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과 수요 모두 상승 중···2025년 IT 핵심 직군 7선

2025년에도 IT 업계는 데이터, 보안,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숙련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사이버보안, 데이터 관리 분야에서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들은 실무 경험과 유연성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고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핵심 자질로 꼽고 있다.

AI 기술이 IT 업계 전반에 걸쳐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델로이트(Deloitte)는 최근 보고서에서 MIT의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의 분석을 인용해 “향후 10년 동안 AI 자동화로 사라질 일자리는 전체의 5%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신뢰성 문제와 인간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한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IT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자신들의 역량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와 동시에 AI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는 IT 직무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델로이트 보고서는 또 하나의 변화를 지적한다. 과거에는 비용 절감과 자동화 확대를 중심으로 기술 투자 전략이 수립됐지만, 이제는 기술을 통해 조직 전반의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채용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2025년 현재 IT 조직 내에서 높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직무들이다. 수요 증가와 더불어 보상도 높은 직무들이다.

데이터 엔지니어
AI를 조직의 일상 업무에 통합하는 기업이 늘면서 데이터 엔지니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기업 바이어스데브(BairesDev)에서 인재 영입 부문을 총괄하는 에세키엘 루이스(Ezequiel Ruiz)는 “2024년 한 해 동안 데이터 관련 채용 수요가 7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루이스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도입을 위해 데이터 전문가를 찾고 있다”며 “수요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전했다.

O’Reilly Media에서 신기술 콘텐츠 부문을 총괄하는 마이크 루카이디스(Mike Loukides) 역시 AI 성공을 위해 데이터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데이터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AI의 결과물이 기대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평가 작업, 이른바 ‘evals’가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사이버 공격이 날로 정교해짐에 따라 시스템 보안 관리자와 정보보안 분석가 등 관련 직무의 채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공격의 확산은 보안 직무를 2025년 최고 연봉 직종 중 하나로 만들고 있다. 넥서스 IT 그룹(Nexus IT Group)의 상무인 트래비스 린드모엔(Travis Lindemoen)은 “기업들이 윤리적 해커와 침투 테스터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수세적 방어는 효과가 없다”며 “공격자들은 자동화된 피싱, 변화무쌍한 악성코드, 서비스형 랜섬웨어 같은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능동적인 보안 역량, 즉 시스템을 사전에 스트레스 테스트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린드모엔은 특히 클라우드 보안과 윤리적 해킹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글로벌 사이버보안 인력 부족은 기업에 심각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루카이디스 역시 “대부분의 기업이 과거보다는 보안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안은 큰 도전 과제”라며 “특히 AI가 공격 도구로 사용되거나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엔지니어
델로이트의 휴먼캐피털 서비스 리더 네이트 페인터(Nate Paynter)는 플랫폼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른 엔지니어가 사용할 수 있는 기능과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플랫폼 엔지니어링은 일부 선도 조직에서 IT 부문의 핵심 역할로 부상하고 있다.

페인터는 “플랫폼 엔지니어는 전체 플랫폼을 관리하며 비즈니스 솔루션 개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며 “현재 인프라 분야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언급했다.

Vultr의 최고마케팅책임자 케빈 코크레인(Kevin Cochrane)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배포를 보다 효율적이고 일관되며 확장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엔지니어의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트너는 2026년까지 전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조직의 80%가 내부 플랫폼 엔지니어링 팀을 구성해 애플리케이션 전달을 지원할 구성요소와 도구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이러한 팀은 소프트웨어 전달을 더 빠르고 쉽고 안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린테크 전문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채용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환경 목표를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하면서, 에너지 효율 향상, 연결된 기기 관리, 넷제로(Net Zero) 달성 등을 지원할 수 있는 IT 인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델로이트의 페인터는 “데이터 관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이러한 역할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며 “그린테크 플랫폼 엔지니어 같은 직무가 주목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역할이 데이터 엔지니어 역할에 통합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VIQU IT 리크루트먼트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매트 콜링우드(Matt Collingwood)는 수요가 높은 직무로 IoT 개발자와 지속가능성 중심의 클라우드 아키텍트를 꼽았다. 그는 “기술 업계 구조조정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린에너지 분야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그린테크가 곧 수요의 중심”이라고 전했다.

