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에는 처음 설계될 당시 존재했던 제약이 반영돼 있다. IT 임원 마리아 카도는 이렇게 설명했다.
카도는 이러한 제약이 대개 해당 프로세스를 최초로 구현하던 시점의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 프로세스가 여전히 수작업을 요구하거나, 핵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을 오가야 하는 번거로운 워크플로를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최신 기술은 이런 과거의 제약을 해소할 수 있다. 카도는 관리형 보안 서비스 기업 레벨블루(LevelBlue)의 CIO로서 “그렇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낡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자동화하기 전에 반드시 프로세스를 재평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카도는 “더 큰 혁신을 가능하게 하려면 전환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존 프로세스에 깔린 전제를 점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조직의 워크플로를 혁신하거나 최적화해야 한다는 압박은 경영진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 JP모건의 ‘2026 비즈니스 리더 아웃룩’에 따르면, 중견 기업이 사용 중이거나 도입을 계획 중인 AI 활용 사례 가운데 프로세스 자동화가 가장 많았다. 설문에 응한 임원의 62%가 이를 선택했다. EY의 ‘CEO 아웃룩 2026’ 조사에서도 CEO의 43%가 운영 최적화와 생산성 향상을 전환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제품 및 프로세스 혁신 강화는 세 번째로 많이 언급된 과제로 나타났다.
카도 역시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주도하고 있다. 카도는 IT 조직이 이 같은 작업을 수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워크플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카도의 IT 팀은 하나의 프로세스가 “적어도 1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시스템에 걸쳐 있고, 워크플로에 내재된 수많은 전제가 두 세대 이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발견한다고 전했다.
카도는 이런 사례가 왜 CIO가 AI 자동화에 앞서 프로세스 최적화를 이끌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경고돼 온 ‘잘못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지 말라’는 원칙을 상기시킨 것이다.
최적화에 적합한 역할, CIO
카도에 따르면 레벨블루는 기술 라이선스 갱신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해당 기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함께 검토한다. 기존 기술을 갱신하거나 교체하기 전에, 그리고 추가적인 자동화나 AI를 적용하기 전에 그 프로세스가 최적화와 전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시점 덕분에 CIO인 카도가 전사 프로세스 최적화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또한 카도는 어떤 기술 역량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비즈니스 부서보다 더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고 있다. CIO로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야 할 책임도 맡고 있다.
카도는 CIO가 이러한 역할에 자연스럽게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CIO는 직무가 생긴 이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최적화 책임을 맡아왔다는 설명이다.
카도는 또 IT 조직이 프로세스 최적화 과정에서 객관성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현업 직원은 기존 방식과 사용 중인 도구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CIO와 IT 팀은 그런 관성에 덜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카도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역량은 현재 CIO 역할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즈니스 부서는 여전히 ‘원래 이렇게 해왔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CIO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해결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재된 전제를 질문하고 각 단계가 여전히 적절한지 따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라고 밝혔다.
AI가 끌어올린 프로세스 최적화의 무게감
카도가 언급했듯이 CIO는 직무가 생긴 이후 줄곧 프로세스 최적화에 관여해 왔다. 기술을 도입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주요 역할 중 하나였다. 그러나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프로세스 최적화에서 CIO가 맡는 역할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디지털 전환 서비스 기업 서덜랜드(Sutherland)의 CIO 겸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더그 길버트는 “지금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라며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진화적 전환이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길버트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가 처음 도입됐던 시기와 같은 이전 자동화 물결에서는 CIO가 개별 업무 단위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직 운영의 더 넓은 영역을 혁신하기 위해 전체 프로세스와 워크플로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길버트는 “AI를 단순히 더 복잡한 RPA로 보고 자잘한 업무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사람이 여러 시스템과 다양한 업무를 넘나들며 일하는 방식을 전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오늘날 자동화는 전체 프로세스 흐름을 아우르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표 사례로 길버트는 2025년에 출시와 구축을 마친 자사 ‘인슈어런스 AI 허브’를 들었다.
