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최된 SAP의 연례 개발자 행사 ‘테크에드’에서는 일부 예상 밖의 내용도 공개됐지만, 중심 화두는 두 글자로 요약된다. 바로 ‘AI’다.
2,800명 이상의 현장 참가자와 2만 명 이상의 온라인 참석자를 기록한 이번 행사에서 AI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AI는 제품과 서비스 곳곳에 폭넓게 적용됐으며, 그 활용 방식 또한 익숙한 영역부터 새로운 시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5가지 주요 발표 포인트를 소개한다.
‘제로 카피’의 부상
제품 및 엔지니어링 부문 이사회 멤버 무하마드 알람은 SAP가 점점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알람은 SAP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의 빅쿼리(BigQuery), 그리고 최근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usiness Data Cloud, BDC)와 외부 플랫폼 간에 데이터 복제 없이 양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제로 카피(Zero Copy)’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알람은 “세 파트너십은 시작에 불과하다. 추가 파트너십도 계획 중이지만 구체적인 기업명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자격증 제도의 대대적 개편
그동안 SAP 기술 자격 인증 시험은 대부분 객관식 문제 풀이 중심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실질적인 역량보다는 암기력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SAP는 2026년부터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해, 실제 업무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문제를 낼 방침이다. 응시자는 실제 업무에서 문제를 해결하듯이 AI를 포함한 각종 참고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평가 방식을 전환하는 이유는 준비된 응시자만이 특정 상황에서 참고할 자료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변화는 실제 업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보다 현실적으로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6개의 시험이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나머지 시험들은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AI가 모든 곳에 스며들다
알람은 기조연설에서 “모든 기업이 데이터 기업으로 변하고 있으며, 모든 사용자 경험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변화는 ‘도구로서의 AI’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자리 잡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AP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현재 20여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개발 도구부터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 AI 기능을 통합하고,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전 세계 1,200만 명에게 AI 역량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신규 파운데이션 모델 출시
SAP는 구조화된 비즈니스 데이터를 위해 설계된 첫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했다. ‘sap-rpt-1’이라고 명명된 해당 모델은 테이블 기반 비즈니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측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 학습됐다. ‘rpt’는 ‘관계형 사전 학습 트랜스포머(Relational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다.
sap-rpt-1은 별도의 추가 학습이나 미세 조정이 필요 없는 ‘인 컨텍스트 러닝’을 지원한다. SAP CTO 필립 헤르치히는 “사용자가 예측 작업에 필요한 테이블 데이터의 예시 행을 제공하면, 모델이 그 문맥을 해석해 즉시 높은 정확도의 예측 결과를 도출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델 하나로 재무, 공급망, 인사 등 다양한 예측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각 업무 영역에서 제공되는 데이터의 맥락을 학습해 즉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
이번 행사에서는 다소 예상 밖의 발표도 있었다. SAP는 AI와 관련된 2가지 사항을 발표하며 기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첫째는 ‘임보디드 AI(Embodied AI)’ 생태계 확대다. 임보디드 AI는 단순 소프트웨어 기반 AI와 달리, 하드웨어와 결합돼 실제 세계에서 자율적인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의미한다. SAP는 로보틱스 기업들과 협력해 물리적 AI, 즉 실제 하드웨어와 결합된 AI의 미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헤르치히는 “SAP가 하드웨어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로봇 기술을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IBM과의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협력이었다. SAP는 양자컴퓨팅에 있어서도 하드웨어가 아닌 알고리즘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헤르치히는 “SAP는 양자컴퓨팅을 비즈니스 프로세스 소프트웨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사용자가 복잡한 양자 기술을 이해하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양자컴퓨팅이 기존의 연산과 AI 연산을 보완하는 3번째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AP는 이 기술을 기업이 이미 사용하는 프로세스와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해, 기업 워크플로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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