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이 기술 자격증 제도를 새롭게 손본다. IT 전문가들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SAP 기술을 다루는 방식과 자격 평가가 보다 현실적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SAP은 수십 개의 객관식 문제로 구성된 기존 시험 대신,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실무 중심의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이번 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테크에드(TechEd) 행사에서 6개의 자격시험이 새로운 형식으로 도입됐다. SAP은 2026년까지 이 형식을 전체 자격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AP은 “수십 년 동안 전문 자격시험은 다지선다식 문제를 통해 사실 기억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라며 “SAP은 이런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오늘날 AI 기반 비즈니스 환경에서 전문가들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반영한 새로운 자격 인증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SAP에 따르면, 새로운 인증 모델은 단순한 암기력 검증이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응시자는 실제 SAP 환경에서 학습 및 참고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하는 일명 ‘오픈북’ 형태의 실무 시험을 치르게 되며, 여기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가상 이해관계자와의 역할극에 참여하며, 제한된 시간(보통 1~3시간 내)에 과제 기반 사례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응시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자료든 활용할 수 있다. 챗GPT나 SAP의 쥴 포 컨설턴트(Joule for Consultants) 같은 AI 도구뿐 아니라 SAP 헬프 포털 등 비(非)AI 자료도 사용할 수 있다. SAP은 이 과정을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문제 해결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SAP은 “충분히 준비된 응시자만이 자신이 필요한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라며 “전문가로서의 성공은 정보를 암기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도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서 비롯된다”라고 밝혔다.
각 자격 시험에는 난이도와 범위에 따라 별도의 합격 기준이 설정되며, 불합격자는 24시간 간격으로 최대 4회까지 재응시할 수 있다. 단, 단순한 반복 응시를 방지하기 위해 각 재시험에서는 과제가 일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형식이 적용되는 첫 6개 자격은 다음과 같다.
- SAP 공인 BTP 관리자(SAP Certified – SAP BTP Administrator)
- SAP 공인 어소시에이트 – SAP 빌드 개발자(SAP Certified Associate – SAP Build Developer)
- SAP 공인 솔루션 아키텍트 – SAP BTP(SAP Certified – Solution Architect – SAP BTP)
- SAP 공인 어소시에이트 –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SAP Certified Associate – SAP Business Data Cloud)
- SAP 공인 어소시에이트 – 라이즈 위드 SAP 방법론 및 경험(SAP Certified Associate – Rise with SAP methodology and experience)
- SAP 공인 어소시에이트 – SAP 생성형 AI 개발자(SAP Certified Associate – SAP Generative AI Developer)
AI 시대 현실을 반영한 평가
컨설팅 기업 그레이하운드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이자 CEO인 산치트 비르 고기아는 “SAP이 기업 전문가 평가 방식을 재정립하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했다”라며 “다지선다식 시험에서 시나리오 기반의 오픈북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현대화가 아니라 평가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답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컨설팅 기업 무어 인사이츠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크레이머는 “오픈북 시험이 실제 역량을 측정하는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항상 믿어왔다”라며 “결국 핵심은 내용을 이해하느냐의 문제다. 참고 자료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전문가만이 정보를 탐색하고 개념을 적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역량은 화면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논리를 이해하고 맥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고기아는 과거 일부 컨설턴트가 실제 시스템을 한 번도 구성해보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례가 있었고, 이로 인해 고객과 파트너가 불만을 표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변화의 핵심은 신뢰”라며 “이제 새로운 모델로 자격증을 취득한 컨설턴트는 단순히 인증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처음부터 기대하는 실질적인 업무 역량을 검증받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험은 훨씬 더 어렵지만,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이 제도는 시험 요령이 아니라 준비도, 판단력, 시스템 이해도를 평가하고 보상한다”라고 설명했다.
크레이머는 SAP의 변화가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이미 실습 기반의 시나리오형 시험을 도입했고, 시스코는 고급 단계에서 오래전부터 실무형 랩 평가를 운영해 왔다”라며 “SAP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내부 변화가 아니라, ‘시험 기술’이 아닌 ‘실제 역량’을 인증하는 방향으로 산업 전반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고기아는 “SAP이 이번 모델의 품질과 신뢰성을 유지한 채 확대할 수 있다면, 이는 SAP 생태계뿐 아니라 전체 엔터프라이즈 기술 자격 인증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이머 역시 이에 동의하며 “이번 변화가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높은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SAP이 실제 업무 과제를 반영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이번 개편은 SAP 자격증의 의미와 실질적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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