 정보를 분석해 생산 재조정 및 재고 관리 방안을 제시한다. ‘현장 서비스 배치 에이전트’는 자원 가용성을 실시간 분석해 서비스 주문의 일정 수립 및 최적화를 지원한다.

SAP는 이러한 에이전틱 AI 기반 전환을 통해 전사적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속화하고, 고객의 비즈니스 민첩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SAP는 올해 4분기, 총 세 가지 새로운 지출 관리용 AI 에이전트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회의 위치를 자동으로 계획하고 여행 경비를 추정하며, 최적의 비행 일정과 요금을 찾아주는 ‘회의 장소 계획 에이전트’, 과거 데이터와 회사 정책을 활용해 비용 보고서의 오류를 수정하고 재작성 빈도를 줄이는 ‘비용 보고서 검증 에이전트’, 그리고 이전 이벤트와 공급업체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조달 이벤트를 생성하는 ‘소싱 에이전트’가 이에 해당한다.

2025년 3분기에는 재무 운영 자동화를 위한 두 개의 새로운 에이전트가 공개될 예정이다. 분쟁 세부사항과 관련 비즈니스 기록을 분석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분쟁 해결 에이전트’와, 연체된 채권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대응을 수행하는 ‘미수금 관리 에이전트’가 포함된다.

2025년 4분기에는 인사 관리자에게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제공해 직원과의 면담을 지원하는 ‘성과 분석 에이전트’도 새롭게 도입된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의 스콧 비클리는 “SAP는 쥴 에이전트 확대를 통해 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며 “고객 관점에서 이들 에이전트는 단순한 업무 효율성 향상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할 고급 추론 능력까지 제공하겠다는 SAP의 약속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AI 에이전트는 부서 간 업무를 넘나들며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인간 개입 없이도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능에 상응하는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가치를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쥴의 ‘편재성’ 실현

SAP는 쥴 코파일럿을 업데이트해 이른바 ‘편재형 AI(omnipresent AI)’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편재형이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으로, IT나 AI 분야에서는 특정 기술이나 기능이 특정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환경에 걸쳐 항상 함께 존재하며 작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업무 중 사용하는 SAP 시스템뿐만 아니라 타 시스템에서도 쥴이 따라다니며 데이터를 찾아주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업무 흐름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 3분기에는 SAP가 2024년 9월 인수한 워크미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액션 바’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행동과 업무 맥락을 분석해 별도의 명령 없이도 인사이트와 지원, 추천을 제공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과의 통합이 강조되며, SAP와 MS를 동시에 이용하는 고객은 2025년 2분기부터 365 코파일럿 내에서 쥴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3분기에는 양방향 통합이 공식 제공될 예정이다.

SAP 데이터 및 분석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다니엘 유는 “많은 AI 에이전트가 아이언맨 영화 속 동반자처럼 인간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ERP 시스템에서의 데이터 입력부터 공급망 업무, 부품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쥴은 실시간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업무 수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쥴의 신규 통합

SAP는 2025년 3분기까지 다양한 SAP 솔루션에 쥴을 통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 SAP 아리바 조달(SAP Ariba Procurement): 공급업체 입찰 조회, 과거 구매 내역과 승인자 확인, 공급업체 정보 접근 제공
• SAP 필드글래스(SAP Fieldglass): 자연어 기반 보고서 조회 및 실행, 대화형 맥락에 따른 채용 공고 및 업무 범위 템플릿 추천
• SAP 시그나비오(SAP Signavio): 모범 사례 분석, 현재 프로세스 분석, 개선 방안 제시

또한 SAP는 쥴을 SAP 서비스 클라우드, SAP 서비스 매니지먼트, SAP 애널리틱스 클라우드에도 제공하며, 연말까지 SAP 현장 서비스 관리(Field Service Management)와 통합해 AI 기반 일정 수립 및 배정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공급망 계획 최적화를 위한 SAP 통합 비즈니스 계획(Integrated Business Planning)과의 통합도 연내 마무리된다.

현재는 SAP BTP 콕핏에 쥴이 통합돼 SAP BTP 자원과 서비스에 대한 질의가 가능하며, 2025년 2분기 말까지 SAP SuccessFactors 모바일 및 SAP 세일즈 클라우드 모바일 내 SAP 모바일 스타트도 공식 제공된다.

이 외에도 SAP는 쥴의 핵심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 3분기까지 다음과 같은 기능이 제공된다.

• 쥴 사용 현황을 시나리오별로 보여주는 대시보드
• 실시간 생성되는 긴 응답을 스트리밍 형태로 표시하는 기능
• 다중 대화 관리를 위한 대화 쓰레드 및 시간 초과 처리
• 사용자 피드백 수집 및 분석을 위한 대화 인사이트
• 국가, 역할, 조직 단위별로 필터링 가능한 문맥 인식 기반 검색
• 11개 언어로 확장된 다국어 지원

비클리는 “레거시 기반이거나 고도로 맞춤화된 ERP 환경을 사용하는 기존 SAP 고객에게는 시스템 전환이 쉽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데이터와 그 관계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설계할 필요는 줄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효율성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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