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참석한 유럽 기술 업계 리더는 디지털 주권 추진이 지나치게 미국 벤더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IT 서비스 기업 캡제미니의 CEO 아이만 에자트는 패널 토론에서 “주권을 둘러싼 담론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에자트는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가 2024년 발표한 EU 경쟁력 보고서를 인용하며, 유럽의 생산성 성장 둔화가 낮은 기술 도입 수준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디지털 주권을 강제하기 위해 설계된 규제가 유럽 내 기술 도입 속도를 늦추고 “유럽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에자트는 “기술 도입은 가능한 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주권이 일정 부분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의 CEO 보리에 에크홀름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주권 관련 논의가 “위험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기술을 대체하기 위해 대안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결국 유럽 지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에자트는 미국 기술에 대한 ‘막대한 의존도’가 유럽을 노출과 위험에 놓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된 배경으로 2010년대 투자 자본 부족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클라우드 산업을 꼽았다. 2025년 시너지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럽 클라우드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역 클라우드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그는 “유럽 차원의 클라우드 기업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초기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에자트는 디지털 주권에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권은 단일한 개념이 아니다. ‘갖고 있느냐, 아니냐’로 나뉘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자트에 따르면 유럽 국가는 데이터 주권과 운영 주권, 규제 주권 측면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반면 기술 주권은 훨씬 더 까다로운 과제다. 그는 “4가지 계층이 존재한다면 이 가운데 3가지는 통제할 수 있다. 기술 영역에서는 일부 타협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는 자체 기술 스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폴란드 음성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마티 스타니셰프스키는 오늘날 기술 주권이 여러 계층에 걸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와 연산 자원, 파운데이션 모델, 그리고 기업과 정부가 이러한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까지 모두 기술 주권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스타니셰프스키는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는 글로벌 벤더와 협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유럽 기업은 이들 모델 위에 구축되는 데이터와 AI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함으로써 기술 스택 상위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SAP의 CEO 크리스티안 클라인은 유럽에서 주권이라는 주제가 “매우 감정적으로, 어쩌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클라인은 미국산 하드웨어에 대한 의존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인프라 업체를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객 데이터와 핵심 업무 시스템은 이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권 전략의 우선순위가 인프라 자체보다 데이터 계층에 맞춰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클라인은 “어떤 ERP든 4주 안에 하나의 인프라에서 다른 인프라로 이전할 수 있다. 하지만 SAP 공급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핵심 제조 공정을 운영하는 고객을 4주 만에 다른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하지 않은 경쟁을 펼치는 데 유럽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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