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Gartner)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CEO의 절반 이상은 자사 CIO가 조직의 단기 AI 수요를 충족시킬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CIO의 역할 자체는 물론, 기업이 AI 전략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지고 있다.
조사 결과, CIO가 2026년까지 조직의 AI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CEO는 44%에 불과했다. CDO가 AI에 정통하다고 생각하는 CEO는 40%로 더 낮았다. 더욱이 다른 C-레벨 임원의 AI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는 2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CEO는 AI가 이사회나 다른 임원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CEO들이 AI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제니퍼 카터는 CIO와 CDO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카터는 CEO들이 AI를 단순한 IT 도구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터는 이어 “C-레벨의 AI 역량 부족은 기업을 심각한 경쟁력 약화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라며, “만약 CEO들의 우려가 타당하다면, 해당 조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및 AI에 대한 전문성은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보완하고, 혁신 기회를 식별하며, 운영 최적화, 비즈니스 리스크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경영진이 AI에 정통하다면 벤더 중심의 과장된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이 정말 집중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 교육은 누구의 책임일까?
카터는 가트너 조사 결과가 교육과 역량 강화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 결과는 CEO들이 느끼는 AI 역량 부족이 과연 정당한 평가인지, 그리고 그 인식이 실제와 일치하는지를 되짚어 보게 한다”라며 “만약 최고 기술 리더십 계층에서 AI 역량이 실제로 부족하다면, AI 지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기술 리더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는 CIO와 임원들의 AI 역량 부족 문제가 개인과 조직 모두에 걸쳐있다고 분석했다. 즉 CIO와 기업 모두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카터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조직이 대규모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면, 모두가 지속적인 교육과 부서 간 협업, 멘토링 및 네트워킹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IBM이 지난해 실시한 최고 경영진 설문조사에 따르면, CIO를 포함한 임원의 36%만이 IT 조직이 기본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의 ‘포모(FOMO)’
카터는 이번 가트너 조사 결과를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했지만, 일부 IT 리더들은 AI 기술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소통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교육 기관 JA월드와이드(JA Worldwide)의 글로벌 CIO 보리스 콜레프는 많은 CEO가 AI에 대한 과장된 기대치를 마주하지만 실제 구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들이 종종 뒤처질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Fear Of Missing Out)로 인해 실제 가치가 없는 AI 도구의 도입을 밀어붙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콜레프는 “CEO들은 종종 AI 관련 컨퍼런스나 행사에 참석해, AI가 쉽고 강력하다는 발표를 접한다. 그러나 데이터 보안, 비용, 프라이버시, 컴플라이언스, 기업 데이터 보호 등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접근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퓨전 콜렉티브(Fusion Collective)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이베트 슈미터는 많은 경우 CEO의 기대치와 CIO의 AI 솔루션 제공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CIO와 CDO가 CEO보다 기술을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며, CEO들이 종종 벤더의 ‘상술’에 현혹된다고 언급했다.
슈미터는 “CIO와 CDO에 대한 신뢰 부족은 전문성 부족이 아니라, CEO의 기대와 조직 현실 사이의 근본적인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CEO들은 복잡한 인프라, 거버넌스, 보안 과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벤더의 AI 과장 마케팅과 허위 제품 약속에 휩싸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AI 챗봇이 대화 흐름을 벗어나거나 AI 관련 보안 사고가 발생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CIO들이 AI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슈미터는 “CEO들이 보기에는 CIO가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전반적 그림을 보기 위해 책임감 있게 접근하는 것에 가깝다. CIO들이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오히려 조직이 또 다른 실패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신중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솔루션 중심 AI 벤더인 닌자캣(NinjaCat)의 CIO 로니 피사니는 CEO와 CIO 간의 기대치 차이가 IT 리더의 전문성에 대한 부당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사니는 “AI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복잡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실제로 배치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라며 “CEO들은 주로 신문 헤드라인 수준의 이야기만 접하는 반면, CIO들은 사일로화된 데이터, 레거시 시스템, 현실적인 제약과 싸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파사니는 또한 CEO와 CIO 사이의 간극이 지식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일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혁신은 기초 작업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런 노력은 화려하지 않고 헤드라인에도 오르지 않지만, 결국에는 큰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AI를 비즈니스 성장과 연결
AI 플랫폼 기업 어퀀트(Aquant)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인 아사프 멜로크나는 구현 일정 외에도 많은 문제가 비즈니스 관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멜로크나는 “대부분의 CIO와 CDO는 기술을 이해한다. 이들은 모델, 데이터 파이프라인, 인프라 등을 잘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CEO들은 AI 수업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AI가 어떻게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지를 알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AI 생태계에서 CIO와 CDO가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T 구현자가 아니라 PO(Product Owner)이자 비즈니스 전략가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멜로크나는 “현재 환경은 매우 가혹하다. 하나의 혁신을 익히기도 전에 새로운 혁신이 등장한다”라며 “CEO들은 기술 임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기를 원한다. 그래야 AI가 자사에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안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이 CEO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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