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디지털·정보 책임자(CDIO)라는 직함을 들으면, 대부분은 곧바로 ‘기술’이라는 카테고리를 먼저 떠올린다. 클라우드, 데이터, AI, 사이버보안 같은 영역이다. 서버와 대시보드, 코드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분명 이런 요소는 업무의 일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해당 역할을 기술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난 몇 년 동안 CDIO의 역할을 기술, 인재,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된 3가지 층의 설계자로 인식하게 됐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CDIO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층이라도 약하면 전체 구조는 쉽게 흔들린다. 논의는 가장 아래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어떤 견고한 구조든,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층: 보이지 않게 무게를 떠받치는 ‘기술’
첫 번째 층은 모두가 ‘당연히’ 기대하는 영역이다. 기업은 비즈니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했고, 공장과 시스템, 시장의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데이터 플랫폼을 마련했다. 여기에 데이터 위에서 작동하는 분석과 AI 역량을 더했고, 이 모든 것을 보호하기 위한 탄탄한 사이버 보안 체계도 갖췄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 층은 전혀 화려하지 않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파이프라인 작업과 배선 정리, 표준 수립, 정리 작업에 가깝다. 그러나 이 기초가 약하면 아무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야기해도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 여정의 상당 부분은 이런 조용한 구축 작업에 집중돼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을 정리하고, 필요한 곳은 현대화했으며, 신중하게 워크로드를 클라우드로 이전했다. 데이터 사일로 대신 공통 데이터 모델을 구축했고, 무엇보다 백업과 모니터링, 사고 대응 같은 기본적인 위생 관리부터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 기반이 있어야 눈에 보이는 모든 변화와 혁신이 가능해진다. 이는 기업의 성공을 위해 왜 이 기초의 완결성과 안정성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타협할 수 없는 요소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 층은 배의 기관실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볼 일이 없지만,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된다.
두 번째 층: 비즈니스와 기술을 잇는 다리인 ‘인재’
두 번째 층은 기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고, 인재 구성을 변화시켜 디지털을 더 이상 ‘별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필자는 ‘IT 인력’과 ‘비즈니스 인력’이라는 구분을 계속 유지하는 한, 늘 벽을 사이에 두고 협상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두 영역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역할에 투자를 시작했다.
-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덕트 오너.
- 공장이나 특정 기능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를 데이터·기술 팀이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번역가.
- 공장과 사무실에 상주하며, 현장에서 가장 먼저 옹호와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디지털 옹호자.
예를 들어 한 공장에서는 품질팀이 제품 라인 추적 프로젝트의 옹호자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품질 실패 비용(COPQ)과 수율에 미치는 영향, 라인의 특성, 실제 현장의 핵심적인 어려움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들이 솔루션을 공동으로 책임지자 도입률은 크게 높아졌고,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성과도 함께 도출됐다.
필자는 원래 기업 안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호기심이 많고 기술에 친숙한 인재를 발굴했다. 여기에 외부 인력도 일부 영입했다. 동시에 두 세계를 잇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의도적으로 경력 경로를 설계했다.
그 결과 대화의 질이 달라졌다. 비즈니스 부서가 “필요하지 않은 도구를 IT 부서가 밀어붙인다”라고 주장하고, IT 부서가 “비즈니스 부서는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고 맞받아치던 관계에서 벗어나, 재작업 감소, 수요 예측 정확도 향상, 주문 처리 리드타임 단축, 최초 작업 성공률 개선이라는 필요한 성과를 중심으로 공동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시스템은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했다.
세 번째 층: 모든 것을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세 번째 층은 스스로조차도 놀랄 수밖에 없던 요소다.
발견된 하나의 패턴은,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고 인재도 충분한 상황에서도 일부 이니셔티브가 빠르게 동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기술은 제대로 작동했고, 파일럿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추진력은 사라졌다. 원인을 더 깊이 들여다본 결과, 문제는 코드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야기’였다.
현장의 작업자, 영업 조직, 공장 책임자, 이사회가 모두 ‘디지털’을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이 더 늘어나는 것처럼 들렸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협처럼 받아들여졌다.
또 일부에게는 일상과는 거리가 먼, 자신과 상관없는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이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솔직한 서사가 필요했다.
케이블 공장의 감독자에게는 “이 도구는 재작업을 줄여주고, 교대 인계를 더 수월하게 하며, 제시간에 퇴근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는 이야기가 전달돼야 했다.
영업 리더에게는 “이 분석 모델은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해 품절로 인한 주문 손실을 줄이고, 판매되지 않는 재고에 묶이는 상황을 피하도록 도와준다”라는 이야기가 전달돼야 했다.
반면 이사회에 전달되는 이야기는 달랐다. 그 내용은 “이러한 역량은 회사를 더 탄력적이고 경쟁력 있게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더 잘 대비하도록 해준다”라는 의미가 돼야 했다.
이들이 공유하는 기본 플랫폼은 동일하며, 데이터도 같다. AI 모델 역시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듣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토리텔링의 역할이 드러난다. CDIO로서 디지털 여정의 최고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절한 언어로 반복해서 전달하는 일이다.
- 왜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는가
-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 무엇이 더 어려워지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더 쉬워질 것인가
- 어떻게 이 변화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인가
이런 사실을 깨닫고, 기업 내부의 실제 사례를 이야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의 작은 변화로 스크랩을 줄인 공장, 수작업 보고를 대폭 줄인 팀, 회의론자에서 지지자로 바뀐 관리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야기는 어떤 슬라이드 자료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됐다. 초기 도입 영역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도입 이전과 이후’를 담은 단순한 서사를 공유하자 사람들은 공감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은 더 이상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었다. 각자가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됐다.
3가지 층이 중요한 이유
필자가 말하는 ‘CDIO의 새로운 층’은 이 역할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CDIO는 분명 기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플랫폼이 견고하지 않다면,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이미 실패한 것이다.
인재 역시 CDIO의 책임이다. 프로덕트, 데이터, 아키텍처, 변화 관리라는 역량이 균형 있게 갖춰지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CDIO는 서사에 대한 책임도 진다. 구성원들이 왜 변화를 추진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 변화가 개인과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인재를 갖췄다 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그치게 된다.
필자는 디지털 조직의 진정한 성숙이 이 3가지 층이 정렬될 때 드러난다고 본다. 기술은 무게를 떠받치고, 인재는 다리를 놓으며 스토리텔링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춘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이 CDIO의 새로운 역할이다. 시스템만도 아니고, 역량만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의미 있게 연결해 주는 이야기까지 포함해야 한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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