길버트는 “CIO로서 전체 기술 방향과 아키텍처를 총괄했다”라며 “언더라이팅, 보험금 심사, 계약자 서비스 등 여러 사업 부문에 걸쳐 도메인 특화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정제된 마스터 데이터 기반과 내재된 거버넌스, 가시성, 휴먼 인 더 루프 통제를 초기 단계부터 설계에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최대 30% 더 빠른 보험금 처리 주기, 누수 감소, 고객 만족도 향상, 규제 준수 강화로 이어지는 프로덕션급 에이전트형 AI를 구현했다”라고 전했다.
두 번째 사례로는 의료 제공자 자격 인증을 위한 에이전트형 AI 플랫폼을 소개했다. 길버트는 이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이 “복잡하고 규제가 많은, 여러 기능이 얽힌 프로세스를 거시적 관점에서 재설계했다”라며 “기존에 분절돼 있던 여러 프로세스와 내부 시스템, 외부 소스 전반에 걸쳐 정보를 자동화하고 맥락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길버트는 “이 에이전트는 긴밀히 협력해 훨씬 더 큰 거시적 수준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처리한다”라며 “실시간으로 맥락화된 데이터를 공유하고, 전 과정에서 품질과 규제 준수를 유지하며, 자격 인증의 엔드투엔드 워크플로 전반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수주에 걸쳐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느린 프로세스를 빠르고 정확하며 통제 가능한 운영 체계로 전환했다”라고 덧붙였다.
CIO에게 찾아온 변곡점
IT 임원들은 오늘날 프로세스 최적화가 과거보다 CIO에게 더 많은 역량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은다. CIO는 조직 내부에서 업무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세부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해당 프로세스가 더 큰 워크플로 안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또한 프로세스와 워크플로가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도달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좋은 혹은 정확한 의사결정인지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길버트는 “에이전트형 AI, 즉 대규모 언어 모델이 실제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기준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제대로 설계된 시스템은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계획하고, 결정하고, 여러 시스템을 넘나들며 실행하고 학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CIO는 사일로 단위로 최적화하거나, 문제가 있는 프로세스에 지능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명확한 가드레일 안에서 자율 에이전트에 적합하도록 워크플로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전면적 재구상을 주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길버트는 이러한 요구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중대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길버트는 “과거에는 비즈니스 부서로부터 프로세스를 넘겨받아 이를 매핑하고, RPA나 전통적인 도구로 자동화가 가능한 부분을 처리한 뒤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라며 “그러나 이제 AI는 추론과 맥락 이해, 시스템 간 연계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CIO가 업무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일을 주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CIO는 엔드투엔드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를 책임져야 한다”라며 “기반 데이터가 정제되고 맥락화돼 있는지, 거버넌스가 내재돼 있는지, 최적화된 프로세스가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내는지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CIO는 전략 테이블에 앉아야 하며, 앞으로는 전략을 주도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킨드릴 컨설트 앤 프랙티스 미국의 수석 부사장 캐서린 말코바는 산업 전반에서 CIO에게 워크플로 재설계를 맡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코바는 “기존 프로세스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AI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로 다시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라며 “이는 곧 AI 네이티브 엔터프라이즈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크플로의 에이전트화’가 다음 AI 도입 물결을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킨드릴의 ‘2025 레디니스 리포트’는 경영진이 기대하는 변화의 폭을 보여준다. 21개국 3,700명의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는 올해 자사에서 AI가 직무와 역할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만만치 않은 장애물
전환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CIO와 C레벨 경영진이 마주한 과제 또한 적지 않다.
킨드릴의 연구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구체적인 준비 과제”로 견고한 기술 기반 구축, 글로벌 데이터 관리, 인력 구조의 진화, AI 파일럿의 확장 압박, 리더십 정렬을 제시했다.