프로덕트 매니저
기술 솔루션이 고객과 비즈니스의 요구를 충족하도록 이끄는 핵심 역할로서 프로덕트 매니저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전통적인 IT 프로젝트보다 제품 중심의 IT 전략을 채택하면서 그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델로이트의 페인터는 “2025년에는 기술 자체가 비즈니스가 되는 시대”라며 “혁신을 이끄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직무는 점점 더 최고경영진(C-suite)의 관심을 받는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현대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품 수명 주기에 대한 깊은 이해,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그리고 조직의 목표를 뒷받침하는 비즈니스 기획 능력을 갖춰야 한다.

페인터는 “최근에는 이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도 변하고 있다”며 “기초적인 인간적 역량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동료를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여전히 IT 업계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충원하기 어려운 직무 중 하나로 꼽힌다. AI, 네트워킹, 클라우드 환경 등 주요 분야 전반에서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델로이트의 페인터는 “완전히 새로운 직무보다는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직무가 점차 세분화되고 특화되고 있다”며 “AI 엔지니어와 네트워크 엔지니어, 일반 클라우드 엔지니어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문가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O’Reilly Media의 루카이디스는 “기술 업계에 구조조정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프로그래머는 필요하다”며 “지금은 AI를 잘 다룰 줄 아는 인재가 더욱 요구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AI 역시 입력이 쓰레기면 출력도 쓰레기다. 자연어 프롬프트가 어설프게 작성되면 형편없는 코드만큼이나 쓸모없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및 데브옵스 엔지니어
클라우드 전환은 대부분의 기업에 여전히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지원하고 최적화하며 자동화할 수 있는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아키텍트와 데브옵스 엔지니어는 시스템 운영, 애플리케이션 배포 간소화, 안정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다.

넥서스 IT 그룹의 린드모엔은 “클라우드 아키텍트는 최대 19만 4,000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데브옵스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연구 책임자 브리태니 루츠(Brittany Lutes)는 “클라우드 아키텍트는 보안 분석가, 데이터·AI 엔지니어와 함께 가장 많이 채용되는 기술 직무 중 하나”라며 “이들 직무는 채용이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며, 올해도 많은 조직이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루카이디스는 일부에서 클라우드 리패트리이션(데이터센터 회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클라우드로의 이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AI는 클라우드 도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며 “대규모 AI를 실행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클라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계속 필요하다. 클라우드는 현대 인프라의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카세야(Kaseya)에서 글로벌 채용을 총괄하는 에릭 룬드(Eric Lund) 역시 자사와 업계 전반에서 데브옵스 직무가 매우 인기 있는 채용 분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데브옵스는 지난해 우리 조직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직무였으며, 향후에도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AI 자동화와 함께 역할이 진화하겠지만, 여전히 가장 주목받는 분야일 것”이라고 전했다.

역량 쌓고 변화 수용하라
IT 커리어를 시작하는 신입 인재에게 전문가들은 기술 변화에 맞춰 새로운 역량을 습득하고 이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태도가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한다.

AvidXchange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안젤릭 M. 깁슨(Angelic M. Gibson)은 “현재 수요가 높다고 해서 특정 경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IT 전반에서 미래를 형성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문을 열어줄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깁슨은 파이썬(Python), 자바(Java),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등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을 것을 추천했다. 또한 AWS 공인 솔루션스 아키텍트(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공인 윤리적 해커(Certified Ethical Hacker), 구글 데이터 엔지니어(Google Data Engineer),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Azure cloud) 등의 자격증도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신기술 기반의 기회에 대해 오라일리(O’Reilly)의 루카이디스는 AI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ChatGPT가 등장한 이후 AI의 적절한 인터페이스는 채팅이라는 전제가 굳어졌다”며 “하지만 이는 반드시 옳은 가정이 아니다. 현재 인터페이스는 모두 단일 사용자 중심이지만, 실제 업무는 대부분 팀 기반으로 이뤄진다. AI를 위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일은 이제 막 시작된 흥미로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어스데브의 루이스는 커리어 선택을 단순한 시장 수요에만 기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커리어 선택은 수요뿐 아니라 열정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는 파이썬을 추천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과학, AI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수요와 흥미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의 루츠는 “서비스 데스크나 데스크톱 테크니션 같은 신입 직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언급하며, 커리어 초기에는 자격증 취득에 그치지 말고 학습한 내용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츠는 “오늘날 많이 사용되는 기술 역량이 18개월 후에도 유효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특정 역량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이를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