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통신, 브로드밴드, 위성통신, 방송 규제를 담당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차기 수장으로 브렌단 카를 지명했다.
최근 임명이 의외였던 몇몇 임원과 달리 카는 FCC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아짓 파이 위원 보좌관 및 FCC 수석 법률 고문을 역임했으며, 2017년부터 위원으로 재직해 왔다. 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우호적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는 FCC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 발표문에서 “카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사이며, 미국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경제를 저해하는 규제 법안에 맞서 왔다. 그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 기업와 혁신가를 옥죄어 온 규제의 물결을 끝내고, FCC가 농촌 지역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빅테크 규제
이는 규제 자체보다는 특정 규제와 개입을 선별적으로 선호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FCC 위원으로서 카가 남긴 공개 발언들과 새 행정부의 ‘프로젝트 2025’ FCC 부문 저술을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견해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카는 빅테크 플랫폼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주 X(구 트위터)에서 그는 “검열 카르텔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론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사용자들은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트루스소셜이나 머스크의 트위터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트위터는 이 이유로 작은 경쟁자인 블루스카이에 사용자를 잃고 있다.
이 외에도 카는 중국 모기업이 미국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는 한 틱톡을 금지하는 최근 법안을 지지하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망을 통한 브로드밴드 접근성 확대를 옹호하고 있다.
공격적인 자신감
카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문제는 망중립성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다. 이 문제는 아짓 파이 당시 위원장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도입된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한 이후 FCC에서 계속 논쟁거리가 됐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데이터 트래픽의 유형, 내용, 플랫폼, 사용자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간단히 말해, 망중립성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더 비싼 서비스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이나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광대역 서비스를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 타이틀 II(Title II) 등급으로 재분류해 망중립성을 복원했다.
카가 망중립성이 시장 원리를 방해할 뿐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를 뒤집으려는 움직임일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실질적인 망중립성이 이미 유명무실해졌기에 서비스, 경쟁,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망중립성 문제가 규제 영역 밖으로 밀려나면, 시장이 크게 발전해 향후 망중립성을 다시 도입하려는 시도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FCC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분야는 통신 산업의 인수합병 문제다. 통신사 간 합병이 허용된다면 기업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범위와 품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무법인 퍼킨스코이(Perkins Coie)는 최근 분석에서 “일반적으로 공화당 행정부에서 FCC는 공익성 기준을 더 좁고 관대하게 해석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트럼프의 새로운 FCC는 통신과 미디어 통합에 더 우호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립 기관으로 여겨져 온 FCC에게 이런 변화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카의 임명을 둘러싼 비판을 더욱 거세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그가 추진하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시장 개입을 선호하는 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온라인책임재단의 키렌 매카시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렌단 카를 FCC 위원장으로 선택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흑을 백이라 하고, 위를 아래라고 말할 수 있는 의지와, 논리에 맞서는 공격적인 자신감이라는 필수 요건을 갖추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매카시는 카가 빅테크 기업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일부 기업에는 적대적인 입장을, 다른 기업에는 노골적으로 호의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매카시는 카가 전 상사인 아짓 파이의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행보를 보인다고 말했다.
매카시는 “파이는 카를 FCC로 영입했으며, 두 사람은 빅테크보다 대형 통신사를 우대하고 미국 시민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련의 결정을 함께 추진했다. 앞으로 4년 동안 이와 같은 행보가 계속될 전망이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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