킨드릴 컨설트 앤 프랙티스 미국의 수석 부사장 캐서린 말코바는 경직된 워크플로, 분절된 시스템, AI에 대한 신뢰 부족, 필요한 역량의 부재, 변화에 대한 저항 역시 프로세스와 워크플로를 최적화하고 전환하려는 CIO와 조직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많은 프로세스가 제대로 문서화돼 있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장벽으로 꼽는다.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AI 환각 현상에 대한 우려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브리지넥스트(Bridgenext)의 CTO로 CIO를 자문하는 돔 프로피코는 기업의 과도한 의욕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최적화를 돕도록 설계된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뒤로 미룬 채, 서둘러 AI를 도입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피코는 “AI는 자동화를 훨씬 쉽게 만들어주지만, 그만큼 잘못된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위험도 커진다”라며 “AI 시대에는 모두가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는 압박이 있다. 이는 너무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과 그에 따른 위험을 키운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 프로세스를 단순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는 일정 수준의 효율성 향상은 가능하겠지만, CEO와 이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의 실질적 성과와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기폭제가 돼야 할 CIO
프로피코는 CIO가 프로세스 최적화라는 영역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팀이 올바른 대상을 자동화하고 있는지, 기술을 적절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프로피코는 CIO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으로 시스템 사고를 꼽았다. 이는 개별 요소를 넘어, 더 큰 전체 안에서 각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총체적 문제 해결 접근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CIO가 비즈니스 전반과 업무 수행 방식, 그리고 어떤 활동이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덜랜드의 길버트 역시 이에 동의했다. 길버트는 필요한 역량으로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플랫폼과 마이닝 도구에 대한 깊은 이해, 강력한 데이터 전략 전문성(특히 마스터 데이터 관리, 데이터 계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AI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역량(특히 자율 에이전트와 책임성 측면), 고도화된 변화 리더십(인간과 에이전트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새로운 운영 모델 설계), 그리고 기술적 의사결정을 손익계산서와 고객 성과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번역 역량을 제시했다.
길버트는 “기술적 깊이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오늘날 진정한 차별화 요소는 인간과 에이전트가 함께 작동하는 워크플로를 시스템 차원에서 사고하고, 전략·기술·리스크의 교차점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CIO이자 매니징 디렉터 겸 파트너인 메림 베치로비치 역시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베치로비치는 과거 CIO가 사일로 안에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사람을 여러 시스템으로 보내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라며 “여정 자체와 그 안에서의 경험을 전환하는 일이 중요하다. 점을 연결하고, 그러한 경험과 여정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프로세스와 워크플로가 어떻게 연결돼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지를 중심에 두는 접근을 의미한다.
베치로비치는 “CIO로서 이는 자연스러운 진화”라며 “기술은 업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고, 사일로를 허물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베치로비치는 BCG IT 부서가 자체 개발한 슬라이드 제작 AI 도구 ‘덱스터(Deckster)’를 성공적인 프로세스 최적화 및 전환 사례로 제시했다.
BCG 직원은 매년 3,000만 장 이상의 슬라이드를 제작한다. 상당한 업무 시간을 차지하는 프로세스다. BCG는 개별 슬라이드 문구 작성과 같은 특정 작업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대신, 슬라이드 제작의 전체 생애주기를 재설계했다. 오픈AI API와 BCG 템플릿 라이브러리를 결합한 덱스터는 기존 15분이 걸리던 작업을 3초 만에 완료해, 완전한 형식의 고객 제출용 슬라이드를 생성한다.
BCG는 현재 덱스터에 에이전트형 AI 역량을 추가해 프로세스를 한층 더 최적화하고 전환하고 있다.
베치로비치는 “이런 지점에서 CIO가 ‘더 나은 업무 방식은 없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라며 “오늘과 내일의 CIO는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주도해야 한다. 변화를 촉발하는 기획자이자 영향력 있는 조정자,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촉진자, 협업자, 그리고 혁신가가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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