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미국 대학들은 생성형 AI 도구를 수업과 행정 전반에 조용히 통합해 왔다. 하지만 보스턴 외곽에 위치한 뱁슨칼리지(Babson College)의 전환은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담하고 빠르며, 분명한 목표를 갖고 진행됐다.
AI 기술을 도입한 미국 내 유일한 대학은 아니지만, 뱁슨은 비즈니스 교육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최대한 활용해 학습 효율을 높이고 행정 업무를 단순화하며,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뱁슨은 지난 2023년 가을 ‘에듀AI 혁신(EduAI Revolution)’이라는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AI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이 이니셔티브는 학사와 행정 업무의 거의 모든 부분에 생성형 AI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뱁슨칼리지의 CIO 패티 파트리아는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라 판단했고, 그 변화의 흐름에서 앞서가고자 했다”라며 “여러 도구를 시범 도입하고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한 뒤, 종합적인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에듀AI 실행을 위한 도전과 극복
대규모 변화를 추진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지금까지 뱁슨의 핵심 과제는 교수진, 직원, 학생들에게 생성형 AI의 장점과 한계를 교육하는 일이었다.
파트리아는 “AI 도구는 교수들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도록 요구하며, 이는 맞춤형 교육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뱁슨은 이에 신속히 대응해, 지난해 초까지 강의실과 행정 부서 전반에 다음과 같은 생성형 AI 이니셔티브를 도입했다.
- AI 기초 인증서(Fundamentals of AI Badge)는 학생들이 AI 기본 개념, 윤리, 도구 사용 능력을 갖췄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현재까지 150명 이상이 인증서를 취득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라이선스가 학생, 교수, 직원 전원에게 제공됐다.
- 수학봇(MathBot)이라는 AI 튜터가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 AI 대시보드를 통해 주간 AI 활용 현황과 AI 보조금 사용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 AI 분석 수석 책임자를 채용해 AI 전략 강화를 위한 전문성을 보강했다.
- 제너레이터(The Generator)라는 이름의 AI 실험실이 교수진을 위한 토론 및 학습 공간으로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고등교육과 산업 전반에서의 AI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AI 교수법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수들이 AI를 실험하고 새로운 수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AI가 대학 교육 방식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뱁슨의 학생들은 단순히 AI에 대해 배우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깊이 사고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파트리아는 에듀AI 혁신 프로젝트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에서 AI로 생산성과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사례 2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비즈니스용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for Business)’이라는 대학원 과목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다양한 로우코드/노코드 도구를 활용해 자체 생성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했다. 이들은 에이전트와 협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비즈니스 옵션을 비교하며, 스타트업을 위한 가격 전략을 제안하는 방법을 학습했다.
파트리아는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글쓰기 도우미가 아니라 진정한 협업자로 활용한 학생들이 더 많은 성과를 냈다”라며 “기존의 가정을 재검토하고 더 정교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례는 ‘기업가 리더십 경영 석사(MSEL)’ 프로그램의 ‘기업가 행동 프로젝트’ 과목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맞춤형 생성형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구체화했다. 에이전트는 학생들이 여러 로우코드/노코드 도구로 직접 설계했으며 실제 비즈니스 프레임워크를 사전 탑재했다. 또한 현실적인 고객 페르소나를 생성해 학생들이 이를 인터뷰하면서 고객 행동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연구 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학생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정교화하고 실전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다.
해당 수업에서는 또 다른 AI 에이전트인 ‘리스크 코치(Risk Coach)’도 활용됐다. 이 도구는 각 팀이 사업 모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리스크를 파악하고, 이를 테스트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파트리아는 “이러한 AI 에이전트 덕분에 학생들이 스타트업 실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를 깊이 있게 확장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대학 운영을 바꾸는 AI
생성형 AI는 학생들의 학습 방식뿐만 아니라 대학 운영을 뒷받침하는 실무진의 업무 효율성도 크게 개선하고 있다.
IT, 마케팅, 입학, 재무, 인사 등 여러 부서에서 직원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작성 및 편집, 설문조사 실행, 데이터 분석, 리서치, 코딩 지원 등의 업무에 AI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파트리아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부서는 마케팅과 입학팀이다. 마케팅팀은 M365 코파일럿 내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광고 문구, 이메일,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고 있으며, 입학팀은 등록률을 예측하고, 학생 설문조사 결과에서 인사이트를 추출하며, 등록금 가격을 책정하는 데 코파일럿을 활용하고 있다.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지난 4월 실시된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 73%는 AI 도구가 혁신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74%는 AI 덕분에 업무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파트리아는 직원 53%가 ‘코딩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초급자용 도구’를 활용해 직접 AI 봇을 만들고 싶다고 응답한 점이 특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올가을에 직원 해커톤을 개최할 계획이다. 팀 단위로 참여해 멘토링을 받고,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생성형 AI로 해결해 보는 실습 중심 행사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부서에 걸쳐 생성형 AI 도구를 도입한 뱁슨칼리지는 기술 혁신과 리더십으로 디지털 비즈니스 성장을 이끈 역량을 인정받아 ‘2025 CIO 100 어워드’를 수상했다.
다음 단계는 ‘AI 2.0 플랜’
에듀AI 혁신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뱁슨은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파트리아에 따르면 뱁슨은 오는 7월부터 ‘AI 2.0 플랜’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보다 고도화된 생성형 AI 활용 방식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콘텐츠 공동 제작, 강의 방식의 재구성, 더 지능적인 AI 에이전트 개발, 텍스트·이미지·영상이 결합된 멀티모달 도구 활용 등이 있다.
장기적으로 뱁슨은 교수, 직원, 학생, 외부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향후 3~5년간의 AI 전략 로드맵을 설계할 예정이다. 파트리아는 “AI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교육에서 AI의 미래 역할을 함께 정의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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